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집에서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를 예전에 오랫동안 도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두부 만드는 과정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먼저 콩을 불린 다음에 맷돌로 갈아서 곱게 으깨줍니다. 면보로 찌꺼기는 걸러내고 콩물만 받아서 물을 섞어 솥에 붓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간수를 조금씩 부어가면서 저어주면 콩물이 엉겨 붙어 덩어리가 생깁니다. 이 덩어리들을 면보를 깐 두부틀에 붓고 굳을 때까지 눌러놓으면 두부가 됩니다.
콩이 두부로 만들어지는 이 과정이 육의 사람으로 살던 세상 사람이 예수를 믿음으로 거듭난 후에 영의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먼저 콩이 두부가 되기 위해서는 맷돌에서 죽어야 합니다. 불린 콩들 중에 어떤 것들은 좋고 실하며 또 어떤 것들은 보잘 것 없지만 두부가 되기 위해서는 맷돌에서 다 죽어야 합니다. 맷돌에서 으깨지지 않은 단단한 콩은 절대로 두부가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콩을 불리는 물은 말씀이고 맷돌은 십자가입니다(갈2:20).
맷돌에서 으깨져 찌꺼기를 걸러냈어도 콩물은 물과 함께 불 솥에서 뜨거운 연단을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점점 영의 사람으로 익어가는 과정입니다. 이 연단을 통과해야만 콩물들에게 남아있는 생콩의 단단한 본성이 두부의 부드러운 성질로 변합니다. 이 연한 두부의 성질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그리스도의 성품입니다(마11:29). 그리고 위로부터 부어지는 간수라는 성령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로 한 몸을 이룹니다(엡4:2~4).
교회는 다양한 콩들이 연합하여 그리스도의 몸인 두부로 사는 곳입니다(고전12:12~31).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일을 잘하는 지체도 있지만 조용히 뒤에서 섬기는 일을 잘 하는 지체도 있습니다. 당연히 믿음도 각자 다릅니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의 몸 가운데서 분쟁이 없는 것은 더 이상 콩으로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콩들은 콩 볶듯이 서로를 비판하지만, 두부로 변한 콩들은 자기의 연약함을 알기에 믿음의 분량대로 서로를 의지하며 한 몸으로 살아갑니다(롬1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