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가까워 올 무렵
한 남자가 편의점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물건은 사지 않고
한참동안 매장안의 샌드위치와 김밥을 뒤적거리자
편의점 주인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편의점 칠 십 오 프로가 투자금액만 회수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문을 닫겠다는 통계발표가 아니더라도
편의점 주인은 불경기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밤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는 근처의 대형할인점 때문에
매출도 시원찮고 시간제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맡겨놓은
계산대의 계산도 들어맞지 않을 때가 많고
인적이 드문 시간에 나쁜 마음을 먹고 들어온 사람에게는
꼼짝없이 현금을 털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편의점 주인은 기다리다 못해 손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손님 어떤 것을 찾고 계십니까?”
“유통기한을 봤어요. 혹시 유통기한이 지났나 해서요”
“몇 개는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지만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자정이 되자 그 남자는 삼각 깁밥 두 개를 계산대로
가져오는가 싶더니 잽싸게 밖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편의점 주인은 이미 예견하고 있었지만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배가 고프다고 말을 했으면 김밥 뿐만 아니라 어묵꼬지도 데워주고
우유도 한 개 주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었습니다.
금방 유통기한을 넘긴 김밥 두 개를 골라
도망친 그 남자의 인간적인 면을 생각하며
다시 손님이 끊어진 편의점에 앉아
유통기한에 대한 묵상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없는 한 가지를 생각해내자
희망 용기 기쁨 같은 것이 솟아났습니다.
유다인이면서 아무런 죄도 없이 유다인들에게 죽음을 당하시고
부활하셨던 예수님은 그들을 오히려 구원하시는
사랑을 몸소 보이셨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사랑은
계산되지 않은 유통기한이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