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br><br>얼음이 필요했다<br>우유갑을 내려놓고<br>옵을 불렀다<br>차에 탔다<br>마을을 벗어났다<br>진입로에 들어섰다<br>마을을 지나쳤다<br>교차로에 있던<br>거대한 나무가 잘렸다<br>밑동은 남았다<br>자르고 나면 다시 자라긴 하나 거, 틈만 나면 베려고<br>안달이야 미용실도 말이야 짧게 잘라달라고 하면 다 밀<br>어버린다니까 없는 거랑 같나 원, 머리 자르고 온 건 알<br>고 있어? 한마디도 없길래 아예 밀어버려서 안 보였나<br>투명 커트라고 할까 봐<br>마트에 도착했다<br>얼음 틀을 들었다 내려 놓았다<br>각 얼음을 샀다<br>주택 앞에 주차했다<br>스케이트보드 위에 주저앉은<br>사람들이 홀짝하고 있었다<br>시동을 끄고 구경했다<br>두 손을 흔들어 <br>동전이 짤랑거릴 때<br>깔고 앉은 보드가<br>좌우로 움직였다<br>바퀴가 굴렀다<br>각자 등 뒤에 둔<br>잼 병에 우표가 담겼다<br>옵은 목을 빼고<br>차창 가까이 갔다<br>그러게 말이에요<br><br><br>커피 머신 전원을 켜고<br>램프가 점멸하는 동안<br>손을 씻었다<br>이빨로 밀폐된 봉투를 뜯어<br>캡슐을 삽입했다<br>진동음과 함께<br>커피가 추출됐다<br>유리잔에 따랐다<br>우리 야영장에 갔었지 냄비에 물을 끓었어 김이 피어<br>오르면 빻은 커피콩을 융 조각에 쏟고 깔대기에 담았지<br>컵에 올려두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잠깐 향이 나 좀 지나<br>면 온데간데없고 바위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어 따뜻했<br>어, 맛도 기억하면 슬픔 없는 양반이겠지 따뜻했어, 에고<br>차에 갔다<br>뒷자석에서 각 얼음이 담겼던 봉투를 꺼냈다<br>물이 칠럼됐다<br>현관에 주저앉아 워커 끈을 풀었다<br>옵은 소파에 앉아<br>우유를 발라보았다<br>팔걸이에 올려두지 않은<br>손을 모으고 기다렸다<br>그럴 걸 그랬죠<br>싱크대에 봉투를 놓고<br>포크로 수차례 찔렀다<br>사방에 뚫린 구멍으로 <br>물줄기가 빠져 나왔다<br>소파는 눌린 자국 없이<br>판판했다<br>싱크대를 두드리던 물줄기가 멈추고<br>오그라던 비닐이 남았다<br><br><br>- 이 자켓 시 ‘카 토크 Car Talk’모두<br><br><br><br>JJJ에겐 관리된 정원<br>부인과 자식<br>사랑 닮은 불꽃도<br>없다<br><br>커피포트에 물을 끓인다<br>여과지에 고온의 물을 <br>두 차례 나누어 붓는다<br>종이 냄새가 올라온다<br>여과지를 충분히 적신 뒤<br>개수대에 물을 버린다<br>증기는 견고하다<br><br>원두를 분쇄한다<br>아침부터 내린 비가 창을 통과했고<br>규칙적인 저음이 계단을 두드리고<br>방문 아래로 기어 다닌다<br>몸을 웅쿠린 채 쓰러져 잠든 저음을<br>빗자루로 쓸어낸다 바닥에서 밀려나며<br>팔을 뻗어보지만 늘어진 손아귀에<br>붙잡히는 것은 없다<br><br>얇은 물줄기를 붓는다 <br>중심에서 바깥으로<br>원을 그리며 벗어나도록<br>손목은 고정하고 팔을 돌린다<br>기다린다 주전자를 쥐고<br>참아본다 물이 빠져나간 여과지<br>굵은 물줄기를 쏟는다<br>앞선 기다림보다 적게 물도 적게<br>주전자를 기울여 한 지점을<br>적시고 마른 입술에 침 바른다<br><br>실내화 뒤축을 끌고 <br>거실을 가로질렀다<br>낮은 소파에 앉아<br>담배를 태웠다<br>커피를 한 모금 혀로 굴리고<br>손가락에 묻은 물기는<br>소파 가죽에 문질렀다<br>주전자에 남은 온수를<br>커피에 따른다<br><br>비바람이 들이친 바닥에서<br>강물을 빨아들인 <br>나무껍질 냄새가 풍긴다<br>부엌에서 커피포트가 끓고 있다<br>다인용 탁자를 들이려 했다<br>밀대를 쥐고 돌아다니며<br>이곳에, 아니 이곳에<br>배치할 곳을 짐작하였다<br>전화를 붙잡고 문의 하기도 했다<br>옮길 염두가 나지 않는 묵직한 탁자를 원했다<br>자주 고동색이면 더 멋질 테이블 하나<br><br><br>- 이자켓 시 ’Rinsing’모두<br><br><br><br>*새로운 시집을 펼침은 항상 새로운 옷을 사서 입어보듯 셀레인다. 많은 출판사를 통해 시집들이 출간 되지만,, 이자켓 시인의 (거침없이 내성적인) 시집은 평소의 두가지 내 선택적 요소에 의하여 내게로 왔다. 시집 뒷면의 ‘광고 시’와 ‘시인의 말’에 의해서,, 시를 쓰는것도 어렵지만 시를 묶어서 시집으로 묶는 것도 지난한 일이다. 40 여편의 시를 읽어 나가며 정밀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는 듯, 나도 모르게 형상화 되는 이미지에 슬며시 웃으며 시인에 동조 되었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 “설명서는/ 한마다 더 얹지 않고/ 한마디 없거나 참지 아니하고 ” 라고 적었다. 적절한 표현이다. 시들을 읽다보면 적절한 표현에 더하거나 덜어낼 필요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공감의 나를 본다. 역설적이지만,, 시는 이렇게 쉽게 읽혀져야 한다. 윤동주 시인이 시대 속에서 ‘쉽게 쓰여지는 시’에 아파 했다면, 지금의 시대는 술술 읽혀지는 ‘씌여진 만큰 그대로 이해되는, 읽혀지는 시’가 필요하다. 하루에도 수 만편의 시가 쓰여지고, 사라진다. 어떤 의미에서든 ‘필요충족’을 이룬다면 그 시대를 읽는 시라 생각한다. 이 시집을 읽으며 유쾌 했다고 할까?!…<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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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홍수염님의 감상을 더하니 이해하기 쉽습니다.
저도 다시 시집을 펼쳐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더위가 시작이군요. 일상의 시간에서 화이팅! 하시고 하루 만큼 더 성장하는 날들이 되시길,, ^^~
옵,은 뭔가요?
이 시에서 옵은 인칭 대명사, 운전기사 또는 지인을 칭하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