캔 [류흔]
학교에선 내 딸을 스카웃해서 캠프를 간단다
잘 본 것이야
나는 딸이 자랑스러운 걸스카웃의 아버지
아래층 아이는 보이스카웃이란다
보이스카웃보다는 위에 사니 걸스카웃이 더 높지
나는 더욱 자랑스러워져서
쌀과 참치 캔, 꽁치 캔, 고등어 캔, 닭 가슴살 캔, 개구리 뒷다리 캔,
고양이 울음 캔, 무슨 캔, 캔
캔들을 배낭에 넣어주며 can
캔은 뭐뭐 할 수 있다는 뜻, 그러니 용기를 내렴
딸아, 거얼 스카우트야
남은 쌀이 없으므로 네 엄마는 쌀쌀해질 테지만
그래도 복숭아 캔 하나는 남겼으니
우리 집은 도원(桃園)이구나
아, 나의 딸아
캔들이 덜그럭대면 쌀알이 곤두설 테니
뛰어가진 말아라
넘어지지 말거라
- 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 달아실, 2021
* 삼남매중 큰애는 걸스카웃을 시키고 작은애는 보이스카웃을 시켰다.
큰애, 작은애가 스카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막내딸은 시키지 않았다.
놀러가는 것 말고는 별로 배울 게 없는 것 같아서 그랬는데
막내딸은 이십년 가까이 툴툴거린다.
왜 나는 걸스카웃 안 시켰어?
배낭 메고 뛰어갈 일 없으니 천천히 넘어지지 않고 잘 살고 있으면 그게 스카웃이지.
끈 매는 법 배운다고 잘 사는 건 아닐 테니까.
중학교때 I can can can. 이거 해석해 봐,하고 장난치던 때가 생각난다.
나는 캔을 딸 수 있다?
오, 맞았어. 비록 엉터리 영어지만......
살면서 더디지만 하나하나 배우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 세상은 살 만하다.
꼭 스카웃이 아니더라도.
첫댓글 해학적인 시 잘 만나봅니다~
풍자 적이면서도 끌리는 시맛 일품이네요^^
시맛과 꽃맛을 아는 시인님.
커피맛과 낭만맛을 아는 시인님이기도 하죠.
바브시인님, 잘 지내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