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다. 흔한 택시 한 대 보이지 않는 홍대 거리 위로 어둠이 짙게 내린다. 너는 왠지 센치한 겨울밤이라고 했다. 뭔가를 쓰고 있냐고 물었다. 센치할 때는 글을 쓰지 않는다 한다. 난 주로 센치할 때 뭔가를 끄적이는 편이다. 네가 외로울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나였음 좋겠다. 가장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나였음 좋겠다. 시간 지나면 그렇게 될테지만.
이런 밤 너와 함께 어디론가 실종되고 싶다. 눈 덮인 설원의 외딴 오두막에서 네 안으로 조난하고 싶다. 적막한 사위에 탁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모닥불을 쬐며. 석쇠 위에 고기를 굽고 해물탕에 따끈한 술을 곁들여도 좋겠다. 투꺼운 모피 러그 위를 알몸으로 뒹굴며 사랑을 말하던 우리는. 어느덧 번잡한 세상으로부터 잊혀지고. 우리 스스로도 떠나온 세상을 깡그리 잊은 채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만하다. 그렇게 너와 잠들고 싶은 밤이다.
첫댓글 아침에 이 글을 보면 안되는 거였는데.. 오늘 할 일 잔뜩인데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