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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7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공공 기관의 간부직 86%가 문재인 정부 인사들로 채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부문 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350개 전체 공공 기관의 기관장·임원 3080명 중 문 정부 때 임명한 인사가 2655명에 달했다. 문 정부가 임기 말 친(親)정권 인사들을 대거 공공 기관의 기관장 및 임원으로 내려보내는 노골적인 ‘알박기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22일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 청사가 불을 밝히고 있다. 2022.12.25/연합뉴스
36개 공기업의 사장은 31명이 앞 정부 인사들이고 윤 정부 들어 임명된 사장은 3명뿐이다. 94개 준정부 기관과 220개 기타 공공 기관장의 85%(267명), 749명의 감사 및 상임이사의 84%(628명)도 문 정부 인사다. 문 정부는 임기 6개월을 남기고 공공 기관장을 59명이나 무더기 임명해 임기 말 인사는 다음 정부에 넘겨주는 불문율을 깼다. 이렇게 임명된 공공 기관 인사 대부분이 버티는 것은 임기 도중 해임이 유죄라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을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과 임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라면서 최근 사표를 낸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같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공공 기관 중에는 정권 색채와 무관하게 전문성이 우선시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권의 국정 기조와 긴밀히 연계해 업무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해야 하는 곳들이다. 앞 정권 코드에 맞춰 일했던 사람들이 새 정부 들어 180도 달라진 정책을 수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책 집행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공공기관장은 아니지만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허위 제보자의 공익신고자 지정 관련 보고를 3차례나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편파 방송을 해온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솜방망이 제재로 일관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 문 정부의 탈원전을 뒷받침한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은 원전 확대로 정책 기조가 바뀐 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 정부가 임명한 코레일 사장이 잇따르는 열차 사고와 관련된 국토부 장관 지시를 11일이나 현장에 전달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정권 바뀔 때마다 과거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 기관장의 임기 문제로 소모적인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새 정부가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들을 발탁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미국처럼 정치적 임명직에 해당하는 공직은 정권 교체 시 함께 물러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여야는 대통령과 공공 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법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새 정부의 국정 기조와 맞지 않는 공공 기관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