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화요일 오후
비엔나에 살고 있는 동생이 귀국해 모처럼 형과 저녁을 함께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오늘 마지막 산티 보는 날인데,.. 자그리티 가야하는데...” 하는 것은 ‘생각’뿐-
‘몸’은 어느새 가족과 함께 강남 식당의 어느 구석에 있습니다
그와 헤어진 후 집에 돌아오자 마자 나는 급하게 내 방에 들어가
흡사 연애중인 딸처럼 방문을 걸고 숨죽이며 다이알을 돌립니다 010-4708-9914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무심한 낯선 여자의 목소리만 칼바람으로 돌아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확인한 후 다시 걸어주십시오”
아~아 ~ 늦었구나, 한발 늦었구나 그에게 마지막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나는 왜 매사 요모양 요꼴일까.....
무너지는 가슴으로 내내 잠을 설칩니다
12월12일 수요일 오후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내가 나를 보아도 자못 불안합니다
병원 맞은편 뚜레주르 빵집에서는 연일 연말 장사를 위해 징글벨을 울려대며 악을씁니다
드디어 참지 못하고 강남구청 민원실에 신고합니다
“ 저놈의 징글벨 소리좀 죽여달라고..”
막상 퇴근시간이 다 되어도
이 추운 겨울 저녁-누굴 만나고 싶거나 마땅히 갈 곳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니 지금 이순간 그 어느 누구도 나를 만나줄 것같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지하도 입구에서 서성거리다가
문득 산티가 없는-자그리티에 혼자 남아
그리움으로 눈물을 글썽거리실지도 모르는 바바가 떠오릅니다
예상대로 자그리티는 쓸쓸하기로 작정한 풍경처럼 문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전에 다다가 건내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갑니다
(아마 이런 날을 예상하고 짓다다가 옛날에 나에게 열쇠를 주신것 같아요)
난생 처음입니다 -이런 밤에 아무도 없는 자그리티에 문을 따고 도둑처럼 들어가보기는....
지하의 어둠속에서 더듬더듬 불을 밝히자
자그리티는 마지막 남기고 간 산티의 손길로 구석구석 잘 정돈되어 있고
부엌의 식기들도 말 잘 듣는 초등학생처럼 가지런히 예쁘게 놓여있습니다
탁자위에는 짓다다에게 몇가지를 부탁하는 꼼꼼한 산티의 글이 보입니다
그 글을 무심코 훔쳐보다가 메모의 마지막 줄에 적혀있는 -
“body oil 하나 가져갑니다, 미안해요”라는 산티의 글에
나는 그만 순간 가슴이 무너지고 맙니다
“왜 추운 겨울 나라로 가는 그에게 꼭 필요한 것 하나쯤 생각하지 못했을까?”하는
자괴감과 함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복받쳐 오르는 설움으로
누가 볼까봐 불을 끄고 징~징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내 울음소리가 내 귀에 들리자 나는 더 슬퍼져 더욱 과장하여 울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구체적인 산티에 대한 그리움만은 아니고
무언가 내 삶이 서럽고 억울하고 비굴하고
평생 한번도 그 누구를 절박하게 사랑하지 못한
불구의 생이 파도처럼 덮쳐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사랑은 커녕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페허가 되어 떠나간
그들에 대한 뼈아픈 후회이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점점 어둠속에서 내 설움에 빠져들어
“니네들 나 없으면 심심할거야, 용용 죽겠지,”
하면서 이미 중고품이 되 버린 이 생을 발 뒤꿈치로 저만치 밀어버리고
바바 형님에 대한 서운함과 함께
우리 마르기들에게 작별인사 하는-비약적인 부정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몇곡 킬탄후에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오랜만에 어둠속 바바앞에 다시 앉아봅니다
바바는 오늘도 여전히 아무 말이 없으시고 그저 어둠속에서 그윽한 미소뿐입니다
어둠의 정적속에서
윗층 불가마 사우나에서 흘러내리는 어느 여자의 목욕물 소리도 쭈르르 들리고
겨울밤 창문을 흔드는 매운 바람소리도 들립니다
오늘따라 왠 일인지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 똑똑 계단을 내려오는 발자국소리에
가슴이 졸여옵니다
“어머나, 히마드리지 오셨네, 아이 좋아라!”라고
함박꽃 웃음으로 달려드는- 산티가 보입니다
돌아오는 텅빈 버스안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은
오늘 따라 요염하기조차 합니다
나는 문득 그가 ”스몰 바바 "였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늦은 시간까지 세계 지도를 보며
다가오는 구정연휴의 해외여행 스케쥴을 짜느라 벌써부터 가슴 들떠 있네요
아내도 역시 '함박꽃 웃음'입니다
오 바~바!! 이 끈질긴 삼스카라여~~
첫댓글 요새 몇 안되는 마르기들이 어째 이렇게 사랑 타령만 하고 있는지 모르것네. 사랑의 전문가이신 바바께서 요새 마르기 가슴 차크라들을 손보셔부렀을까? 바바, 살짝만 치시지 너머 치신 실수를 범하셔서 반작용이 심하네요. 여자마르기들은 독종들이라 별로 염려가 안되는디 심약한 남자마르기들(특히 늙은 아이들)이 쪼까 걱정이네요. 치신 김에 저 왕관차크라까지 치셔버리던지.
크크크큭... 히마드리지의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다, 언니의 글을 읽으니 킥킥 웃음이 나오네요. 그나저나 샨티님은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하시고 먼길 떠나셨군요.
샨티님! 쪼깨 영개인 챠이탄야 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샨티가 가면서 '샨티'님 이야기를 하셨어요. 함 뵙고 싶네요... 저는 서울에 있씁니다. 샨티님은 한국에 계신가요?
신의 소리님, 쪼께 영계라면서 노환인가? 저 저번 리트리트 라와때 춘향전 사회보면서 아주 팔딱 팔딱 넘어 갔던 노친네 생각 안나요? 전주에 있구만요.
샨티님! 제가 샨티님 글 보고 임실 리트리트 사진을 다시 봤죠. 그때 기타를 치시고, 노래도 하시고, 사회도 보신 분, 그야 잘 알죠. 그런데... 제가 워낙 이름을 기억 못한지라... 죄송^^* 같은 분이아니라 생각 했어요. 그리고 노친네라니까 정말 할머니 마르기가 따로 계시나 하고 생각 했어요. 그런데, 앞으로 노친네라고 하지 마세요...제가 사랑에 빠질만큼 아름다우시고, 열정적이신데... 노친네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샨티지! 인제는 절대로 잊을수 없겠네요. 사랑해요 산티지!
히히히히...너무 재밌다 ㅋㅋㅋ
그러니까 샨티가 떠나는 게 오늘 낮이군요... 나는 내복을 생각했지만 가슴에 사랑이 장기 출장 갔나보군요... 아프면 경마장에 말처럼 양옆을 가리게 되요... 경화된 기억을 재프로그래밍해야만 한다니까요...쭉 계속해서...
릴라바띠님, 못 알아 듣겠어요 ㅎㅎ 여러 번 읽었는데요 ㅋㅋㅋ
릴라바띠님! 저는 한번도 뵌적이 없는 '챠야탄야'입니다. 언제 뵐수 있겠죠?
우리 할머니 여름 빼고 세철 입으시는 모로 만든 내복이 있어요. 그걸 입으면 따뜻하긴 한데 빨고 말리기가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구요..
또 제 몸이 약하고 늙어서 이제 많이 천천히 살아야 하는데, 몸을 편하기 하기 위해 일을 빨리 하려다 보니 목에 디스크가 와버렸다는 그런 얘기...
그리고 제 습관 속에 박혀버린 이 속도의 문제, 누림을 연기하는 문제가 잘 해결이 안 난다.. 명상도 후다닥 빨리 해버린다니까요... 어찌하오리 자나키 언니?
릴라바띠 동생님! 원래 천재들이 너무 빨라서 힘든것 아닌가 싶어요. 글고 후다닥 하는 게 안하는 것 보담 백만배 낫잔아요?ㅎㅎㅎ
'실용적 신성'은 말이 안되남유? 시름시름 앓다보니 나사가 풀려가네요..
쪼깨 영계인 릴라바띠, 어째 이렇게 나같은 노친네 소리를 하고 있당가? 아직도 힘든가분데 우리 영감한테 한번 의논해보면 안될까? 침을 영판 잘농게.
실용적 신성이란 무얼 뜻하는지 알고싶습니다. 그런데 릴라바띠님 아프지 마세요...제발!
샨티를 만난후 이틀간 삼스카라를 태우며 방에서 꼼짝 못하고 앉아 있어요. 히마드리지의 글은 언제나 감동적이군요. 그 어떤 프로 작가의 글보다 가슴에 와 닿아요. 히마드리지가 가슴 조이던 날... 나는 샨티를 만났답니다. 그녀의 용감한 모습을요...
그렇죠? 히마드리지의 글은 정말 프로작가의 글보다 백만배 낫죠? 발 삔 것 다 나았어요? 우리도 멋진 디디(샨티님)가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산티를 생각하며 눈물로 깔아놓은 멍석위에 잠시 들어와보니 난리가 났구먼.... 인도제 형광등 불빛 아래서 차이탄야의 추임새에 맞춰 갱년기, 폐경기모여 잘~들 논다!!!
오랜만에 들렸어요, 그런데 히마드리지 너무 그러지 마시소잉~~~~~~~~~~~
늙은 춘향 히마드리, 어쩌다 운좋게 젊은 오빠 이 몸룡의 사랑 덕분에 많이 개과 천선하다 한양 떠나부러서 영 안되부렀네. 그 나이에 변학도도 없어 수절도 못하고!. 인자 갱년기, 폐경기들한테 뽀짝거리소.
하여간 우리 사랑하는 두 분 ㄸㅒ문에 유머 감각 좀 배우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