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향수(鄕愁)
먼동이 트면 저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살며시 그리움 속으로 들어갑니다.
햇살이 곱게 피어오를 때, 싸리 대문(大門) 앞에서
활짝 미소(微笑) 지으시며 서 계시던 어머니-
자식(子息)들이 객지(客地)에서
돌아오는 발길 가벼워지라고
아침부터 대문 밖을 서성이시던 모습,
이젠 아련한 추억(追憶)으로
내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늘 햇살처럼 포근한 어머니의 사랑과
추억이 듬뿍 담긴
내 유년(幼年)의 시절(時節),
싸리 대문 앞 감나무에는
가을의 풍요(豊饒)로움을 말
해주듯 빨간 감 홍시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담 너머 대추나무에는 수확(收穫)을 알리는
대추들이 빨갛게 익어 가고,
장독대 옆 한 모퉁이에 복(福)주머니처럼
자태(姿態)가 아름다운 석류(石榴)가 입을 벌리고 있는
가을의 고향(故鄕) 집 풍경(風景)은
눈이 시리도록 그립습니다.
황금(黃金) 들판이 물결치는 그곳 행복(幸福)의 들판에서
풍년가(豊年歌)가 들려오는 고향은 우리 형제(兄弟)들의
땀방울도 버들가지 소슬바람도 시원하기만 했던
풍요로운 들녘 아련히 내 가슴에 피어오르며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햅쌀밥과
햅쌀로 만든 인절미 오늘따라 눈물겹도록
그 음식(飮食)들이 먹고 싶어집니다.
사랑의 손길로 만드신 음식(飮食)을
행복으로 배를 채우던 자식들
지금은 그분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셨지만,
어머니 산소에 성묘(省墓)도 못 가 뵙는 불효(不孝)의 자식-
부모(父母)란?
가시고기의 생이라고 말했듯이
정말 돌이켜 보니 부모님
우리 부모님께서는 가시고기 생이었습니다.
자식에게 사랑을 다 주고도 부족(不足)해서
제 살마저 다 내어놓고
먼 하늘나라로 가신 내 어머니-
곱기가 산기슭 홀로 핀 구절초(九節草)처럼
맑으신 내 어머니-
집 앞 감나무에 까치만 울어도
먼 길 떠나 고생하는
자식이라도 행여 올까 봐 하루 종일(終日)
내심 기다리시던 내 어머니-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꼭 이맘때면 봄과 함께 나에게는
향의 향수와 어머니의 사랑 주머니가
내 가슴을 후벼 파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이별(離別)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하지만
늘 추석(秋夕) 때면 시끌벅적했던 우리 고향 집-
사람 사는 향기(香氣)가 내 코끝을 간지럽히며
그리움의 병(病)이 가슴에 쌓입니다.
반달처럼 고운 어머님의 손길에
반달처럼 예쁜 송편이
우리 자식들 입으로 들어갈 때
어머니의 배부른 웃음
예전에 정말 몰랐습니다.
세월(歲月)이 흐르고 내가 자식을 키우다 보니,
그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큰 사랑인 줄
뼈저리게 느낍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뵐 수 있다면
너무 간절(懇切)하건만
애달픈 내 가슴만 조일뿐,
시간(時間)은 흘러가는 구름처럼
어머니와 나의 추억은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무심(無心)한 세월아
무심(無心)한 세월아
봄이 오면 봄 속으로 내 그리움은
온 고향 산천(山川)에 가 있습니다.
고향의 향수에 젖어서 눈물짓지만,
눈가에 아련히 피어오르는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나마 위안(慰安)을 받고,
그때가 그립고 애달파서
온몸이 아파오지만 행복했노라고
말할 수 있어서 언제나 고향의 향수는
내 살과 뼈와 같은 존재(存在)입니다.
백발(白髮)된 불효자식(不孝子息)
어머니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불러도 對答(대답) 없는 이름이지만
그래도 목놓아 불러봅니다.
어머니~~~
- 모셔온글-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심순덕 -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아!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 글/심 순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