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필요한 사람들 (양곤서신-173호 181221)

[손한락..]

쉼이 필요한 사람들 (양곤서신-173호 181221)

  이곳 아프리카 대륙의 제일 끝에 위치한 남아공은 지금 여름휴가철입니다. 지난 12월 15일부터 시작된 약 3주간의 휴가철은 여름휴가의 절정기입니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로 산으로 떠나 휴식을 취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휴식의 진정한 의미를 모른 채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겪은 사람들은 휴식보다 그저 일에 몰두하며 살아왔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제가 남아공에 와서 몇 가지 놀란 것 중에 하나는, 웬만한 승용차에도 짐차를 끌 수 있는 토바(tow bar)가 달려 있는데, 토바의 용도는 휴가를 갈 때 짐이 많으므로 별도의 짐차를 차에 달아 끌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캠핑용 캐빈을 달고 다니는 차량도 심심찮게 목격이 됩니다. 비록 남아공 사람들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한국 사람의 소득보다 낮지만, 남아공의 휴가문화는 한국의 것보다 훨씬 앞서 있는가 싶습니다. 그리고 남아공 전국에 리조트가 많이 산재해 있는데, 그곳에는 호텔처럼 숙박을 할 수 있는 객실이 있고, 방갈로가 있지만, 리조트 내의 한 장소에 반드시 캠핑장도 갖추고 있어 휴가객들이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며칠씩 지내게 됩니다. 캠핑장이라 하더라도 전기와 수도는 기본이고,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취사시설과 화장실, 샤워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캠핑하는데 전혀 불편한 점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국 목사님들은 대개 남아공 사람들처럼 이 휴가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저 역시 학교에 나와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학교 도서관도 2주간 문을 닫았지만, 도서관 아닌 다른 공간을 활용하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휴가를 못가는 이유는 어딜 가고 싶어도 휴가철에는 숙박비도 비싸고, 캠핑장 임대도 비싸고, 교통비도 비싸기 때문입니다. 캠핑장의 경우 평소보다 4배나 더 비쌉니다. 그렇다고 바가지요금이 아닙니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휴가철에는 수요가 많으므로 자연히 기격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유학생들은 휴가철을 피해 저렴한 시기에 휴가를 갑니다. (사역현황에서 계속).

  사랑하는 파송교회와 여러 협력교회들 그리고 개인 후원자들에게 오늘도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2018년도 며칠 남지 않았네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잘 보내시고 희망찬 2019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빠른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네요. 2018년 한 해도 여러분들의 기도와 헌신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저희가 선교사로서 14년째 해외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저희도 모르게 기도해 주시는 여러분들의 기도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의 연약함과 한계 앞에 한없이 나약해지고 자신감을 상실할 때도 있는데, 여러분들의 응원과 기도를 생각하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가족근황. 저희는 여러분들의 기도와 헌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으며, 계획한대로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다만, 내년 4월말이면 이곳 남아공을 떠나 미얀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좀 분주합니다. 제 마음 같으면 그 전에 논문을 다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지도하는 교수님이 많은 수정을 요구하시기 때문에 제 생각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교수님이 옳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지적하실 때마다 학문에 대해 제 눈이 더 떠지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도 미얀마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혹독한 훈련을 받는 것만큼이나 미얀마에서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으니까요. 내년이 되면 이곳을 떠날 준비를 조금씩 하게 되는데, 2년 남짓 짧은 세월을 이곳에서 보내면서도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서 사용해 왔는데, 이제 서서히 처분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구입할 때는 제 값 주고 구입했지만 팔 때는 헐값으로 처분해야 하니 유학의 대가를 단단히 치르는 셈이 되는군요. 저희 애들도 여러분들의 기도 덕분으로 한국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2. 사역현황. (서두로부터 계속) 여러분들은 선교사 개인의 삶이 어떠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평신도 시절 때 어느 선교사님의 설교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오지(奧地) 선교지에서 사역을 하시는데, 지대가 높은 곳이다 보니 몸이 많이 상하셔서 사역은 둘째 치고 사는 것 자체에 무척이나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뼈마디 마디가 녹아나 몸은 늘 통증으로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저와 많은 성도들은 그 선교사님의 희생적인 삶에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오지 선교지에도 주님이 부르시면 가야하기에 그런 곳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중남부아프리카 선교사수련회에 갔다가 듣게 된 이야기인데, 한 선교사님이 아프리카 차드라는 나라에서 선교사역을 하시는데, 비자 연장이 안 되어 그 선교지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차드에서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듣고 “참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인들은 ‘차드’라는 나라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차드는 아프리카 중서부 사하라사막 남쪽에 위치한 내륙 국가이며, 전 국토의 약 80% 이상이 사막지역이라 그야말로 삭막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 곳에서 사역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비자 문제로 그곳을 떠나야하는 게 그 선교사의 현실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희생적인 선교사의 삶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다른 각도로 선교사의 개인적인 삶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의 경우를 보더라도, 저도 미얀마 선교사로서 미얀마에 대한 애착이 있습니다. 지난 10년 이상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강의가 많아 하루의 사역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목을 너무 많이 무리하게 사용했기에 몸이 거의 녹초가 되어 있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신세지지 않고 지냈던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것은 힘든 사역을 마치고 돌아와 쉴 아늑한 집이 있고, 휴식할 시간적 여유가 있고, 매 끼니를 잘 챙겨주는 아내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저는 가끔 귀국하여 여러 교회에서 선교보고를 할 때도 건강하게 보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아마도 제 선교보고를 듣는 어떤 성도들은 “손선교사가 저렇게 건강할 걸 보니 선교지에서 별로 고생하지 않는가봐”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파송교회와 후원교회들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저를 파송했기에 그 파송목적을 잘 이루어드리는 게 저의 임무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 선교사역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이 장거리 달리기이기 때문에 건강해야 오래도록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몸 때문에 사역을 제대로 못하는 것보다, 건강하여 사역을 잘 감당하는 게 더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선교사는 고생해야 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보다, “선교사는 건강해야 해, 그래야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지”라는 생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제 이번 달 서신은 정리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여러 협력교회들은 물론이지만, 파송교회에 특히 더 감사하고 있습니다. 불철주야 기도뿐만 아니라 빠듯한 교회 제정에도 불구하고 선교비도 제 때 잘 보내주셔서 저희가 늘 건강하게 지내며,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저도 벌써 나이 60을 바라보지만, 앞으로도 건강하여 맡겨진 사역을 잘 감당하기를 원합니다. 주님이 허락하시는 그 날까지 미얀마에 주님의 나라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일에 계속 쓰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님 은혜 가운데 여러분들에게도 늘 건강과 행복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주님 다시 오실 그날까지 오직 선교를 위해 마음과 정성을 다하시는 여러분들의 가정과 자녀와 생업위에 하늘의 복이 풍성히 임하길 기도합니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남아공 포체스트롬에서 손한락/안미숙 드림.

  (기도제목)

1.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Myanmar Reformed Presbyterian School of Theology, MRPST)가 종교개혁과 성경에 입각한 개혁주의 신학을 미얀마에 전파하는 차별화된 신학교가 되고, 복음전파에 불타는 훌륭한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되도록. (연중 동일).

2. 미얀마개혁장로교단(Myanmar Reformed Presbyterian Churches, MRPC) 산하 39개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도들의 헌신위에 든든히 서고 성장해 가도록. (연중 동일).

3.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의 장기 비전인 신학교의 질적 향상을 위해. 특히 2019년 12월에 M. Div. 과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아울러 국적을 초월하여 많은 우수한 교수들이 준비될 수 있도록. (연중 동일).

4. 미얀마에 새로운 선교사님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선교사들이 전하는 복음으로 인해 미얀마가 하나님의 복 받는 나라 될 수 있도록.

5. 한 해가 지나면 주님 다시 오실 날이 앞당겨지는데, 그 전에 한국교회가 선교의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6. 2019년 12월에 시작된 새 학기에 신입생 10명이 입학하였습니다. 예상보다 많이 오지 않았는데, 앞으로 좀 더 학생들이 올 수 있도록.

7. 제 논문 작성에 주님의 인도하심과 지혜주시도록. 2019년 4월 말까지 논문작성을 마치고 제출하고 미얀마로 돌아갈 수 있도록.

8. 가족의 건강과, 바울이 동우 하경이가 일하며 공부하는 데 주님의 도움으로 늘 승리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