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 가을호 반경환의 {사상의 꽃들}에서
작약을 보러간다
조 용 미
먼 산 작약
산작약
옆 작약
백작약
저수령 넘어은풍골로 작약을 보러간다
당신 없이,
백자인을 먹으면 흰 머리가
다시
검어진다
잠을 잘 수 있다
백자인을 먹으면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
측백나무의 씨
운석 같은 열매 속에는
백자인 여섯 알이
가만히
들어있다
저수령 넘어 은풍골로 작약을 보러간다
백자인은 측백나무의 씨앗이고, 이 백자인은 탈모와 불면증 치료는 물론, 변비 등에도 좋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작약은 작약과에 속하는 관속식물이며, 어린 잎은 식용으로, 뿌리는 한방 약제로 사용되지만, 그 꽃은 천하제일의 아름다움으로 모든 화원을 장악하고 있다고 할 수가있다.
조용미 시인의 「작약을 보러간다」는 일종의 언어 유희이며, ‘꽃놀이’ 가는 사람의 콧노래라고 할수가 있다. 더없이 간결하고 경쾌한 언어와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시구로, “먼 산 작약/ 산작약// 옆 작약/ 백작약// 저수령 넘어 은풍골로 작약을 보러간다”라고 콧노래를 부르고있지만, 그러나 시적 주제는 “당신 없이// 백자인을 먹으면 흰 머리가/ 다시/ 검어진다// 잠을 잘 수 있다”라는 시구에서처럼, 백자인을 먹고 불면증을 치료하고 다시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조용미 시인의 「작약을 보러간다」의 시적 주인공은 작약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진정한 주인공은 작약이 아니라 측백나무의 씨앗인 백자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백자인을 먹으면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 측백나무의 씨/ 운석 같은 열매 속에는// 백자인 여섯 알이/ 가만히/ 들어있다”라는 시구가 그것을 말해준다. “저수령 넘어 은풍골로 작약을 보러간다”라는 ‘꽃놀이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이고, 그 진짜 목적은 백자인을 먹고 불면증을 치료하고 ‘흰 머리’를‘검은 머리’로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꽃 중의 꽃’인 작약을 보러간다는 것은 만인들의 부러움과 찬양의 대상이 되지만, 측백나무 씨앗인 백자인을 먹고 불면증을 치료하고 흰 머리를 검은머리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일종의 측은지심惻隱之心과 노추老醜의 불쾌함을 자아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먼 산 작약/ 산작약// 옆 작약/ 백작약// 저수령 넘어 은풍골로 작약을 보러간다”는 것은 일종의 능청이지만, 그러나 이 능청은 그 의뭉스러움과 속임수보다는더없이 맑고 환한웃음을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진정한 언어의유희에 속한다고 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저수령 넘어 은풍골로 작약을 보러간다”라고 그처럼 맑고 환하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으면서도, 백자인을먹고 질병을 치료하겠다는 목적을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수령은 충북 단양에있는 백두대간의 고갯마루이고, 은풍골은 그 저수령 아래 있는 경북예천군의 마을 이름일는지도 모른다. 저수령 넘어의 은풍골은 산 작약과 백작약으로 유명한 마을이면서도 측백나무 씨앗인 백자인을 구해먹을 수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당신 없이”의 당신은 시적 화자의 진짜 속앓이의 대상일 수도 있고, 불면증의 원인 제공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나 당신은 부재 중이고, 당신이 없는데도 백자인을 먹으면 잠을잘 잘 수도 있고, 그 옛날의 건강한 ‘나’로 돌아갈 수도 있다.
조용미 시인의 「작약을 보러간다」의 진짜 주인공이 ‘백자인’이 아니라 ‘작약’이라면 백자인을 먹고 불면증을 치료하고 흰 머리를 검은 머리로 만들어, ‘꽃 중의 꽃’인 작약을 보러간다고 이해하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그의 콧노래는 진짜 오페라의 주연배우의 노래이며, 조용미 시인은 ‘꽃 중의 꽃’인 작약으로 새로운 삶을살게 되는 것이다.
모든 시는 마음의 병이든지, 육체의 병이든지, 질병의 치료가 그 목적이며, 모든 노래는 새로운 삶, 즉, ‘꽃 중의 꽃의 노래’라고할 수가 있다.
꽃은 아름답고 화려하고, 그 중독성이 강하다. 이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은 힘의 충만함과 그 상승의 느낌으로 모든 시인들을 왕비(왕자)로 만들어준다.
‘꽃 중의 꽃인 작약’―. 조용미 시인의 왕관이자 가장이상적인 꿈의 현실화라고 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