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의방(不思議房)
虹矗危梯脚底長-무지개 같은 사다리 밑바닥이 길어서
回身直下萬尋彊-몸 돌려 곧장 내려가도 만 길이 넘네
古人而化今無跡-옛사람은 가버려 자취마저 없는데
古屋誰扶尙不疆-오래된 집은 누가 붙들었기에 아직 있는가
丈六定從何處現-일장육척의 불상은 어느 곳에 나타나는고
大千猶可箇中藏-대천세계는 그 가운데 감추었네
坐古寺址忘機客-옛절터에 앉아 세상시름 잊은 나그네
洗手來焚一辨香-손 씻고 와서 한 줌 향을 피운다
이규보(李奎報)
백척 계단아래 아슬아슬 지은 절 “부사의방(不思議房)”!!
부사의방(不思議房)과 진표율사(眞表律師)
불교(佛敎)는 사람의 생각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이것을 불가사의(不可思議)라 한다.
(물론 종교라서 그렇겠지만)
※불가사의(不可思議)-사람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오묘한 이치
“부사의방(不思議房)”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邊山)에 있던
절이름이다.
지금은 절터만 있다.
절터를 보면 이름이 절이지 작은 암자보다 더 작은 절이다.
“부사의방(不思議房)”뜻은
“이해할 수 없는 방” 또는 “신비(神祕)한 방”이라는 의미다.
이 부사의방(不思議房)절에 진표율사(眞表律師)의 이야기가 전한다.
“부사의방(不思議房)”은 1백 척(尺) 가량이 되는 나무로 만든
계단이 있다.
그 계단 아래에 절이 있었고 그 아래로는 낭떠러지다.
해룡(海龍바다용)이 철끈으로 지붕을 묶고 바위에 정(釘쇠못)을
박아 세웠다는 설화(說話)가 전한다.
삼국유사 권제4 24장에 전해지는 기록이다.
【年已二十七勢 於上元元年庚子 蒸二十斗米 乃乾爲糧 詣保安縣
入邊山不思議房 以五合米 爲一日費 除一合米養鼠
師勤求戒法於彌勒像前
진표율사(眞表律師)가 27세 때 쌀 20말을 쪄서 이것을 말려서
양식(糧食)으로 삼고 변산 부사의방에 들어가 쌀 5홉으로
하루를 먹고 한 홉은 덜어서 쥐를 먹이면서 부지런히 미륵상
앞에서 불법(佛法)을 구하였다】
금산사(金山寺) 중창(重創)을 끝마친 진표율사는 금산사를 나와
속리산(俗離山)으로 향하였다.
도중에 길에서 소가 끄는 수레에 탄 사람을 만났는데 그 소들이
진표율사를 향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수레에 탄 사람이 내려와 다음과 같이 묻는다.
“무슨 까닭으로 이 소들이 스님을 보고 우는가?
그리고 스님은 어디서 오는가.”
진표율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금산사(金山寺)에 사는 진표(眞表)라는 승려다.
나는 일찍이 변산 부사의방(不思議房)에 들어가 미륵(彌勒),
지장보살(地藏菩薩)로부터 계법(戒法)을 직접 전해 받았다.
절을 지어 머무르면서 오래 수도(修道)할 곳을 찾으려고 왔다.
이 소들은 겉으로는 미련한 동물로 보이지만 속이 밝아서 내가
계법(戒法)을 받은 것을 알고 불법(佛法)을 존중하기 위해
무릎 꿇고 울고 있다”
소를 몰던 사람이 진표율사의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축생(畜生)도 이같이 부처님을 믿는 마음(信心)이 있는데
하물며 내가 사람이 되어서 어찌 무심할 수 있겠는가”
하고 들고 있던 낫으로 자기 머리칼을 잘랐다.
진표율사는 자비심으로 이 사람의 머리를 깎고 계(戒)를 주었다.
명주(溟州강릉) 해변으로 나아가니 물고기와 거북 자라 등이
바다에서 나와 진표율사 앞으로 온다.
물고기들은 몸을 서로 연결하여 다리가 되어주므로 진표율사는
물고기들의 등을 밟고 바다로 들어가 계법(戒法)을 받고
되돌아 나왔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