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이 있다.-2
지난 시간에 이어서 올리겠습니다.
여러 경전에 나타난
출가의 의미와 출가수행자의 정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근본설일체유부 비나야잡사》와 《잡아함경》을 보면,
“어떤 이가 찾아와서 출가를 원하거든
의복과 밥을 주고 4개월간 함께 살아야 하며,
만약 그를 관찰해서 제도할만한 자라고 보여 지면
비로소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는 것이다.
불법에 출가하는 자는
네 가지에 의지하고 구족계를 받음으로써 비구가 되는데,
네 가지란,
첫째,
누더기를 입고,
둘째,
걸식으로 살아가고,
셋째,
나무 밑에서 거처하며,
넷째,
남이 버리는 것을 얻어 약으로 쓰는 것이다.”
또 “비구들은
첫째,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도를 배우고,
둘째,
모든 번뇌를 끊고 해탈을 얻고
스스로 후생에 몸을 받지 않을 줄 알아야 하느니라.
집을 나온 사람은 하천下賤하게 생활하나니
머리를 깎고 발우를 가지고 집집마다 밥을 빈다.
혹시 천대를 받더라도 그렇게 하는 까닭은
훌륭한 이치를 구하기 위해서이니,
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근심과 번민,
슬픔과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해서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현대적인 출가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 이상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다음에 《미란다왕문경》에
출가에 대한 미린다왕과 나가세나존자의 대화를 보면,
“나가세나 존자여!
당신들은 무슨 목적으로 출가한 것입니까?
또 당신들의 최상의 목적은 대체 무엇입니까?”
“대왕이시여,
우리들은 이 괴로움이 멸하고
다른 괴로움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목적으로 출가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우리의 최상의 목적은 어떤 집착도 남지 않은
완전한 열반의 경지입니다.”
“나가세나 존자여!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런 목적으로 출가하는 것일까요?”
“대왕이시여,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목적으로 출가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왕에 대한 공포를 피하기 위해,
도둑에 대한 공포를 피하기 위해,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또는 생활을 위해 출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르게 출가하는 사람들은 이 목적으로 출가합니다.”
이와 같은 출가에 대한 대화를 보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출가의 근본적인 목적은
바로 괴로움을 벗어나 열반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면 좀 더 여러 경전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비화경》과 《중아함경》에서는,
“삭발하는 것만으로 출가라 하지 않는다.
대정진을 일으켜 중생의 일체 번뇌를 제거하려 할 때,
이를 출가라 한다.
내가 출가한 것은 병듦과 늙음과 죽음이 없고
근심·걱정·번뇌와 더러움이 없는
가장 안온한 행복의 삶을 얻기 위해서였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최초에 전해졌다고 하는 〈사십이장경〉에는,
“나는 왕자의 지위를 문틈에 비치는 먼지처럼 보고,
금이나 옥 따위의 보배를 깨진 기왓장처럼 보며,
비단옷을 헌 누더기같이 보고,
삼천대천세계를 한 알의 겨자씨 같이 본다.
열반을 아침저녁으로 깨어 있는 것과 같이 보고,
평등을 참다운 경지로 보며,
교화를 사철 푸른 나무와 같이 본다.”하였습니다.
사실상 〈사십이장경〉은 중국인들이 제작한 위경僞經인데,
그 내용은 당시의 불교에 대한 것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엄경華嚴經》에서는, “바른 가르침을 수지受持하고 여러 지혜를 닦아,
보리菩提를 증득하기 위해 발심한다.
심심深心으로 신해信解하여
항상 청정한 태도로 온갖 부처님들을 공경·존중하며,
법法과 승僧에도 이같이 하여 지성으로 공양하기 위해 발심한다.
보살이 생존하는 가운데 처음으로 발심할 때,
오로지 깨달음을 구해 마음이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 일념一念의 공덕은 깊고 넓어서 끝이 없을 것이니,
여래께서 설하시되,
한 겁劫을 다 소비한다 해도
능히 다 헤아리지 못하리라”라고 하였습니다.
올바른 출가정신이란 위없는 깨달음을 얻어
모든 고통을 벗어나 일체 중생을 구제하려는 위대한 정신인 것입니다.
결코 삶의 회피나 도피처가 아닌 것입니다.
가장 적극적인 삶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출가정신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자아실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를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음 시간에는 좀 더 깊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2024년 05월 08일 오전 06:37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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