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인 연구실은 이미 수필집 '재주껏 한세상'에서 밝힌 바가 있습니다.
며칠 전 카메라를 갖고 간 김에 실내를 사진 몇장을 찍었습니다.
커턴을 친 저 창밖으로는 아파트가 보이니 전망이 별로 없어요.
창과 에어컨 사이에 사진을 걸어 놓은 것은 전기 계량기를 감추려고요.
저 그림은 사진집 '하회'를 출판한 이상헌이 해인사 부근에서 며칠간 자리잡고 찍은 사진입니다.
재주 많은 친구이었는데 파리, 베를린을 갔다와서는 나중에 행위 미술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선반 맨 왼쪽 꽃들은 신장실 식구들이 선물한 비누로 만든 꽃 바구니이고
가운데 그림은 나의 환자 기평 손영락이 그린 도봉산의 사패산으로 전시회에 갔다가 마음에 든다니까
전시회 끝나고 나에게 들고 왔습니다.
미니 오디오 아래에는 패널 히터, 그 옆에 마시다 둔 꼬냑과 위스키도 있고
냉장고 안에는 와인 두병, 그리고 캔맥주도 있지요.
신장실에서 히터를 하나 더 보완하여 주었습니다.
여기서는 컴퓨터만 보고
막상 책은 소파에 앉아서, 아니면 누워서 보지요.
보다가 잠이 들어도 그만.
쉴때는 정년 기념으로 교원공제회에서 받은 안마기로 안마도 하고
에소프레소 커피 머신은 아직 연결도 하지 않았고
그 아래에는 공기 청정기도 꽂혀 있습니다.
위의 액자는 돌아가신 손권배선생이 나에게 써주신 '숨은 병소를 핀세트로 집어내라' 란 뜻의 글입니다.
몇장의 사진은 몇년 전 청계산 옛골 등산할 때,
지금 미국에 있는 내친구와,
서울의대 학장과 동아제약 강회장과 동창회에서,
그리고 후배의사와 경주 남산 칠불암에 올랐을 때, 입니다.
전공서적들은 대부분 후배의사에게 물려주고 몇권만 가져왔고
오히려 비전공분야인 역사책, 중국고전, 경영학, 문학과 시집들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 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매달린 부채는 후배교수가 나의 정년 기념선물로 부친이 쓴 글시.
그 오른쪽에 인공신장실 식구들과 찍은 사진.
그 위로는 LP 판 몇장도 보이네요.
동양화 아래에는 슈피어리어 김사장이 준 골프모자,
나는 물론 산책할때 쓰고 다니지만.
조촐한 살림살이이지요.
그러나 혼자 쓰기에는 넉넉한 방입니다.
첫댓글 방 구경 잘 했습니다. 공간 배치가 잘 되어서, 수납도 가지런 합니다. 필요한 것은 거의 다 있는 것 같고....
그러니까 언제나 숨을 곳이 있다는 게 좋은 점.
작은 왕국으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데 아무도 범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참으로 좋은 아이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