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이 환자가 달라졌어요
김문희 신부
원목실 수녀님께서 만난 한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어린이는 원목실에 가끔 들리곤 하는데, 처음에 왔을 때는 지금과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4살 때 처음 엄마와 함께 원목실에 기도하러 왔는데, 수녀님을 보고 ‘성당 아줌마’라 부르며 원목실에 들어오기를 거부해서 문 앞에서 돌아갔다고 합니다.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비단 수녀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당시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도 화를 내고 병원에서도 이것저것 거부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어린이의 사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당시 4달째 집에도 못 간 채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상황이라 답답한 마음이 컸을 것입니다. 3살 때부터 아파 걷는 것조차 불편할 때가 많았으며, 치료로 인해 외모의 변화도 겪어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린이로서 당연히 병원이 싫을 만도 합니다.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 잘 견뎠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제는 5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힘든 이식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고, 지금도 계속 아픈 곳을 관찰하기 위해 병원에 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원목실에 들어올 때 반갑게 들어옵니다. 병원에 다니면서도 누구보다 씩씩하고 자기표현도 잘합니다. ‘성당 아줌마’가 아니라 수녀님이라고 엄마에게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기도하는 모습도 꽤 그럴싸합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와 함께 원목실에 올 때면 지켜보는 사람에게 미소 짓게 만드는 밝은 아이입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프고 지치고 힘들면 마음에 슬픔이나 화가 밀려오고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고통 중에는 타인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고, 때로는 누군가를 밀쳐내고 싶은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어린이의 모습처럼 마음의 커튼이 조금씩 열리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꼭 신앙적인 부분이 아니어도 마음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 마치 기적과도 같은 감사함이 느껴집니다. 부족함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기다림’과 ‘도움’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든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원목실장 김문희 신부(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병원사목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