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857〉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정지원, 1970~)
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마지막까지 남아
다순 화음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찾으리
무수한 가락이 흐르며 만든
노래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뜻을.
- 2003년 시집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 (문학동네)
*2월 중순으로 접어든 오늘도, 영하 10도 이하의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때 쪽방촌이나 오래된 고시원 같은 허름하고 좁은 곳에서 기거하는 빈민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생사가 걸린 혹독한 날일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춥고 매서운 날씨라 해도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따뜻한 사랑과 자선을 베푸는 천사 같은 사람들이 있더군요. 그런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여줄 가장 인간답고 바람직한 광경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한 번도 실천하지는 못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겠고요.
같은 맥락으로 이 詩에서는, 외롭고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통해 위로해 주고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는 사람들이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존재라고 말합니다.
이 詩는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외롭고 고되며 어려운 사람이라도 노래를 듣는 순간은 모든 걸 잊고 삶의 기쁨과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밝은 미래에 대한 소망을 다짐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입니다. 그래서 희망을 전하는 그들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노래하는 사람도, 노래를 통해 스스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이것이 노래가 주는 놀라운 힘이겠지요.
사실 이 詩는, 90년대 민중운동이 활발하던 시절의 길거리공연을 보고서 솟아나는 감회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만.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