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래 이렇게 경준이 녀석과 친했었나 싶을 정도로..
하루에 그 녀석을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원하고 나서 제일 전화를 많이 하고 문자를 젤 많이 하는 녀석이
그 녀석이니까 그럴테지...
-토요일 오전-
오늘은 울 병실에 몇가지 변화가 있었다..
옆에 계시던 할머니 두 분이 퇴원을 하셨고, 대신 그 두 자리에..
6살짜리 꼬맹이 '다예'와 나보다 한살어린 애기 엄마...은희가 다른 병실에서
우리 병실로 옮겨왔다..
다예는 선천적으로 뼈가 약해서 자주 골절이 된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유치원에서 놀다가
뼈가 부러져 오른쪽 다리 전체에 깁스를 하고 입원을 한 거였고, 은희는 종가집 맏며느린데
집안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서 입원을 한 거라고 했다..
27살 밖에 안 되었는데도 딸내미가 3살이었다...
난 지금 애인도 없는데..왠지 안정되 보이는 것이 부러웠다..
그리고 은희와는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일단 나이도 또래인데다가 둘 다 성격이 푼수끼도 있고, 털털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거 같다
다예는 날 더러 언니라고 불렀다....^^
6살짜리한테 언니란 소리를 듣다니...기분이 좀 그랬지만..
다예왈...."언니같으니까 언니라고 하지..그리고 결혼 안했으면 원래 다 언니야.."
ㅋㅋㅋ
은희한테는 곧 죽어도 언니라고 안하고 '아줌마' 하고 부르는 다예였다..
솔직히 내가 어려 보이는 얼굴은 아닌데..-_-;;;
어쨋든 기분은 좋았다
은희와 수다를 떨면서 은희가 빌려온 만화책을 읽으면서 오전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귀찮아서 오늘은 물리치료도 안 받고..
그냥 링거만 맞고 누워있었다..
오늘은 성당에서 수녀님과 학사님께서 문병을 오신다고 했었는데..
그리고, 친구 재인이와 아는 동생 은조가 문병을 오기로 했었다..
언니도 저녁에 시간이 되면 온다고 했지만 요새 형부가 너무 바쁘셔서 올지 못올지도
모르겠다..
점심 시간때쯤 되자 재인이와 은조가 먼저 도착했다..
재인이와 은조도 강북에 살기때문에 이곳까지 오는데 3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내 친구들은 다들 문병 올때마다 나를 무지하게 원망했다..
좀 가까운데 입원하지 무슨 장거리 여행하는 기분이라면서...
재인이와 은조와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잠시 통증을 잊고 있는데...
미카엘라 수녀님과 학사님께서 도착하셨다..
두 분과 얘기를 하고, 두분이서 기도를 해주시고 돌아가셨고, 다시 재인이 은조와
이것 저것 얘기를 하다가 등에 통증이 너무 심해서 그만 애들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가끔 등이 활활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질 때면 앉아 있는 것 조차 힘이 들었다..
간호사 언니가 왔고, 다시 원장선생님이 오셨다..
원장 선생님은 원장실로 나를 데려가셨다..
"아무래도 주사를 맞아야 할 것 같애요....동통주사라고.........통증이 많이 심하고
아픈 환자들은 통증 완화시키라고 맞는 건데....이거 맞곤 두 시간 정도 꼼짝 말고 누워 있어야..해요...알았죠?? "
등을 전부다 걷고 마취 주사 같은 것을 먼저 놓더니.....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하시고선 다섯 군데 정도에 주사를 놓으시고 마구 문질러 대셨다
그래야 약이 퍼진다고...
주사기가 등을 찌를 때 느낌은 정말 섬짓하고......날카롭고 차가운 것이 내 온몸을 관통하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었다..
20분 정도를 마사지를 해 주시더니 얼렁 침대로 돌아가서 두 시간 동안 누워만 있으라고 하셨다..
기운이 완전히 빠진 듯했다..
병실로 오자마자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고...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랐다..
재인이와 은조도 걱정이 되었는지 옆에서 계속 말도 시켜주고.....자리를 지켜주었다..
오후 5시가 넘도록 경준이 녀석은 연락도 없고..오지도 않았다
오늘은 안 올 모양이네??
온다고 해놓고...
사람 들뜨게나 하지 말던가...
그런데.........우스웠다..
지금 나는 혼자도 아니고 여러분들이 다녀 가셨고, 옆에 친구랑 아는 동생까지 와 있는데..
왜 굳이 경준이 녀석이 안 온 것이 서운한건 지 모르겠다
훗.....
그 녀석 양반은 못 되었다..
6시쯤 되자 누가 병실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왔다..
평상복 차림의 경준이었다..
"야...너 뭐야?? 연락도 안하고.....지금 온거야??"
"미안해요...교회에서 일도 있었고, 엄마가 자꾸 뭐라고 하셔서....^^ 나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안 기다렸다..이눔아...이리와서 인사해...
내 베스트 프렌드 이재인 이고, 옆은 내가 6년 넘게 알아온 예쁜 동생 김은조 야...
은조도 너보다 누나다 ^^ "
"안녕하세요? 현경준이라고 합니다....."
쭈뼛대며 인사하는 그 녀석..
"오늘은 문병 온 사람도 많네요.....내가 안 왔어도 되었겠네...-_-;;;"
"친구들 이제 갈거야....그리고 너도 금방 가야하는 거 아냐??? "
........................
대답이 없는 그 녀석..
저녁 시간도 되고 재인이와 은조더러 밥을 나가서 먹자고 했는데....갈길이 멀다면서
그냥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더 잡지도 못하고 등에 맞은 주사땜에 움직이지도 못해서...
그냥 누워서 그 애들을 배웅했다..
다음주에 또 오겠다고 말하며 가는 고마운 친구들...
그래...이 정도면 나두 부자 맞네..
회사 사람들이 아무리 지랄 같아도.....
내 주위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 훨씬 더 많네.......행복했다
애들이 가고, 경준이와 둘이만 남게 되었다..
"많이 아팠어요??? 팔 좀 봐...이 병원 간호사들은 어떻게 뽑는거야?? 진짜?
사람팔을 저 모양으로 만들어 놓다니.....성한 데가 없자나...다 멍이라서....에이 씨..
그리고..오늘 무슨 주사 맞았다고 하던데...어디다 맞은 거예요???"
"하나씩 물어주세요....나 지금 움직이면 안되서..ㅋㅋ 내가 원래 혈관이 없어...
잘 터지고 약해서...^^ 간호사들도 고생이지 뭐...좀 아프긴 하지만 견딜만하고..
주사...등에 맞았어...무지하게 아프더라....좀있다 부터는 걸어다녀도 돼 ^^ "
"휴...아프지 좀 말래니까..그러게 알아주지도 않는 미친 회사를 위해서 뭘 그렇게 열심히
일했어요?? 자기 몸 다 망치면서!! "
"왜 니가 흥분하세요....^^ 나도 그 일이 좋아서..한건데 뭘....밥 안먹었지??
나도 저녁 안 먹었는뎅...^^ 좀 있다가 나랑 같이 나가서 저녁 먹자 ^^ 알았지??
그리고..우리 병실 할머니 두분 다 퇴원하시고 은희라고 애기엄마 한명이랑 저기 뒤에
애기 보이지?? 다예두 우리 병실로 오늘 왔어 ^^ "
"네....있다 나가서 맛있는 거 먹어요..."
"나 냉면 먹고 싶어 ^^ 나가서 냉면 먹자..어제 목욕탕 갔다 오다 보니까 병원앞에
냉면 집 있더라..."
"그래요..."
"근데 너 빨리 가야 되는 거 아니야??? "
"아뇨...오늘도 자고 갈거예요..."
"그러다 쫓겨난다 -_-;;; 집에서..."
"그럼 계속 누나 옆에서 신세 지면 되쥐...^^ "
드디어 30분이 지났고 난 환자복 위에 겉옷만 걸친 채 냉면집으로 갔다..
난 회냉면을 시켰고, 그 녀석은 갈비탕을 시켰다..
올만에 먹으니 넘넘 맛있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사장님 그리고 일하는 아주머니 세 분이 계셨는데..
아주머님들이 경준이 녀석을 보고 난리셨다..
"어머..이 총각 너무 예쁘게 생겼다..요즘은 아들들이 더 예쁘다니까...
원빈 닮았어....어뜨케..."
아........아주머님들..그건 좀 오버십니다..-_-;; 원빈이라뇨~~!!!
자세히 보니..예쁘장하게 생기긴 했지만.....원빈은 정말 오바다...ㅋㅋ
"둘이 앤 사인가부네?? 아가씬 좋겠어...애인이 이뽀서...아가씨도 예쁘긴 한데
총각은 완전히 연예인이다...."
우씨....가만히 있는 난 왜 끌어들이시는 겁니까.....ㅠㅠ
"아주머님들....그러면 우리 애인이 삐쳐요..저한테 너무 그러시면..하하핫...^^ "
순간..."미친넘.."하고 욕 할 뻔 했다..
우리 애인??? 저게 미쳤나?? 하는 눈빛으로 째려보니.....눈짓으로 가만히 있으라는
시늉을 한다..
밥을 맛있게 먹고 나와서...
"오늘 술 마시고 싶다....^^ 맥주 ㅋㅋㅋ "
했더니..
"환자가 술은 무슨~~!! "
"에이.....우리 있다가 한잔만 하자..응???? 제발....나 술먹음 괜찮아 질거 같애...술고파
술고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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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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