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꽃이 정으로 피다
허자경
정적을 깨우며 지나가는 완행열차가 시간을
멈춰세운다
바람도, 달도 서럽게 차다
강물은 거꾸로 흐르고
어떤 꽃도 피지 않았고
사방의 길은 푸르게 죽어있다
실종된 봄은 팔월이 되어야 찾아왔다
밤마다 어둠이 깃발처럼 펄럭이고
세상은 실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삼십년이 넘게 내 손톱이 길어지는 동안
참나물들이 웃음으로 다가왔다
뭉게구름은
피나무그늘 아래로 나를 데려다주었고
강변둑을 걸을 때마다
달맞이꽃은 ‘오! 솔레미오’ 축가를 불러주었다
해바라기꽃은 밤낮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계절이 바뀌어도 꽃들은 내 손에서 피었다
잔물결같은 주름진 정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오고 갈 때 우는 땅, 365일 울음의 땅
내 뼈를 온전히 묻고 싶다
동해를 향해 내 달리던 차를 멈춰 세웠다
황급히 miss정선의 아리랑 품으로 돌아왔다
출처: 시작은모임(young570519) 원문보기 글쓴이: 선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