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이 여러 상황으로 힘들다고 하는 얘기는 어제 오늘이 아닐 겁니다. 늘 그렇다보니 그게 엄살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엄살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대내외 악재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탓에 기업이 요즘 무척 힘들다고 합니다. 한국 10대 기업의 재무지표가 금융위기 때와 근접한 수준이라고 중앙일보가 어제 보도했습니다.
기업의 단기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금융위기 때와 비슷했고, 기업의 재고자산이 얼마나 빠르게 판매되는지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율은 금융위기 때보다도 낮다고 하는데 경제가 나빠 물건이 안 팔리니 재고가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을 1.7%로 낮췄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자료가 많습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우리 성장률이 올해 2%대 중반에서 내년 1%대 초반으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는데, 9개 IB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이고 심지어 -1.3%의 역성장을 전망한 곳(노무라증권)도 있습니다.
이 판국에 우리 국회는 내년 예산안 처리조차 하지 못하고 법정 기한을 넘겼고, 화물연대 파업은 어제까지 13일째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자동차 등 5대 업종의 출하 차질 규모를 3조5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는 어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제2, 3조 개정안에 대해 “기업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파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젠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그나마 경제가 숨통이 트일 것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점점 눈앞에 닥치는데도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국회를 보면 정말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국회가 국민을 너무 피곤하게 한다.”
며칠 전 기사 댓글 창을 보다 짧은 댓글 하나가 눈에 걸렸다. 예산안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를 둘러싼 여야 간 줄다리기를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이었다.
별다른 수식어도 부연도 없는 건조한 한 마디지만 요즈음의 국회를 이보다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후 예산안과 본회의 개의를 두고 여야가 시시각각 엎치락뒤치락하는 국회를 매일같이 오가며 그 한마디 댓글을 몇 번이나 떠올렸는지 모른다.
국회는 어쩌다 국민에게 ‘피곤한 존재’가 됐을까. 요 며칠 급격히 추워진 날씨보다 더 차가운 게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인 듯하다. 차가워진 민심은 여론조사로도 잘 드러난다.
지난달 16∼26일 유튜브 채널 나라사랑청년정치TV가 전국 30개 도시에서 실시한 거리투표 결과에 따르면 1만7320명의 응답자 중 약 91%인 1만5679명은 ‘국회의원이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근 정당 지지율도 여야 어느 쪽도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비슷하게 3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이후 여야는 모두 30~35%에서 지지율이 비등하게 엎치락뒤치락해왔다. 지난 7월 둘째 주 이래 여야 중 어느 정당도 지지율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당층은 계속해서 20% 중반대에서 30% 사이를 오간다. 높은 무당층 비율은 양당을 향한 냉랭한 민심을 반영한다.
뉴스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이 기사를 읽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떠올려보는 건 일종의 습관이다. 요즘 국회 상황을 전하는 기사를 쓸 때마다 국민이 느낄 피로감이 자연스레 공감이 된다. 민생·경제 위기로 국민의 삶은 어려워졌는데 이번 정기국회 내내 여야는 정쟁과 책임 전가에만 몰두했다.
우리 경제는 이미 최악의 혹한기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실제로 국민들은 얼어붙은 경제 상황에 허덕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와 금리는 이미 휠대로 휜 국민의 허리를 나날이 더 굽게 만든다. 무역수지는 8개월째 적자고 내년 경제 상황은 올해보다도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진다. 그럼에도 국회 정문을 들어서면 팍팍한 서민들의 삶이나 어려운 경제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닌 듯 오로지 상대 진영을 짓밟는 것만이 중요한 ‘딴 세상’이 펼쳐지는 듯하다.
지난 국정감사만 봐도 그렇다. 국감 시작 전까지만 해도 너 나 할 것 없이 ‘민생’의 팻말을 내걸었던 여야는 정작 국감이 시작되자 들고 있던 팻말은 어디로 내던져버렸는지 원색적 비난과 정쟁에만 몰두해 뚜렷한 성과 없는 ‘맹탕 국감’을 결과물로 내놨다.
예산안도 결국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 오는 9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안에도 합의가 이뤄질지 안갯속이다. 예산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후속 절차도 늦어지고 각종 정부 정책 시행에도 차질이 생겨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의 삶은 더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
서로가 서로를 ‘앵무새’로 부를 만큼 같은 얘기만 반복하며 양보도 협치도 내팽개친 국회는 지금 국민의 삶에 고통만 초래하고 있다. 누가 더 잘못했다 할 것도 없다. 국민의 삶을 버리고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도움은 안 되고 피곤할 뿐인 존재’가 된 국회가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다.>세계일보. 정치부 박지원 기자
지금 대한민국의 국회는 ‘딴 세상 국회’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여당이고 야당이고를 떠나서 당장 국회가 해결해야할 일들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야당은 대통령이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여당은 야당이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고 떠드는데 그런 해묵은 소리는 다 빛바랜 얘기들입니다. 지금 당장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직시하고, 자신들의 본분에 충실해야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어려움은 완전 남의 일이고 그저 당리당량에 빠져서 허송세월하는 분들을 보면서 정말 우리 국민을 가장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우리 국민들이 축구에 져서 열 받는 것이 아닙니다. 부라질에게 1 : 4로 졌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실력이 조금 딸리는 것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열심히 뛰었기에 격려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을 국회의원들이라고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정말 모르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우리 국민 90%가 국회가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