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27일 베어스 대 이글스, 박명환선수 대 송진우선수의 경기 리뷰

[karin25]

그동안 카페에 가입하지는 않았었지만 (오늘 첫글^^)
사실 저, 상당한 베어스 팬입니다. 제 나이 또래에 흔한 케이스, 원년 OB어린이
회원으로 시작해 우승의 단맛을 본 뒤 그 추억으로 20년을 버티고 있는
케이스죠.

올해 시작할 때 정말 기대 안했습니다.
네임밸류에 비해 영양가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타구단에 비해 쓸만했던
톱타자 뺐겼죠,
노쇠기가 분명했지만 그래도 거포에 강견을 가진 외야수도 내줬죠,
마무리 맡을 투수는 영 믿음직하지 못했고, 선발직은 몇 년째 계속
처음엔 좀 던지다가 곧 부상자로 가는 악순환속에 더이상 유망주가
아니게 되었지요...

시즌 시작할 때 타선에 모르는 선수가 세 명, 시마면 네 명 들어오고,
구자운 선수가 다 이기던 게임에 불을 지르는 걸 두 번 본 후,

역시 우리 팀은 올해는 아니구나 싶었지요.

근데 하나 중계를 보며 가능성을 본 게, 정말 작전을 안 쓴다는 거.
웬만하면 번트 댈 타이밍에서 강공으로 가고, 대타 세울 법 한
타이밍에 무명선수를 끈질기게 내보내고, 마무리가 몇 번 맞아도
계속 내보내는 걸 보고,

새 김경문 감독님이 전 김인식 감독 이상으로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는 걸
느꼈습니다.그러나 저런 뚝심은 올해가 아니라 2-3년 뒤에 지금
유망주들이 성장할 때 쯤 보상받겠거니 했지요.

걱정스러운 건 베어스의 구단주가 그 때까지 감독을 믿어줄
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정말 빠리 선수들이 보은을 시작하더군요.
중견급들은 꾸준하고 (김동주선수, 안경현선수, 장원진선수)
성장세의 선수들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홍성흔선수, 최경환선수)
유망주들은 빠르게 주전으로 성장했습니다. (윤재국선수, 손시헌선수)

더 놀라운 건 무언가 불안하다고 여겼지만 감독님이 꾸준하게 믿어온 선수들,
박명환선수, 구자운선수, 전상렬선수, 강인권선수 등이 완벽하게 살아난 것이죠.

여기에 빈약하다고 여겨진 타선이 아니라 투수에 외국인 선수를
전부 투자한 코칭스테프의 뚝심이 맞아떨어진 결과가 지금의 1위입니다.

27일 경기를 보러가기로 결심한 건, 지금 최고의 오른손 투수와, 당대
최고의 왼손투수의 대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장에 들어서서 라인업을 보는 순간, 승부가 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시에 회장님(송진우선수)이 너무나 불쌍하다는 생각도요.

이글스 타선의 핵인 데이비스선수는 사라졌고, 8개구단 최고의 톱타자인
이영우선수도 타선에 없고, 오직 믿을 선수라고는 김태균선수,이범호선수
정도? 나머지는 전부 낯설더군요.

그나마 올해 작년의 홈런기록을 이미 넘어서며 의외로 김태균선수와
양대 거포로 클 가능성이 보이는 이범호선수는 왜 8번에 가져다
놓은 걸까요? 그 앞에는 올해 12타수 무안타의 신인포수...

이글스 감독의 용병술은 연패에 대한 충격요법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무리한 수였습니다. 초짜 1번타자는 박명환선수에게 연속
삼진, 대체 왜 데려온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노쇠한 디아즈선수를 무려
5번타자에? 물론 결과는 4타수 무안타.

아예 승부를 포기한 듯 보였습니다.

초반에 회장님이 홈런 두 방을 허용하면서도 그럭저럭 노련미로
5이닝까지 3실점으로 벼텼지만, 이미 그 시점에서 누가 봐도
게임의 추는 기울어 있었습니다. 아예 승리에 대한 의지가
없는 팀과, 정말 더 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돌아가고 있는
사기충전한 팀의 차이가 확연했으니까요.

결국 경기는 2시간 24분만에 끝났습니다. 제가 야구장 가 본 이래
가장 빨리 끝난 경기였고, 바로 경기장을 나섰는데 이미
이글스선수들이 도망치듯 버스로 가더군요. 그들 뒤에 흥분한 이글스
팬 한분이 대체 야구를 이 따위로 하느냐며 마구 욕설을 퍼붓더군요.

그 팬의 심정이 이해가 갈 정도로 무기력의 극치였습니다.

그러니 경기 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고 투수들이나 좀 더 살펴보죠.

박명환선수는 한 바퀴 돌 때 까지는 철저하게 직구로 승부했습니다.
더운 날 낮경기 답게 몸이 잘 풀려 있었고, 최고시속 151㎞에
평균 148㎞정도를 구준하게 던졌습니다.

제구도 잘 되어서 포볼이 하나밖에 안 나왔지요. 이글스의 신인선수들이
받아치기에는 무리였습니다. 유난히 배트가 밀려서 나온 파울볼이
많이서 관중들이 신났죠. (애가 잡을뻔한 공을 어른이 가로채자
부산처럼 "애줘라! 애줘라!"가 나왔습니다. ^^)

두 번째 타석부터는 변화구(라곤 해도 송진우선수의 직구 수준인
137㎞의 슬라이더...)로 주로 카운트를 잡고 승부구로 직구를
던졌는데, 이것도 잘 먹혔습니다.

투구수를 세 보진 않았지만 거의 완투로 갈 태세였는데, 그만
근육통이 생기면서 7회 첫타자를 상대하고 물러났습니다.
삼진은 여섯개.

재작년까지 철벽 미들맨들인 이혜천선수,차명주선수를 이어받은
정성훈선수와 이재영선수가 이후를 깔끔하게 책임졌고, (결국 이혜천선수는
만년 유망주로 이렇게 끝나는 걸까...) 이번 시리즈에
나오지 않았던 구자운선수가 1타자를 상대하며 컨디션 조절을
하더군요.

송진우선수야 뭐 컨트롤은 누구나 알아주는 투수니까, 역시 포볼을
거의 주지 않았고, 그래서 경기가 빨리 끝났습니다.
다만, 투 스트라이크 이후 던지는 승부구(아마도 싱커류?)가
지나치게 낮게 깔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던진 두 개의 스트라이크가 홈런으로 이어지면서
승부가 결정났죠.

사실 두 개의 홈런 맞은 공도 전광판의 슬로우 모션을 보니
모두 코너워크가 된 공이었습니다. 선수들이 잘 받아친 거죠.

송진우선수 역시 첫번째 타석에는 138㎞ 정도의 직구 위주로 승부를
가져갔고, 두번째에서는 직구, 브레이킹 볼, 그리고 특유의
100㎞를 겨우 넘는 아리랑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노련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 경험없는 투수였다면 지금 불이 붙을대로 붙은 우리 베어스의
타선에 일찌감치 무너졌을 겁니다. (2번째 경기가 그랬죠)
노련미...그러나 아무래도 송진우선수의 노련미로 버티는 피칭은
이제 볓 년 남자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참으로 안타깝지만요.

이글스 타자들, 대선배의 호투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신들이
얼마나 미안했을까요? 이날 경기가 이글스의 분발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허접한 경기 리뷰 마칩니다.

[하하하하하]

전 한화 두산팬입니다.....송진우 선수 박명환 선수 모두 좋아하는데.....송진우선수는...지금 부상중이라 컨디션이 썩 좋은편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그나마 5이닝 3실점도 노련미로 한건데.....훌륭하죠...그리고 박명환선수 현재 최고의 우완인것 같아 기분이 좋네여.....김수경보다도.....어쨋든 두산 한화 화이팅입

[★지영_팬(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