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문학 세미나
일시:2012년 11월 15일 목요일~16일 금요일
장소:경남 창녕, 김해, 밀양
주관:수필문학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우포늪, 성혜림 생가, 수필문학 행사
* 우포늪
서울 압구정역 앞에서 버스를 탔다. 수필문학 문우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수필문학은 남편 유기섭 수필가님의 문단으로 시인인 나는 종종 이곳 문단 행사에 참석해 왔다. 이번 창녕세미나도 같이 가게 되어 기쁘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려서 간다. 대구 현풍 휴게소 부근에서 중식을 한후 먼저 들른 곳이 우포늪이다. 생태관에 가서 영상으로 우포늪에 대하여 보았다. 사계절 모두 다르게 비경을 자아낸다. 우포늪자연생태관에서는 습지에 서식하는 조류, 어류, 양서류, 포유류 등 야생 동물에 관한 자료와 습지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다양한 전시물도 있다. 생태관을 본 후 우포늪으로 걸어갔다. 갈대와 단풍든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 우포늪은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우포늪은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 늪지다. 1억 4,000만 년 전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 백악기에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낙동강 유역의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강물이 흘러들어 늪지와 자연호수들이 생겨나면서 우포늪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우포늪 인근 유어면 세진리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옛날부터 인근 주민들이 소를 풀어 키우던 곳이라 해서 우포(牛浦)라 불리기 시작했으며 무분별한 개발과 농경지 확장으로 인해 가항늪, 팔랑늪, 학암벌 등 10여 개의 늪이 사라졌고 1960년대까지만 해도 백조 도래지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다. 현재 가로 길이 2.5㎞, 세로 길이 1.6㎞로 담수 면적 2.3㎢를 유지하고 있으며 1997년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되고 1998년 람사르조약에 의해 국제보호습지로 지정되어 보호·관리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전체 식물 종류의 약 10%인 43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수생식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50~60%나 된다. 늪임에도 불구하고 우포늪이 맑은 물빛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수생식물들이 우포늪의 수질을 자연 정화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쇠물닭, 논병아리 등 텃새와 청둥오리, 쇠오리, 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이 이곳을 찾고 있으며 28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늪의 바닥은 수천만 년 전부터 숱한 생명체들이 나고 죽기를 거듭해 쌓인 부식층으로 단단하며 수면의 높이는 평상시 1~2m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가을이라서 물만 가득하다. 여름에는 저 물 위에 식물이 가득하단다. 청둥오리가 한가로이 노닌다. 드넓은 우포늪의 일부를 보았지만 그 풍경은 대단했다.
* 성혜림 생가
지난 달 한국시협 거창 세미나에서 가려고 했던 곳인데 시간관계로 못 가서 아쉬웠는데 오늘 가게 되었다. 우포늪에서부터 문화유산 해설사가 나와 설명을 해주었다. 성혜림 생가는 아주 으리으리한 부잣집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씨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이다. 경상남도문화재다. 경상남도는 창녕군 대지면 석리의 창녕 성씨 전통 가옥 14채 중 경건당 등 4채를 경남도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조선 시대 가옥으로 세련미가 돋보인다는 것이 지정 이유다. 가옥 소유주 성기상씨는 서울에서 살던 성혜림씨가 어린 시절 방학이면 종종 이곳에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혜림은 김정일의 아내였지만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여 2002년 모스크바에서 암으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여인다. 성혜림은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모친이다. 남북 분단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집안에 들어가니 가을 정취가 곱게 배어 기와집 풍경이 절경이다. 집 뒤에는 대나무를 심어서 산처럼 울창하다. 이곳 마을은 양파 시배지로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화왕산 자락 아래 아름다운 마을이다.
* 수필 문학 행사
수필문학은 남편 유기섭 수필가님의 문단이다. 우리 부부는 이곳 문단 행사로 해외 세미나 및 국내 세미나 등 여러 곳을 함께 다녀왔다. 시인인 나를 쾌히 초청하여 주어서 항상 감사하다. 이번 행사는 창녕 일성부곡콘도 세미나장에서 열렸다. 연차대회 및 출판기념회다. 한국수필문학작가회의 회원들이 일년에 한권 발간하는 수필 열매 책이 다. 강석호 이사장의 격려사로 시작하여 여러가지 행사를 진행했다. 창녕 전 문화원장이 나와서 창녕에 대하여 소개도 했다. 몇 명의 수필가가 대표로 수필도 낭독하고 각자 개인 소개 시간도 갖었다. 나는 수필문학 문우들과 같은 문학인으로서 많이 친해져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행사를 마치고 호텔 식당에서 석식만찬을 하고 712호 객실에서 잠을 잤다. 수필문학 문우들과의 정담어린 대화를 하고 더욱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노무현 생가, 영남루, 얼음골
*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생가
아침 식사 후 서둘러서 일정대로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생가로 갔다.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마을이다. 생가는 초가로 복원해 놓았다. 집 앞 밭에는 배추가 자라고 있어 사람의 숨결이 느껴진다. 생가 안마당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시 사진과 글을 전시해 두었다. 방에도 생활용품을 놓아 두었다. 집에서 나오자 '대통령님 나오세요'라는 문구가 애달프게 생시의 모습과 함께 있다. 조금 걸어가자 그가 마지막으로 몸을 투신한 부엉이 바위가 보인다. 참으로 아름다운 바위인데 왜 노무현 대통령은 저곳에서 생을 마감했는지 애처롭다. 바위 아래에는 파란 식물들이 마무 것도 모른다는듯 생을 예찬하고 있다. 그의 무덤도 만들어 두어 객을 맞이한다. 무덤까지 가는 길은 눈물겹다. 바닥에 대리석 한장 한장에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새겨져 있다. 사람을 가고 없는데 봉하마을은 여전히 평화롭다.
* 밀양 영남루
밀양 시가지를 지나서 갔다. 영남루는 밀양 시내를 흐르는 강변에 높이 솟아있다. 계단을 올라서 갔다. 아침 햇살이 곱게 내려 풍경이 더욱 그윽하다. 문화유산 해설사가 나와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보물 제147호 영남루는 조선시대 밀양도호부의 객사 부속건물로, 손님을 접대하거나 주변 경치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던 건물이다. 누(樓)란 건물의 사방을 트고 마루를 높여 지은 집으로 일종에 휴식공간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지어진 것은 고려시대다. 그 뒤 여러 차례 고치고 전쟁으로 불탄 것을 다시 세웠는데, 규모는 앞면 5칸·옆면 4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기둥은 높이가 높고 기둥과 기둥 사이를 넓게 잡아 매우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건물 서쪽면에서 침류각으로 내려가는 지붕은 높이차를 조정하여 층을 이루고 있는데 그 구성이 특이하다. 또한 건물 안쪽 윗부분에서 용 조각으로 장식한 건축 부재를 볼 수 있고 천장은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연등천장이다.
원래 그 자리에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영남사라는 절이 있고 절의 종각으로 금벽루라는 작은 누각이 있었는데, 고려시대에 절은 없어지고 누각만 남아 있었던 것을 1365년 공민왕 14년에 밀양군수 김주(金湊)가 통일신라 때 있었던 영남사라는 절터에 누각을 새로 짓고 절의 이름을 따서 영남루라 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1460년 세조 6년에 중수하면서 규모를 크게 넓혔으며, 선조 때 소실되었던 것을 1637년 인조 15년에 다시 지었고 지금 건물은 1844년 헌종 10년 밀양부사 이인재가 불에 탔던 것을 다시 세워 새로 지은 것이다. 넓은 강을 옆에 낀 절벽 위에 남향으로 있다. 전체적으로 부재도 크고 기둥 간격도 넓으며 중층으로 되어 우리 나라 건축 중에서는 크고 우람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건물 서편에 작은 부속건물이 딸려 있고 지붕이 여러 단으로 낮아지면서 연결되어 독특한 외관을 구성한다. 빼어난 경관과 건축미가 조화를 이룬 건물의 하나다. 동국여지승람에 이 건물을 노래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여러 문인들의 시가 전해지고 있다. 밀양강 절벽의 아름다운 경관과 조선시대 후반기 화려하고 뛰어난 건축미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누각이다. 영남루에 올라보니 밀양시가지가 다 보였다. 내려와서 바라보았을 때는 아주 높은 곳에 있는 누각이 아득하다. 선조의 지혜가 서린 고운 유적이다.
* 밀양 얼음골
밀양 얼음골로 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가을 단풍든 산 풍경이 절경이다. 또한 이곳 얼음골 마을은 사과 재배 지역이어서 온틍 마을의 땅이 사과 과수원이다. 주렁주렁 열린 사과가 고운 풍경을 자아낸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잠시지만 저 사과를 재배한 농민들은 일년 내내 힘들었을 것이다. 그 땀이 보여서 더욱 정겨웠다. 마을 길을 한참을 달려서 얼음골에 도착했다. 그런데 얼음골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중단되어 산 아래에서 바라만 보았다.
주왕산의 신선한 기운이 옥계계곡을 따라 흘러나오는 얼음골은 이름처럼 호흡까지 차가워질 정도로 한여름에도 서늘한 곳이다. 여름철 계곡은 어디를 가도 시원하지만 얼음골의 시원함은 여느 계곡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계곡은 긴 상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한기를 느낄 정도다. 계곡을 지키듯 우뚝하게 솟아 있는 절벽을 따라 흐르는 62m 높이의 물줄기는 인공폭포이다. 인위적인 모습이지만 햇살 아래 무지개를 만들며 수직낙하 하는 물줄기는 실로 장관이다. 몸에 이로운 음이온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폭포에서 폭포욕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폭포 옆의 얼음골 약수도 얼음을 띄운 듯 차갑다. 폭포수가 그대로 얼어붙은 겨울철이면 청송군이 개최하는 빙벽등반대회도 열린다. 얼음골이 있는 산정에는 못 갔지만 산 아래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비경이었다. 마을로 다시와서 중식을 하고 사과도 먹고 아름다운 얼음골을 떠나왔다.
* 청도와 선산 휴게소
밀양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 경부고속도로가 아니고 중부내륙고속도로여서 청도 휴게소와 선산 휴게소에서 휴식했다. 어제 내려갈 때와 같은 길이다. 이곳은 자주 오는 길이 아니어서 신선한 풍경들이 많았다. 특히 청도나 선산 휴게소는 처음 들르는 곳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아담한 규모의 휴게소가 정겹다. 선산에서부터 어두워지고 있다. 그래도 차가 막히지 않아 무리없이 상경했다.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다행히도 서울 도착해서야 비가 내렸다. 강변역에서 하차하여 전철로 집에 왔다. 남편 유기섭 수필가님의 문단인 수필문학 연차대회 및 출판기념회에 참가한 뜻 깊은 문학가을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