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본 도꾜 대동연구소 소장인 강민화 박사가 최근 전자우편을 통해 질문하고, 미국 뉴욕 통일학연구소 소장인 한호석 박사가 전자우편을 통해 답변한 대담기록이다.
논점 1 - 새로운 조미관계는 무슨 뜻인가?
논점 2 - 중대한 변화는 무슨 뜻인가?
논점 3 - 트럼프와 쿠쉬너는 일찌감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논점 4 - 트럼프는 합의사항을 이행할 수 있을까?
논점 5 - 고이즈미 보다 못한 아베, 조일관계의 미래
논점 6 - 수구야당의 몰락과 문재인 정부의 한계
<논점 1> 새로운 조미관계는 무슨 뜻인가?
강민화 : 전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조미수뇌회담이 진행되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할 데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조선은 미국을 “조선인민의 철천지원쑤”라고 부르며 적대시해왔고, 미국은 조선을 “완전파괴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적대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 공동성명에는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고 기록되었습니다. 새로운 조미관계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습니까?
한호석 :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1항에 명기된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는 구절의 속뜻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조선과 미국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한다는 말은 두 나라가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두 나라가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한다는 말은 조미적대관계를 발생시킨 원인이며, 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 악화시켜온 근본원인을 제거한다는 뜻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 폐기는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감행해온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북침핵전쟁돌격대로, 미국의 한국지배축선으로 존재해온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으로 완료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면, 조선과 미국은 국교를 수립하게 될 것이고,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맺게 될 것 입니다.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상대국의 대사관이 설치되는 날, 평양과 뉴욕을 오가는 항공로가 개설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1항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념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기되었는데, 여기에 나오는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념원”이라는 말은 평화공존에 기초한 공동번영을 바라는 염원이라는 뜻입니다.
조미국교수립은 평화공존에 기초한 공동번영을 가져올 것입니다. 하지만 조선과 미국은 평화공존에 기초한 공동번영 이상으로 밀착된 외교관계에로는 나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조미관계의 기본성격은 사회주의국가 대 제국주의국가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국가와 제국주의국가가 평화공존에 기초한 공동번영을 넘어서 안보협력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논점 2> 중대한 변화는 무슨 뜻인가?
강 :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싱가포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합의하던 역사적인 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여기서 중대한 변화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한 :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는 말 속에는 여러 가지 깊은 뜻이 들어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깊은 뜻 가운데는 조미관계를 정상화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통일공화국을 건설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반도통일전략구상도 있고, 세계 2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정세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전략구상도 담겨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반도통일전략구상과 대외전략구상은 서로 밀접하게 결부된 것입니다.
최근 세 번째로 중국을 연속 방문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중관계를 전통적 친선관계에 기초한 공동번영으로 발전시킬 것이고, 최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관계를 새로운 평화공존에 기초한 공동번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예견됩니다.
이미 든든한 민족자립경제토대 위에서 경제강국의 꿈을 추구해오는 조선이 앞으로 세계 경제의 지배자들로 자처하는 거대한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공동번영을 추구하면, 빠른 속도로 융성번영할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한반도가 통일되는 과정에서 남측 경제와 북측 경제는 강력한 민족통일경제권을 건설할 것입니다. 남북의 과학자, 기술자들이 첨단과학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남북이 풍부한 지하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남북이 자본을 공동으로 투자하여 생산력을 발전시키고, 남북이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세계적인 물류수송거점을 공동으로 건설하면, 그것이 곧 강력한 민족통합경제권으로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20년 뒤 한반도 통일공화국은 경제력과 기술력에서 발전된 서유럽 선진국들을 따라잡은 세계 일류급 경제강국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통일공화국을 세계적인 경제강국으로 건설하려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원대한 전략구상입니다.
이제껏 통일국가건설운동을 위해 자기의 청춘도, 자기의 열정도, 자기의 재산도 바쳐온 우리 통일운동세대들은 앞으로 20년 동안 차츰 늙어가겠지만, 날로 더 젊어지는 청춘강국, 번영과 풍요가 넘치는 경제강국, 고구려 이후 1,300년 만에 자주와 존엄으로 빛나는 위대한 통일공화국에서 우리 후대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8천만 민족이 맞이하는 미래는 백두산 천지를 물들이는 동해의 눈부신 아침햇빛처럼 더 밝게 빛날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 희망의 전부가 있으며, 바로 여기에 오늘 우리들이 통일국가건설운동을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논점 3> 트럼프와 쿠쉬너는 일찌감치 비밀을 알고 있었다
강 : 최근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지금까지 미국이 비핵화 문제만이 핵심인 것처럼 말해온 것을 보면, 자기들의 핵무장은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산물이라고 주장해온 조선의 주장이 먹혀들었다는 것이므로, 이는 조선의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지난해 11월 29일 조선에서 국가핵무력의 완성을 선포하고, 또한 올해 4월 전원회의에서 핵무력건설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포한 것을 보면서, 조선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판단하였고, 그런 승리의 연장선에서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이 성사된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조미대결에서의 조선의 승리와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의 성사를 서로 연관시켜보는 시각에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요구됩니다.
한 : 나는 매주 월요일마다 <자주시보>의 ‘개벽예감’에 연재하는 글에서 조미핵대결이 조선의 완승으로 종식될 것이라고 몇 해 전부터 예견해왔는데, 그 예견이 이번에 현실로 입증되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나는 최근 미국 언론매체를 통해 드러난 또 한 가지 비밀을 여기에 옮기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습니다.
<뉴욕타임스> 2018년 6월 17일 보도기사에 세 사람의 미국인이 등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며,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백악관의 막후실세로 알려진 재럿 쿠쉬너(Jared C. Kushner),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심복으로 미국 중앙정보국장을 거쳐 국무장관이 된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그리고 개브리얼 슐즈(Gabriel Schulze)가 그들입니다.
개브리얼 슐즈는 누구인가요? 영국 언론매체 <파이낸셜 타임스> 2013년 10월 30일부 보도기사가 그의 정체를 밝혀주었습니다. 2006년에 설립된 슐즈세계투자회사(Schulze Global Investments)의 최고경영자인 그는 싱가폴에 사는 미국인 투자자입니다. 그는 투자실패위험이 높은 나라들에 모험적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미개척 투자자(frontier investor)’로 유명합니다. 이를테면, 그는 에티오피아, 그루지야, 몽골 같은 나라들에 투자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오래 전부터 눈길을 돌린 곳이 조선입니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스> 취재기자에게 자신의 조선방문소감을 말하면서 “나는 북조선의 막대한 기초잠재력과 경제적 활력수준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하면서, 자기가 조선의 3개 수출회사들에 4건의 투자를 성사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누구나 슐즈처럼 조선의 거대한 경제발전잠재력과 경제활력을 목격하고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대조선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미국의 대조선경제제재가 어서 해제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슐즈는 대조선투자를 활성화하려면 미국의 대조선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는 점에 착목하였고, 마침내 모험적인 정치활동에 나서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평양과 워싱턴 사이의 비공개접촉통로 개설을 중재하는 일이었습니다. 슐즈는 쿠쉬너가 몇 해 전 아시아의 투자처를 살펴보기 위해 싱가폴에 갔을 때, 그를 처음으로 만났고, 그 뒤로 쿠쉬너와 투자문제를 놓고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러는 사이에 쿠쉬너의 장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쿠쉬너 자신은 백악관의 막후실세로 되었습니다.
워싱턴을 방문한 슐쯔는 쿠쉬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만나 조미비공개접촉통로 개설을 자신이 중재해보겠다고 제의하였습니다. 그런데 쿠쉬너 선임고문은 조미비공개접촉통로 개설문제를 자신이 맡지 않고, 당시 중앙정보국장이었던 팜페오에게 넘겼습니다.
쿠쉬너 선임고문은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에게 넘겼어야 할 조미비공개접촉통로 개설문제를 왜 당시 중앙정보국장이었던 팜페오에게 넘겼을까요? 거기에는 두 가지 사연이 얽혀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팜페오 당시 중앙정보국장이 조미비공개접촉통로 개설임무를 맡아볼 적임자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쿠쉬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관한 극비정보, 다시 말해서 미국 대통령에게만 보고되는 극비핵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쿠쉬너 선임고문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퇴임을 앞두고 있었던 제임스 클래퍼(James R. Clapper) 당시 국가정보실장이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관한 극비정보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배석하였습니다. 그래서 트럼프와 쿠쉬너는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조선의 완성된 국가핵무력을 해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조미핵대결에서 미국이 패하였다는 사실, 그래서 미국은 대화와 협상의 방법으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여 미국 본토에 대한 조선의 핵위협을 차단하는 이른바 조선의 ‘핵동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슐즈와 팜페오가 조미비공개연락통로 개설문제를 놓고 어떻게 은밀히 협력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미핵대결에서 미국이 패하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 깨달았으며, 이루어질 수도 없는 조선의 ‘핵폐기’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조선의 ‘핵동결’을 추구하는 대화와 협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사정을 간파하면, 조미핵대결에서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조선의 ‘핵동결’을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명분으로 합의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기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미국 본토를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동결시키는 비핵화를 뜻합니다. 그런 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완전한 핵동결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기도 전에 주동적으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전면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폐쇄하는 핵동결조치들을 단행하였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승자가 패자를 평화공존의 새로운 시대로 끌어가는 형국이 아닙니까.
<논점 4> 트럼프는 합의사항을 이행할 수 있을까?
강 : 조미수뇌회담 공동성명의 조항들은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되어야 하는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는 실천적 조치들을 취하여 이행전망을 한층 밝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 국내에서는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에 대해 그 무슨 “정치쇼”라느니, 미국이 조선에게 너무 양보했다느니 하는 반발이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움을 지적하면서 그의 변덕스러움 때문에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반발역풍을 뚫고 합의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까요?
한 :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정치적 임무는 두 가지로 축약됩니다. 하나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임무이고, 다른 하나는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임무입니다.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완전한 핵동결)을 실현하는 임무도 있지만,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주동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하였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임무를 수행하는 데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처분만 기다리면 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일은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고,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데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일은 두 나라가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들과 반대파들은 그가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고 하거나, 조미국교를 수립하려고 할 때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그의 앞길을 가로막으려고 광분할 것입니다. 그런 험한 고비들을 넘으려면 배짱과 고집이 있어야 하는데, 다행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배짱도 두둑하고 고집도 센 사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막강한 국가핵무력 앞에서 국가안보가 완전히 파탄당하는 최악의 위기에 처한 미국을 자기가 구원하여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 이후 미국인들의 존경과 추앙을 받는 위대한 대통령이 되고 싶은 야망을 품고 있습니다. 미국을 남북으로 분열시킬 사상 최악의 안보파탄위기가 엄습하였던 1861년 3월 4일 제1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였던 링컨은 자기가 지휘하는 북군이 남군에게 연전연패를 당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배짱과 고집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버텨 내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미국을 국가분열위기에서 극적으로 구원하였습니다.
그로부터 152년 뒤 미국은 국가분열위기에 버금가는 최악의 안보파탄위기에 또 다시 빠지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과 미국의 조미핵대결 패배입니다. 152년 전에 일어났던 국가분열위기에 버금가는 최악의 안보파탄위기가 미국을 또 다시 엄습하고 있었던 2017년 1월 20일, 링컨 대통령만큼 배짱이 두둑하고 고집이 센 대통령이 출현하였으니, 그가 바로 트럼프입니다.
그런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1년 5개월 뒤에 성사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에게 도발적인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지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 때,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그 요구를 받아들였고, 워싱턴에 돌아간 직후 곧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년 동안 매년 지속되어온 대조선전쟁연습을 영구히 중지하는 것이 펜타곤과 연방의회와 군수산업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중대사안이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과 상의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해버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직후 서울에 파견한 팜페오 국무장관을 통해 대조선전쟁연습 중지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였으니,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정도로 두둑한 배짱을 가졌으니, 험한 고비를 넘고 넘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합의사항들을 능히 이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짱만 두둑한 게 아니라 고집도 셉니다. 그는 백악관 각료들과 안보보좌관들이 계속 반대해도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자신의 고집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2020년 11월 3일 대통령에 재선될 것이고, 자기 임기 중에 주한미국군철수와 조미국교수립을 단행하여 150년 전 국가분열위기 이후 최악의 안보파탄위기에 빠진 미국을 구원할 것입니다.
<논점 5> 조일관계의 미래
강 :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과 관련하여 일본 정부나 일본 언론의 태도는 완전히 비정상입니다. 그들은 조선을 악마화하는 잣대를 휘두르면서 “북조선에게 속지 말라”느니 뭐니 하면서 비방과 폄하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더욱 한심한 일은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과 관련이 없는 이른바 “일본인 납치문제”가 조미수뇌회담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는 뚱딴지같은 소리도 늘어놓았습니다. 아베 정권이 “납치문제”로 가로막아놓은 조일관계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한 : 미래전망은 역사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전범국가이며, 패전 이후 자국의 국가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게 의탁하고 미국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왜소국입니다. 그래서 일본은 미국이 하자는 대로 따라야 하며,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걸외교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왜소국의 서글픈 신세입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따라다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하여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역사적인 공동성명을 채택하였으며, 그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완전히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쓰이는 통속적인 표현을 쓰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 형님만 믿고 졸졸 따라다니다가 결국 왕따를 당한 것”이지요.
2000년 10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이 조미공동코뮈니께에서 평양방문과 조미정상회담을 약속한 직후인 2001년 4월 26일 일본 총리가 된 고이즈미 쥰니찌로(小泉純一郞)는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정세 속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고 서둘러 조일관계 정상화를 추진하였습니다. 그는 2002년 9월 17일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일정상회담을 진행하였는데, 그 회담에서 조일평양선언이 채택, 발표되었습니다. 그 날, 아베는 관방장관으로 고이즈미 총리를 수행하여 조일정상회담에 배석하였습니다. 그 회담에서 이른바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을 자기의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들었던 아베가 이제 와서 그 사실을 뒤집어보려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참 파렴치합니다.
동북아시아 정세급변을 파악한 고이즈미 총리는 서둘러 조일정상회담을 추진하였지만, 동북아시아 정세급변을 파악하지 못한 아베 총리는 일본이 개입할 수 없는 데도 조선의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조일관계를 정상화할 수 없다느니, 미국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주제에 독자적인 대조선제재조치를 발동한다느니, 조선미사일방어훈련을 실시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그 무슨 ‘납치타령’으로 일본의 대조선적대감을 선동하여 재일조선총련에 대한 악랄한 탄압을 자행하면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모든 기회를 다 놓쳐버렸습니다. 곁에서 보기에도 민망할 지경입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아베 총리야말로 안보무능에 빠진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안보무능에 빠져 모든 기회를 놓친 아베 총리가 뒤늦게라도 조일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는 길은 철지난 ‘납치타령’을 그만두고 조선에게 정치적으로 굴복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지난 시기 고이즈미 총리는 조지 부쉬(George W. Bush) 대통령이 2003년에 조미관계개선을 완전히 파탄시키는 바람에 2002년 9월 17일 평양에서 채택, 발표된 조일평양선언을 이행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아베 총리는 앞으로 평양을 방문하게 되면, 조일평양선언의 기본원칙을 재확인하는 새로운 합의문을 채택, 발표해야 하고 그것을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고 있으므로, 그 뒤를 따르는 아베 총리가 새로운 조일합의사항을 채택, 발표하는 경우 그것을 이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조일평양선언의 기본원칙이란 조일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일본은 “과거 식민지지배로 인하여 조선인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준 력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속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을 표명”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아베 총리는 16년 전 고이즈미 총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사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사죄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지요. 식민지지배배상금 400억 달러(4조4,070억 엔)를 조선에게 주어야 하여, 태평양전쟁을 전후로 조선에서 사망한 일본인 유골 약 20,000구를 일본으로 송환하는 대가로 조선에게 9천75만 달러(100억 엔)을 주어야 합니다. 이 막대한 자금은 경제강국을 건설하는 조선에게 비약의 날개를 하나 더 달아주는 것으로 될 것입니다.
일본의 사죄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2002년 조일평양선언에 명기된 “재일조선인들의 지위문제”를 조선과 “성실히 협의”하여 해결해야 합니다. 이것은 재일조선인들을 억누르는 일본 당국의 악랄한 민족차별정책이 철폐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재일조선인사회는 장차 한반도에 건설되는 통일공화국의 전폭적인 원호를 받으며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이 강물처럼 넘쳐흐르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며, 민족교육, 민족문화, 민족경제협력을 급속히 발전시키는 대번영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논점 6> 수구야당의 몰락과 문재인 정부가 내려야 할 용단
강 : 앞으로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 공동성명과 판문점 선언이 동시에, 단계적으로 이행되어가는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난관들이 돌출할 가능성이 보입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결선거에서 여당이 수구야당을 누르고 압승을 거두었습니다만, 지난 시기처럼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남북합의가 실종되는 것 같은 불행한 사태는 더 이상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예견해야 합니까?
한 : 얼마 전 한국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완패하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선거패배가 아니라 몰락입니다. 그들은 선거패배의 후폭풍 속에서 당을 사분오렬시키고, 계파싸움으로 쫄딱 망하게 되었습니다.
현 정세는 대결에서 화해로, 전쟁위험에서 평화실현으로 급변하고 있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낡아빠진 대결주의에 목을 매달고,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향해 감히 도발적인 망발을 토해내고, 싱가폴 조미정상회담마저 반대하였으니, 그처럼 멍청하고 야만적인 수구세력이 민심을 잃어버리고 몰락하는 것은 자업자득의 정해진 이치입니다.
수구세력은 한반도의 정세발전이 낡고 썩은 것들을 쓸어버리는 거대한 사회역사발전이라는 진리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런 까닭에, 민족사의 저변에 오랜 세월 잠재되었던 엄청난 발전동력이 일단 발동되기 시작하면, 진보세력은 전진하게 되고, 그와 반대로 수구세력은 파산과 몰락에 빠지는 법입니다. 이것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사회역사발전의 합법칙성입니다.
한국에서 수구정당이 다시 집권하는 길은 영원히 막혀버렸습니다. 한반도의 급격한 정세발전과 근본적인 정세변화가 그 길을 영영 막아버린 것이지요. 그러므로 수구정당이 재집권하여 판문점 선언을 파탄시키거나 그 이행을 방해하는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안심해도 됩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한 쪽 당사자인 문재인 정부가 그 선언을 과연 끝까지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까 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반도 정세발전이 아직은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정세발전에 적응하고 있지만, 한반도 정세발전이 본격화되어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주한미국군이 철수하고, 한미동맹이 해체되면 문재인 정부는 그런 급격한 정세발전에 적응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판인데, 문재인 정부는 주한미국군 철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자기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정치이념적 한계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역사적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가 통일된 이후에도 주한미국군이 주둔해야 하고, 한미동맹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정세격변징후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를 단행하기 전에 한미동맹의존을 청산하고 자주권을 확립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끝) 2018.6.22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