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기도
가톨릭 서점에 가보면, 매일미사 책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있습
니다. 바로 '성모님과 함께 드리는 9일 기도』 책자입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
이 9일 기도를 바치길 원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주님의 도움이 간절할 때
그 마음을 9일 기도로 표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9일기도는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그리고 왜 그냥 9일기도가
아니라 성모님과 함께 드리는 9일기도 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9일 기도의 시작은 오늘 우리가 기념하고 있는 성령 강림에서 비롯되었습
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시고 40일간 지상에 머무셨습니다. 그리고 제자
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승천하셨습니다. 이후에 제자들은 어떻게 했을까
요? 모두 자신들이 지내던 2층 방으로 올라가서 기도에 전념했습니다.(사도
1,12-14) 그렇게 9일간의 시간이 흐르고 10일째 되던 날, 제자들에게 예수
님께서 약속하신 성령 하느님이 강림하시게 되었던 것입니다.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지상에 머무실 때 하셨던 일들을 그대로 해나갑니다.
이를 통해 교회가 생겨나게 되고 그 안에서 제자들의 임무와 권한은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을 교회의 생일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성령 강림 전 제자들이 바쳤던 9일간의 기도는 오늘날 가톨릭 안에
서 중요한 기념일이나 행사, 청원을 앞두고 바치는 기도로 발전하게 되었습
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특히 주님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9일
기도를 바칩니다.
그렇다면 왜 9일 기도 앞에 "성모님과 함께 드리는"이라는 말을 붙었을까
요? 그 이유는 제자들이 2층 방에서 기도할 때, 성모님도 그들과 함께 기도
하셨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상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 요한에게
당신의 어머니 마리아를 부탁하셨습니다. 이때부터 성모님은 제자들의 어
머니가 되셨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기도하셨습니다. 이제 성모님은 우
리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그 옛날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셨던 것처럼 이제
는 우리와 함께 기도해 주실 것을 믿기에 '성모님과 함께 드리는 9일 기도'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성모님과 제자들이 9일간 간절히 바쳤던 기도의 응답으로, 예수님께서는
성령 하느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제자들의 간절함이 이루어진 날이 오늘인
것입니다. 제자들의 기도에 응답하셨듯이 우리의 기도에도 응답하실 그분
을 믿으며 오늘 하루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20240519 -성령강림 대축일 -대구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