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후기
- 롯데콘서트홀
- 얍 판 쯔베덴 / 클라라 주미 강
- 차이콥 이탈리아 기상곡 / 브루흐 바협 1 /
베토벤 교향곡 5번
#.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사랑하면 닮아가게 된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와닿는 순간들이 있다.
오늘 클라라 주미강의 연주는,
마치 그의 연인이 바이올린을 한다면,
연주했을 법한 방식으로 곡을 들려주었는데,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주고받았을
영향을 생각해보면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닐테다.
#. 음표 하나하나를 허투로 대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의미를 담아내셨다.
또박또박, 스케일을 날리지 않고,
손이 따라와주는게 늦으면 늦는대로,
음표를 소홀히 하지 않고 한음 한음 눌러내어,
"나야, 16분음표."
존재감을 부각시켜주셨더랬다.
#. 꽤 오랜 시간동안,
그녀는 존재감있는
우리나라 여자 바이올리니스트였고,
나를 비롯한 많은 관객 역시
무대에서의 그녀를 오랜시간 보아왔을테다.
조금씩 변해왔던 스타일을 돌이켜보면,
십년도 넘은시절 처음 봤을 때와의 스타일은,
분명히 많이 바뀌었다.
#. 기교적이고 선명했던,
하지만 조금은 차가웠던 감정선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조금 더 원숙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감정선의 온도는 다소 올라갔고,
무감각하다기 보다는 사연있어 보이는
사운드로 바꼈고,
서두르지 않았다.
#. 그녀와 그녀의 연인이 가진 음악관을
감히 내멋대로 평가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누구나 가지고 있었을 법한,
젋었을 적의 치기를 한꺼풀 벗겨내고,
조금 더 진중해져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보고있나 한재민)
#. 너무나도 베르사체스러운
검은색 바탕의 드레스는
마냥 밝지만은 않았지만
강렬한 포인트가 있었던,
오늘의 연주와 잘 어울렸다.
#. 다만......................
궁극적으로 브루흐 이 곡을
이 무게감으로 하는게 맞나?
라는 근본적인 물음표는 있음.
#. 서울시향은 그래도 빠른 시일안에
쯔베덴의 속도감과 완급조절에 녹아들어
박자가 엉키는 빈도도 현저히 줄었음.
특히 1부의 호흡은 거의 완벽했는데,
오히려 2부 교향곡에선 살짝 흐트러짐.
#. 쯔베덴이 이 곡을 어떻게 끌고갈지,
예상했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유난히 박자감이 큰 이 곡을
(좋게 말해서) 맛깔나게,
(나쁘게 말해서) 뽕삘나게
그만의 스타일로 뽑아냄.
#. 특히 박자 첫음을 당겨서
붓점처리하는 것 처럼
곡을 끌고 가는 순간들이 있는데,
역시나 과한 조미료 느낌임.
일단 지금은 좋긴 한데,
어느 순간 물려서 쳐다도 안보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마음 한켠에 남아있다.
첫댓글 '나야 16분음표!'
ㅋㅋㅋㅋㅋㄱㅋ
무게감있는 브루흐바협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래도 너무 좋았어요~^^
매진된 표를 구할 수 있어 박종완님께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