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과 한국은 사목회의 임기와 학제가 다릅니다. 한국은 12월 말에 사목회의의 임기를 끝내고 새해가 시작되면 새롭게 시작합니다. 학년도 12월에 방학을 하고, 새해가 시작되면 새 학년이 시작됩니다. 미국은 6월에 사목회의 임기를 마치고 7월부터 새롭게 임기를 시작합니다. 여름 방학을 마치고 가을에 새로운 학년을 시작합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하듯이, 미국에 있으면 미국의 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임기를 마치는 사목회가 7월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사목회에 넘겨줄 ‘예산’을 책정하였습니다. 본당 예산의 30% 이상은 건물 유지와 보수를 위해서 책정되었습니다. 각 분과의 예산은 조금씩 늘기도 하고, 줄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청소년 분과의 예산이 전년에 비해서 많이 늘었습니다. 전년에 비해서 70% 이상이 늘었습니다. 이유는 부주임 신부님이 한국에서 오면서 청소년 분과의 행사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으로 멈추었던 청소년들의 ‘피정과 캠핑’이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부주임 신부님이 영어미사를 전담하면서 주일학교 학생들이 많이 늘었고, 청년들의 모임도 늘었습니다. 청년들이 성서공부를 하고, 성가대도 만들고, 성지순례를 가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청소년 분과를 위해서 신부님을 초대했으면서 청소년을 위한 예산을 줄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성전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긴축 예산을 책정했다고 합니다. 교우들이 봉헌한 헌금과 교무금이니 당연히 아껴서 써야 합니다. 그런데 재정평의회를 담당하는 형제님이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매월 재정보고를 주보에 공지하는데 수입과 지출에서 지출이 많으면 걱정하는 분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분은 본당에 자산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지 문의한다고 합니다. 사목회에서 예산을 책정해서 올바르게 집행한다면, 각 분과는 충분한 예산을 책정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주일학교 학생들이 캠핑도 가고, 피정도 가면서 행사를 많이 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오히려 일을 하지 않으니까 매년 예산이 남는다고 합니다. 사목회에서 충분히 예산을 책정하면 재정평의회에서 검토하고 최종 예산을 본당 신부님께 보고 한다고 합니다. 국가의 예산도 비슷합니다. 경제가 어렵고,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어려워지면 개인이 대출을 받는 것보다는 국가에서 추가 경정예산을 책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대부분의 나라는 재정을 확대해서 서민들의 어려움을 도와주었습니다. 저도 뉴욕에 있을 때, 정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본당의 유지와 보수를 위한 예산은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본당 신축 후 10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본당 설립 50주년을 위한 준비에도 예산이 필요할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하셨습니다. 새로운 사목회에서 공동체를 위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책정하고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컵에 남은 물이 반이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반밖에 남지 않았구나!’ 그러나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직도 반이나 남았구나!’ 신앙인은 어쩌면 발상의 전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살면서도 영원한 생명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소유와 풍요가 넘쳐나는 세상에 나눔과 희생의 가치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늘 원망과 불평을 하면서도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늘 감사와 기쁨을 표현하면서도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모두 주님께로 가야 할 운명입니다. 어떤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늘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많습니다. 시인은 봄이 되면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봄처럼 부지런 하라는 말, 봄처럼 꿈을 가지라는 말, 봄처럼 새로워지라는 말입니다. 전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봄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가 봄처럼 부지런하다면, 우리가 봄처럼 꿈을 간직한다면, 우리가 봄처럼 늘 새로워진다면 거친 들판에서도, 고독과 절망 중에서도, 시련과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나도록 너희는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녀라.”
서울대교구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