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최근까지 많은 만화원작 영화가 제작되었다. 소재적인 측면에서 성인만화로부터 스포츠만화, 청소년만화, 무협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가 스크린으로 옮겨졌으며, 이 같은 만화원작 영화를 통해서 친숙한 스타들이 만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이전 시기보다 더욱 많은 만화들이 영화로 옮겨져 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만화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고 있다. 나아가 만화-영화의 크로스오버가 전체 대중문화 범위의 다양한 스펙트럼 선상에서 논의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1) 일본만화 원작 영화의 성공사례
1980,80년대와 비교해 볼 때, 21세기에 들어와 스크린에 올라오는 만화원작 영화의 대표적인 특징은 일본만화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한국영화가 큰 반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가장 <올드 보이>, <미녀는 괴로워>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들 영화의 원작은 각각 ‘납치당해 사설감방에 수년간 갇혔다가 풀려나는 주인공’, ‘다이어트를 통해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주인공’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영화 역시 이러한 원작의 특징을 살려 관객의 시선을 잡는 스토리로 재구성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이라면, 영화는 원작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구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요컨대, 영화는 만화 작품의 독창적인 상상력만을 빌려와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는 점이 일본만화 원작 영화의 성공사례에서 두드러진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와 관련, 1990년대 후반에 진행된 일본대중문화의 개방이 일본만화 원작을 한국영화의 소재로 가져오는데 있어서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기반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실타래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이라는 원산지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개방정책이 혹시 있었을지도 모를 ‘일본산’에 대한 ‘일방적인 오해’를 줄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에는 <데스노트> <허니와 클로버>의 경우처럼 일본현지에서 만들어진 일본만화원작 영화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대중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 웹툰의 영화화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상용화를 통해 전체 대중문화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이러한 대세는 당연히 만화에도 영향을 미쳤고, 사운드를 만화에 접목시킨다거나 플래시를 이용한 움직이는 만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스크롤을 이용한 스토리만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강풀, 강도하 등이 발표한 <순정만화> <아파트> <위대한 캣츠비> 등의 작품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는 웹 만화에서도 콘텐츠의 핵심이 ‘서사’에 있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서사’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영화로 옮기는데 있어서 웹만화와 출판만화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없으며, 2000년대 이후 스토리 중심의 서사 웹툰은 차례로 영화로 옮겨지게 되었다. 강풀 원작의 <아파트>, <바보>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순정만화> 역시 11월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B급 달궁의 <다세포 소녀> 역시 원작은 옴니버스 형태로 연재되었지만, 이를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해 영화화되었다.
3) 만화,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2000년대 들어와 나타난 만화원작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다양한 장르의 원작들을 스크린으로 옮기게 된 점을 들 수 있겠다. 주로 1980, 90년대에는 스포츠(<공포의 외인구단>, <신의 아들> 등), 성인(<가루지기>, <돈아돈아돈아> <변금련> 등), 액션(<카론의 새벽>, <비트> 등) 등에 치중했다면, 2000년 이후의 만화원작의 영화화는 무협, 드라마의 보편적인 만화장르부터 <식객>이나 <타짜>처럼 독특한 소재의 원작을 이용해 진행되었다.
이처럼 원천소재의 다채로움은 만화가 스크린에 이어 브라운관으로까지 옮겨져 다양한 미디어믹스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비천무>(2000년 영화 개봉, 2008년 드라마 방영), <식객>(2007년 영화 개봉, 2008년 드라마 방영), <다세포 소녀>(2006 영화 개봉, 2006년 드라마[케이블] 방영), <타짜>(2006년 영화 개봉, 2008년 드라마 방영 예정) 등을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겠다.
4) 명작의 재래(再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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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파이터 / 두사람이다 | |
2000년대 이후 진행된 만화원작 영화화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과거에 발표된 만화원작을 스크린으로 가져오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유명세를 타는 만화원작을 영화로 만들어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홍보효과를 배가시키는 경우가 많았던 과거에 비해, 이들 ‘명작의 재래(再來)’는 특히 원작이 탄탄하지 않다면 성사되기 힘든 사례일 것이다. 여기에 대표적인 사례로는 <바람의 파이터>(동명의 원작은 1989년 8월 11일부터 1992년 7월 20일까지 <스포츠서울>에 연재, 영화는 2004년 개봉), <두 사람이다> (동명의 원작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만화잡지
에 연재, 영화는 2007년 개봉), <뜨거운 것이 좋아>(원작 <10 20 그리고 30>은 1995년에 만화잡지 에 연재를 시작, 1999년 단행본 7권으로 완결, 영화는 2008년 개봉) 등을 들 수 있겠다.
이처럼 만화원작의 영화화는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사장르가 각광받는 최근의 흐름을 봤을 때 앞으로도 계속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중문화의 생산이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서 미디어믹스 되어야 성공의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만화-영화의 윈윈전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만화-영화의 상생(相生)이 산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도 성공적인 모델이 되어 우리 대중문화의 더욱 다양한 모습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