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은 한 곳에 멈춰져, 옛 기억을 더듬는다.
40여 년 전 고등학교 시절, 학교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던 자전거포가 간판만 새것으로 바뀐 채 그 시절 그대로 눈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용암동을 지나던 길에 눈을 의심케하는 장면을 맞이하고는 눈을 비비고 크게 떠 본다. 세월은 40년을 흘러와 2022년인데 그곳은 1980년 초의 모습 그대로다. 시간의 챗바퀴를 돌리는 시간의 신이 그 곳을 빼먹고 지나쳐 간 것이 아닐까.
내 의식의 눈 앞엔 1980년대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그 노포를 돌아 학교의 정문이 있던 골목으로 들어가고 있다. 자전거포 옆 골목길로 한참을 걸어들어가면 정문도 없이 떡하니 운동장과 그 너머로 학교 건물 한 채가 서 있었다.
청석고등학교가 지금은 건물이 많은 용암동 중심에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주변은 야산과 논밭이었고, 벽돌공장 부지에 학교를 지어 학교 옆엔 커다란 벽돌로 된 굴뚝이 서 있는 어울리지 않는 교정 풍경이었다. 체육과 교련 시간이면 먼저 운동장에 흩어져 박혀 있는 벽돌 조각을 줍고 나서 수업을 시작하였다.
그때 우리집은 청주시 우암동에 자리하고 있었다. 집에서 한참을 걸어나가 청주대학교 앞에서 버스를 타면, 시내와 영운동에 있는 일신여고를 지나쳐서 보살사가 있는 이정골로 가는 길목의 시골스런 마을까지 가야 겨우 차에서 내릴 수 있었는데, 학교에 들어가려면 그 자전거포 옆을 지나야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자전거포는 그때 당시에도 낡은 건물이었다. 집이 반듯하지 않고 뭔가 살짝 주저않은 느낌이랄까. 점포 주인은 그런 일을 하는 이들이 다 그렇듯이, 기름때가 얼굴, 작업복, 손 등에 뭍어 있고 시골스런 분의기의 사람으로기억난다. 그렇지만 학교가기 바빠서 자세히 보거나 말을 걸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그 노포의 모습처럼 세월의 풍화작용에 허리가 고부라져서도 일을 계속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자식이 물려받았을까. 언제 한 번 들려서 말씀 한 번 나누고 싶다. 그간의 잃어버린 세월의 기억들을 같은 세대를 살아간 동지로서 이야기 나누고 싶고, 생각나지 않던 기억의 조각이라도 떠올리며 가슴속에 추억의 액자 하나 걸고 싶다.
세월이 가면 앞날보다 지나간 세월을 들추며 추억을 떠올리며 몸서리쳐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텐데, 그이와 그때 모습 그대로 추억을 소환하여 가슴을 저미며 말 한마디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임머신이란 게 별게 아니다. 기억속의 그 언저리로 한 번 떠나보는 것이 그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 그 노포 앞에는 시간처럼 많은 사람들과 버스, 각종 차들이 지나고, 주인은 노구를 이끌고 자전거를 만지다가, 가끔 허리를 펴고 그 옛날 교복 입은 학생들이 드나들던 때를 떠올리며 미소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