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산리 은행나무
김완
1
도심 가로수 은행잎들 노랗게 물들어 겨울이 오기 전
살아 있는 화석 담양 고서면 후산리 은행나무를 보러 갔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창평 월봉의 소개로
오(吳) 선생 찾아올 때마다 말을 묶어 두었다는 나무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듯 초록빛이 강하게 남아 있다
거대한 수직의 노거수는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나 보다
2
배롱나무꽃 붉게 물든 명옥헌은 한 폭의 동양화
절정인 시절만 환호하는 생(生)의 이면에는
피지 못한 꽃봉오리가 찬바람에 박혀 있다
이파리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드나든다
풍경을 담기 위해 사람들 왔다가 가고
물 흐르는 소리 따라 꽃은 지고 시절은 간다
비로소 자유로운 오(吳) 선생 새소리 달고 서 있다
3
수직의 맹목보다 더러는 불특정한 방향으로 자라는
뒤틀릴지라도 제 뜻대로 성장하는 사유를 원하는
잎새 떨군 계절에야 드러나는 그의 본래 얼굴이다
하늘과 구름이 얼굴 비춰보는 연못에 가려 보이지 않던
저수지가 겨울 과수원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다
햇볕 따뜻한 수면 위 천둥오리들 모여 겨울을 나고
낯선 인기척 소리에 놀라 하늘로 떼 지어 날아오른다
4
설날 연휴 뒤 적막한 후산리 마을 흰 개 한 마리 '컹컹'
적막을 이기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외로움을 짖는다
이미 땅의 거름이 되어가는 떨어져 발에 밟히는 은행들
겨울 된바람에 독한 똥 냄새 어디로 갔나 흔적도 없다
아! 피안에 이르는 일은 무색 무미 무취의 경지 이러니
수직의 맹목을 세 번 사양한 오(吳) 선생 기억 한 조각
눈 쌓인 후산리 마을에서 궁극에 이르는 단서를 찾았네
첫댓글 담양 고서면 산덕리 485-1에 있는 노거수를 보러 갔다
무리 지어 꽃이 핀 명옥헌은 무릉도원 같기도 했다?
궁극 窮極
명사 어떤 과정의 마지막이나 끝.
유의어
구극2 끝1 마지막
면목 面目
1.
명사 얼굴의 생김새.
2.
명사 남을 대할 만한 체면.
3.
명사 사람이나 사물의 겉모습.
유의어
겉모습 낯 모양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