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하도 푸르러
선돌바위 앞에 앉아
밤새도록 빨래나 했으면 좋겠다
흰 옥양목 쳐대 빨고 나면
누런 삼베 헹구어 빨고,
가슴에 물 한번 끼얹고 하염없는 자유형으로
지하 고성소까지 왕복했으면 좋겠다
갔다 와도 또 가고 싶으면
다시 갔다 오지,
여태 살았지만
언제 살았다는 느낌 한번 들었던가
추석 - 이성복
어젠 한밤중에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 두놈들의 졸림에
마지못해 함께 동네 슈퍼엘 갔습니다.
내몫의 오렌지쥬스 한병과 얼마전부터
카레타령을 하는 놈들을 위해
카레한봉지 당근하나 양파한묶음 자그마하고 연한호박하나
일회용커피한봉지
마지막 위슬 아이스크림 큰통으로 하나 사들고
아이들과 함께 눈쌓인 키큰전나무와 동백나무사이로 밤하늘을 보았습니다.
달빛도 없는 하늘에 시리게 푸른하늘이 보이고
하얀 뭉게구름들이 떠있었습니다.
커다란 사탕하나 입에 물고
좋아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려가는 아이들의 뒤를 따라가며
콧속으로 입속으로 그리고 소매속으로 몰려드는
맵싸한 공기를 깊게 몇 번이나 깊게 들여마셨습니다.
춥다고 내내 좁은 아파트안에서 동동거리며 며칠을 보낸
내 생활을 후회하게할만큼
세상은 싸늘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상상했던 바다를 처음 본 순간
상상속의 바다보다 실제의 바다는
내 생각보다 몇배는 더크고 아름답게 빛나며 그곳에 있었듯.
어제밤 짧은외출로 본 세상은
크고 깊고 진한 아름다움으로 나를 매료시켰던 바다처럼.
상상속에서보다 좀 더 아름다운 곳이란걸
이제야 세상밖으로 나와 알게됩니다.
다들 새해는 잘보내셨나요^^
이땅의 모든 며느리들이 그러하듯
저도 명절 삼일동안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손님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과일을 깎고 발이 부르트도록 찻상을 날랐습니다.
남들은 친청가면 발뻣고 누워
차려주는 밥상만 받는다고하지만
할머니가 계신 집에 올핸 줄어 삼십여명의 점심과
차와 과일 대접으로 허리가 휘었을 새언니에게 미안해
친정가서도 여전히 부엌때기 신세를 면치못했습니다.
아직 돌도 지나지않은 둘째를 업고 종종거렸을 새언니를 위해
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하고 돌아와
다음날 하루는 자고 일어나 밥먹고 다시자고 하루종일 잠만 잤습니다.
2004년은 이성복시인의 말처럼
삼십 몇 해 여태 살아왔지만
올해는 진짜 살았다는 느낌 한 번 가져보고자
흰 옥양목 쳐대 빨고 나면 누런 삼베 헹구어 빨듯
꺠끗히 널어말린 흰 옥양목 풀되게 먹여
곱게 다림질해 빳빳해진 단정한 마음으로
살아볼까합니다.
떡국은 많이드셨나요?
세배돈 너무많이 주셔서 지갑은 텅빈것 아닐까 조금 걱정입니다.
전 주고받아서 그게 그거지만^^*
오늘은
거문고레슨이 있는 날입니다.
게으름에 내내 연습도 하지않고 놀아버린 죄로
조금은 긴장되지만
행복한 시간이었으면합니다.^^
새해에는 마음이 늘 맑은 날들 되십시오^^
첫댓글 삐삐롱님 ,,이제 부터 새삶이 열리겠군요 ~~~~,,,,,, 추카 ~~추카 ~~~,,
롱님~님도 새해엔 더욱행복하세요~~~~~~~^^
거문고라..그것도 허벅지가 바닥에 닿아야 하나요? 가야금 배우러 갔다가 허벅지가 바닥에 안 닿는다고 어찌나 타박을 하던지..거문고 배우면 멋지겠다..잼나면 알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