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자전거 타다 '맨홀'에 빠져 부상…"시 절반 책임"

[사무실지기]

/사진=Max Pixel

퇴근 후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던 민우(가명)씨는 큰 사고가 날 뻔 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 도로 한복판이 움푹 파인 것을 보고 급히 방향을 꺾었던 건데요. 놀란 민우씨는 도로를 정비해달라고 민원을 넣었습니다.

2016년부터 2년간 국민신문고 등 민원정보분석시스템으로 집계된 자전거 주행 안전과 관련된 민원은 6000여건이 넘습니다. 특히 야외활동이 잦은 봄에는 이같은 민원이 더욱 급증하는데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전거 도로를 새로 설치해달라는 민원보다 민우씨의 사례처럼 기존 도로를 정비해달라는 민원이 44.7%(2870건)으로 가장 많습니다. 자전거 도로 함몰, 균열이나 맨홀 파손으로 인한 보수를 요구하는 내용은 무려 72%(2066건)에 달합니다.

/표=국민권익위원회

◇야간 자전거 타다 맨홀 빠져…시 책임 물은 시민

만약 야간에 자전거를 타다가 뚜껑없는 맨홀에 빠져 부상을 입었다면 누구 책임일까요?

실제 이같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A씨는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지인과 왕복 4차선 도로 갓길에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그 곳에는 뚜껑이 없는 맨홀이 있었는데요. 이를 발견하지 못한 A씨는 그대로 주행하다 자전거 앞바퀴가 구멍에 빠지는 바람에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습니다. 이 사고로 A씨는 코뼈와 머리뼈가 부러지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맨홀 앞에는 라바콘(고깔콘) 2개와 오뚜기콘 1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를 피하지 못했던거죠.

A씨는 도로 관리 주체인 시를 대상으로 일실수입(사고로 일을 못해 입은 손해비용), 치료비, 자전거 파손비용, 위자료 등 19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 측은 A씨가 맨홀에 빠진 것은 운행 과실이라는 주장입니다.

재판부는 어떻게 판결했을까요?

◇ 사고예방 소홀히 한 시·안전모 안쓴 시민 잘못 '반반'

수원지방법원은 시에 50%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A씨에게 75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자전거 앞바퀴가 덮개 없는 맨홀에 빠지는 바람에 몸이 땅으로 곤두박질 치며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의 주장대로 A씨가 단순히 미끄러져 넘어졌다면 이 정도로 심각하게 다치지 않았을 거라고 본거죠. 목격자 역시 자전거 앞바퀴가 맨홀에 빠져 뒷바퀴가 들려있었고 같이 있던 동료가 이를 꺼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또 도로를 관리·보존하는 시는 안전한 통행을 위해 야간에도 충분히 식별할 수 있도록 안전 표지판이나 안전 칸막이 등을 설치해 사고를 방지해야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도로의 설치 또는 관리·보존상의 하자는 도로의 위치, 구조, 교통량, 사고시 교통 사정 등 도로의 이용 상황과 본래 이용 목적 등 여러 사정과 결함이 있던 위치, 형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맞게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97다32536).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 도로가 없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운전할 때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서 통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야가 좋지 않은 야간에 자전거를 탈 때는 이를 지키기 어려운데요. 다가오는 차를 피해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서 벗어나 갓길로 진행하기도 하죠.

실제 사고 지점에 놓여있었던 라바콘과 오뚜기콘. /출처=판례

법원은 이 같은 상황을 시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맨홀 근처에 자전거나 차량 등의 통행이나 접근을 금지하는 경고 표시, 안전 칸막이, 안전망 등의 안전조치를 설치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시가 마련해둔 라바콘과 오뚜기 콘은 야간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안전조치로는 보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반면 A씨에게도 50%의 책임의 인정했는데요. 운행 당시 야간이었는데도 전방 및 좌우를 충분히 살피지 않았고,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아 사고 피해가 커졌다는 이유였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3조의2(자전거의 통행방법의 특례)

② 자전거의 운전자는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아니한 곳에서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하여야 한다.

[출처]  https://blog.naver.com/naverlaw/22150358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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