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전쟁
- 김선태
꽃들의 전쟁이 터졌다
목표는 섬진강변에 온통 꽃불을 놓고 올라가
지리산 천왕봉에 봄의 깃발을 꼽는 일
구례 산동의 산수유 소대가 먼저 노란 연막탄을 쏘아 올리자
광양 다압에 집결한 매화 군단의 사격이 일제히 시작됐다
자욱한 포연을 뚫고 화개로 진격해 들어가자 이번엔
쌍계사 벚꽃 연대가 하얗게 질려 그만 혼비백산한다
지리산 곳곳에서 펑펑 터지는 산벚꽃 포대의 파상공세
이제 세석평전이 붉은 피로 덥힐 때까지
철쭉 군단과의 마지막 일전만 남았다
고지가 눈앞이다
ㅡ월간 《시》(2023,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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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길목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전제입니다
마치 피난 행렬같은 인파가 몰리는 유명 장소들이 등장하네요
섬진강변 십리벚꽃길이 활짝 열리는 게 목표입니다
구례 산동의 산수유, 다압의 매화, 화개 장터와 쌍계사 벚꽃길이 북적대면
지리산 천왕봉 가는 길섶에 산벚꽃이 널립니다
세석평전에는 붉은 철쪽꽃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겠지요
우리 고장 길가에는 이팝꽃이 마구 피기 시작했습니다
봄꽃의 전쟁이 무르익으면 곧 여름꽃들도 참전을 준비할 것입니다
결국 일년 내내 꽃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