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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괴롭히지 말자 2010/12/20 22:12 | 추천 0 스크랩 0 | |
http://blog.chosun.com/ey10kim/5175442 | ||
성균관대학교 웹진에 좋은 글이 있어서 이곳에 옮겨본다.---김이영
우리말과 글을 괴롭히지 말자 홍경표 성균관 의과대학 교수
영국 사람에게 영어가 값진 문화 유산이라면 우리에게는 우리말과 글이 가장 중요한 문화 유산이다. 외국인이 우리를 ‘코리언’이라고 알 수 있는 점은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고 한국 음식을 먹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말과 글은 우리를 특징지워주는 아주 근본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요즈음 우리말과 글은 커다란 수난을 겪고 있다. 존댓말은 줄고 반말이 늘어나고 있으며,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에서 쓰는 문자는 기존의 언어 체계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말과 글은 자체적으로 생명력이 있어서 스스로 변화해 나간다지만, 틀린 방향으로 나아가는 부분은 고쳐잡아 주는 게 바람직하다. 근래에는 한자어마저 분별없이 마구 사용되고 있다. 한자는 동북아시아의 옛 조상들이 만들어낸 뜻글자로서 중국인만의 소유라고 할 수는 없으나, 마땅한 우리말과 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자어를 쓴다면 부자연스럽게 들릴 것이다. 우리가 흔히 타는 지하철에서 이러한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법으로 판매되는 물건을 구입하지 마시고...’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마음이 씁쓸해지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불법으로 파는 물건을 사지 마시고...’라고 말하면 훨씬 쉬울 텐데 왜 아는 척하고 부자연스러운 한자어로 표현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건 또 어떠한가. ‘...이동전화 수신음을 진동으로 전환하여 주시고...’ 이것은 ‘...이동전화 소리는 진동으로 바꿔 주시고...’가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 이러한 잘못은 아마도 안내문을 맡은 담당 직원이 알아서 작성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디서 유래한 한자어인지도 모를 용어도 꽤 눈에 띤다. 전에는 ‘분실물’이라고 표현했는데 요즘엔 ‘유실물’이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스키장에서는 ‘눈의 질’을 ‘설질’이라고 하며, ‘정설 실명제’라는 정체 불명의 용어도 튀어나온다. 경찰서에는 ‘주취자 보호실’이 있다고 하는데 ‘주취자’라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주취자(酒醉者)’란 ‘술 취한 사람’이란 뜻의 한자 조어일 텐데 ‘취객’이라는 단어가 알맞은 표현일 게다. 정체 불명의 한자 조어는 일본에서 유래한 것도 상당수에 이르리라. 일본식 한자어가 무조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그중에는 참신한 발상도 많지만, 우리에게 이미 적합한 단어가 있음에도 이를 대체해서 쓰이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에스컬레이터에는 ‘황색선 안에 탑승하세요’라는 주의 사항이 적혀 있다. 황색선? 그렇다면 빨간선은 적색선, 파란선은 청색선, 흰선은 백색선이란 말인가. ‘노란선(금) 안으로 타세요’가 눈에 더 잘 들어온다.
‘하다’ ‘되다’가 붙여진 한자어에 의해서 우리말의 아름다운 동사들이 밀려나고 있다. 예전에 한자를 많이 사용하면 ‘문자 쓴다’고 해서 유식하게(?) 봤던 시절이 있는데 마치 그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 반환하다 <-> 돌려주다, 환승하다 <-> 바꿔 타다, 준수하다 <-> 지키다, 점등되다 <-> (불이) 켜지다, 탑승하다 <-> 타다, 하차하다 <-> 내리다, 승차하다 <-> (차에) 타다, 부착하다 <-> 붙이다, 건조시키다 <-> 말리다, 종료되다 <-> 끝나다, 완료하다 <-> 마치다, 정지하다 <-> 멈추다, 지연되다 <-> 늦어지다, 소진되다 <-> 다 떨어지다, 개방하다 <-> 열다, 파손되다 <-> 깨지다, 구매하다 <-> 사다 등등 이루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한자어가 우리의 어휘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해 주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건전한 국어 생활에서 순수 우리말과 한자어 사이에는 우리말을 우선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여기 알량한 지식을 자랑하듯 한자어 위주로 쓴 한 광고 문안을 살펴보자.
국내유일(國內唯一) 브랜드(Brand)관련(關聯) 정부포상(政府褒賞) ‘2009년(年) 대한민국(大韓民國) 브랜드(Brand)대상(大賞)’ 수상(受賞)
대한민국(大韓民國)브랜드(Brand)대상(大賞)은 창의적(創意的)이고 선진적(先進的)인 브랜드(Brand)경영(經營)을 통(通)해 산업경쟁력(産業競爭力)을 제고(提高)하고 우수(優秀)한 브랜드(Brand) 육성(育成)을 통(通)해 국가경제발전(國家經濟發展)에 기여(寄與)한 우수업체(優秀業體) 및 지방자치단체(地方自治團體)를 포함(包含)하여 단(但), 4개(個)사(社)에 정부(政府)가 포상(褒賞)하는 영예(榮譽)로운 상(賞)입니다.
위 광고문에 쓰인 우리말은 거의 토씨와 어미밖에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언어 중 가장 위대한 인류 문화 유산이라는 한글을 우리 스스로가 이토록 푸대접할 수 있을까?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순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영어가 세계 통용어같이 되면서 특히 컴퓨터와 관련된 글에 어색한 영어가 최신 용어인양 쓰이고 있다.
게임, 3D입체영상, 아시아 환경에 포커스를 맞춘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영역과 기존 기술의 개발 등에 중점을 둔 튜토리얼 및 반일, 전일 강좌 제공. 최고 수준의 컴퓨터 애니매이션 상영회 및 프로덕션 토크. 예술, 영화, 광고, 디자인, 과학, 공학 분야의 인터랙티브 기법과 컴퓨터 그래픽스에 대한 발표가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 (광고문)
망가지고 있는 우리말과 글을 다시금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건전한 국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계몽과 교육이 필요하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간단하면서도 실행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만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말과 글 단체에서 광고, 선전 및 안내 문구에 관하여 자문을 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 공사에서 만든 안내 문구를 우리말과 글 단체에 보내면 거기서 이를 검토하고 올바른 표현을 제시해 주는 자문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된 세상이므로 이러한 자문은 인터넷을 통하여 아주 손쉽게 할 수 있다. 문구 검토는 국어 실력이 있는 수많은 자원 봉사자의 도움을 받으면 늦지 않고 제대로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글 고운 말은 보고 듣는 사람들을 순화시키므로 우리 사회의 정신 건강도 많이 좋아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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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적으로 공감하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