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사람이란 하나의 근원적인 본질이다. 그것은, 황금 그릇에도 넣을 수 있으며, 질항아리 속에도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그 양자兩者 속의 본질은 완전히 같은 것이다.
그릇이 금이라 해서 그 본질의 값어치가 더한층 생길 리 도 없으며, 흙조각이라고 해서 그 속의 본질이 바뀔 것도 아니다. 그 본질은 불변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사람은 너무도 아름답다. 그러므로 나는 이것을 하나의 아름다운 그릇으로 만들고 싶다.”고 할 때 그 사람이야말로 삶에 매혹된 사람이다. 또한 그 사람이 “나는 그릇이 본질로써 가득 차 넘치는 한은 그 그릇이 무엇이든, 금이든 흙덩이든 상관없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 또한 삶에 매혹된 사람이다. 그러나 만약 그 사람이 그의 유일한 재산인 그 질항아리를, 다만 그것이 그만 금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던져 버리고 항아리속의 본질을 쏟아 버린다면 그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이미 타성에 젖어 있어 죽은 인간이다. 바꿔서 말한다면 환경이라는 것은 사람의 가치 그 자체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이다. 이점을 혼동하는 인간은 아무리 유리한 환경이라 해도 불충분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는 언제까지고 삶의 가치를 모를 것이며, 또 어떠한 생활에서도 결코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그가 그 존재의 무기력의 몸부림을 그치고, 죽음의 타성 -그때까지도 문어다리를 그의 목에 감아온 그 타성 속에 삼켜 졌을 때 비로소 그에게 가능한 한도의 행복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