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이 보통이 아닌 나라

[ㆀ바나나둘이ㆀ]

보통 사람이 보통이 아닌 나라

  적어도 한국에서, 보통 사람은 보통이 아니다. 얼핏 기괴해 보이는 이 역설이 한국 사회에선 제법 먹힌다. 20년도 더 된 87년, 노태우는 자신이 '보통 사람'이라 했다. 육군 대장 출신에 장관, 특사, 당 총재, 훗날 비자금까지 수천억원 해처먹은 후보가 자신이 보통 사람이라고 주장하는데 사람들은 거기에 표를 줬다. 다들 보통이 아니다.

  비슷한 사람이 또 출현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을 국무총리로 지명한 것을 두고 "보통사람을 중시한 인선"이라 소감을 전했다. 학벌이 뛰어나지도 않고 화려한 경력도 없단다. 그의 이력을 살펴봤다. 진주사대 교사, 성균관대 법대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검찰청 감찰부장,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법무연수원장, 로펌 대표변호사, 법률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절로 욕이 나오면서 한 켠으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 서민(보통 사람)을 챙기겠다며 민생, 민생 외치더니 그게 이런 서민들이었구나!" 

  이쯤 되면 심각해진다. 특별한 사람은 커녕 보통 사람 되기가 이리 힘들줄 누가 알았나. 또 한 분이 오버랩됐다.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던 정동기 전 청와대 수석이다. 감사원장으로 지명되자 그는 "일류대를 나오지 못해 마이너리그로 살아왔다"고 했다.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한양대 법대, 캠브리지 대학원을 거쳐 법무부 차관, 대검 차장을 지냈다. 마이너리그가 저정도면 메이저리그는 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해진다. 서울대를 나왔으면 황제도 할 기세다. 

  지겹다. 마이너리그, 보통사람이라는 말은 저들 세계에선 충분히 통용됐을 것이다. 사법시험을 채 300명도 안 뽑던 시절, 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이니 그 집단 내에서 한양대, 성균관대는 소수였을 터이다. 근데 그건 냉정히 말하면 니네 사정이다. 한양대, 성균관대 그것도 법대의 입학점수, 학벌이 국민에게도 마이너일까? 적어도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면, 국정을 감사하는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면 그 땐 눈높이가 국민이어야 한다. 정용진이 이건희를 보며 부러워할 순 있겠지만 그걸 보고 "나 서민이오, 나 보통사람이오"하면 누가 알아줄까? 진정성따윈 하등 아랑곳 않고 그저 보통사람을 흉내내면 그게 진짜 보통사람들을 좌절시키고 보통이 아니게 만드는 길이다. 

  보통이 아닌 사람이 보통 사람을 밀어내고 그걸 정치 레토릭으로 써먹는 공직자가 있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리 만무하다. 국민이 바라는 건, 보통 사람 흉내가 아니라 보통 사람이 보통일 수 있는 나라이다.

[홍준]

보통의 기준은 일반 평균보다 약간 웃도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균 이하의 사람들...

근데 아시나요? 무한도전의 사람들은 '우리는 보통 이하의 사람들입니다. 보통인 여러분들에게 웃음을 드리기 위해서 방송합니다.' 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어느 누가 무한도전 사람들을 보통 이하의 사람이라고 생각할까요? 지금 무한도전 사람들은 인정받고 있지 않습니까! 보통 사람 이하의 사람들이 보통 이상의 대접을 받고 있으니 이것 또한 모순이군요

[1980]

지도자층이 '보통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죠. 오히려 보통 이상의 유능한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많을테고. 그런데 구태여 본인들에 대해 '보통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건 노태우 때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거.. 공감함다. 알고도 그러는 걸까요 몰라서 그러는 걸까요ㅋㅋ

[박세몬]

ㅋㅋㅋㅋㅋㅋ 공감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