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농민신문 공동기획] 명의에게 듣는다 (13)하지정맥류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않아 다리 정맥이 튀어나오는 질환
심한 정도에 따라 6단계로 구분
혈관이 일부 튀어나왔을 때보다 궤양 등 합병증 동반할 때 치료 필요
수술·레이저로 증상 악화 막아야
하지정맥류는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않아 다리에 정맥이 꼬불꼬불하게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힘줄이 튀어나오거나 혈관이 불거져 보이는 피부 질환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확하게는 정맥이 늘어나 생기는 질병이다.
일반적으로 가족 가운데 하지정맥류 증상이 있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오랫동안 서거나 앉아서 일하는 경우, 흡연 등이 하지정맥류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졌다.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좀더 흔하고, 특히 임신했을 때 하지정맥류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개는 출산 후 1년 이내에 정상으로 회복된다.
하지정맥류는 혈관외과 의사가 만나는 가장 흔한 질환으로, 외국 보고를 보면 인구의 20~30%가 앓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한해에만 15만명이 하지정맥류로 병원을 방문했다. 하지정맥류는 증상 정도에 따라 6단계로 구분된다(사진).
모든 하지정맥류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먼저 치료 목적과 환자의 기대치를 생각해야 한다. 하지정맥류 관련 증상으로 해당 부위의 가려움, 무거움, 화끈거림, 욱신거림, 쥐가 남, 부종 등이 있다. 증상은 주로 오후나 밤에 발생하며 아침에는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증상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어 하지정맥류와의 관련성을 주의 깊게 파악해야 한다.
4단계 이상을 만성 정맥부전이라고 부르는데 피부, 특히 발목 안쪽이 까맣게 변하고 궤양과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조기에 치료해 만성 정맥부전까지 진행되는 걸 예방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혈관이 일부 튀어나오거나(3단계) 거미줄처럼 보이지만(1·2단계) 증상이 없으면 대개는 치료할 필요가 없다. 아주 심하게 튀어나와도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약간 튀어나온 정도의 하지정맥류가 심해지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리고, 그것도 100명 중 한명 정도만 악화된다. 하지정맥류의 조기 치료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으나 나이 들어 치료해도 좋아지니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별다른 증상 없이 하지정맥류의 흔적만 보이는 경우도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정맥류를 얼굴의 주름살처럼 받아들이고 살면 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먼저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사용하고 약을 먹는 것부터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이런다고 하지정맥류가 없어지진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하지정맥류는 혈관에 생기는 일종의 ‘주름살’이다. 하지정맥류가 왜 생기느냐고 물어본다면 나이가 들면 탱탱한 피부가 늘어지듯 혈관도 늘어져 생긴다고 설명할 수 있다. 좀더 의학적으로 말하면 피부 쪽에 가까운 정맥의 판막이 손상돼 심장 쪽으로만 흘러야 할 피가 다리 쪽으로 역류해 정맥이 늘어나는 것이다. 피부 주름이 아무리 약을 먹고 운동을 해도 펴지지 않듯 하지정맥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하지정맥류는 일상생활에 영향이 없다면 그냥 놔둬도 된다. 혈관이 점점 손상된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뇌나 심장의 혈관 질환까지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과도한 걱정이다.
압박스타킹 착용 후 증상이 개선됐지만 압박스타킹 자체가 불편하거나, 벗은 뒤 증상이 반복된다면 좀더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의 흔적을 깨끗하게 제거하기 원한다면 더욱 그렇다.
합병증을 동반한 하지정맥류 즉, 4단계 이상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발목 안쪽에 까맣게 색소가 침착됐거나 잘 낫지 않는 궤양이 반복되는 경우 반드시 혈관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이 경우에도 압박스타킹 사용은 기본이고, 수술로 역류가 있는 혈관을 제거하거나 레이저·고주파·혈관접착제 등을 이용해 증상 악화를 막는 방법이 있다. 레이저 등의 방법은 수술보다 통증이 덜하지만 재발률은 다소 높다. 6개월 후 만족도 면에서는 수술과 레이저·고주파 사이에 차이가 없지만 수술이 재발률이 가장 낮다. 따라서 환자의 선호도와 나이 등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안상현 교수는…
중앙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외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맥류·동맥폐색·하지정맥류·혈전증 등의 진료와 연구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