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 조력 존엄사’는 존엄사 아닌 자살일 뿐
발행일2022-08-07 [제3306호, 23면]
지난 6월 국회에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의사 조력 존엄사 법안’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의사 조력을 통한 자살이라는 용어를 조력 존엄사라는 용어로 순화시켰을 뿐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것을 합법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상당히 높다. 법안 발의 이후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서 의사 조력 존엄사 입법화 찬성의견이 82%나 나왔다고 한다. 찬성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 ‘가족 고통과 부담’ 등을 들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생명을 단지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경제적 잣대로 ‘쓸모 있는 생명’과 ‘쓸모없는 생명’으로 나누는 죽음의 문화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리나라는 수십 년째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의 오명을 쓰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의사 조력 자살의 법적 허용은 생명경시 풍조를 더욱 유발할 위험이 있다. 의사 조력 자살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 효율성만을 추구하며 인간적인 관심과 돌봄의 문화를 잃어버린 결과일 뿐, 결코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는 길이 아니다. 교회를 비롯한 생명운동단체들이 발 벗고 이 법안에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다.
존엄하고 품위 있는 임종에 필요한 것은 주위 사람들의 경청과 돌봄이지, ‘죽이는 행위’가 아니다. 의사 조력 자살은 언뜻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깊이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심한 살인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