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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인의향기[싱글여행 해외여행동호회] 원문보기 글쓴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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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 Jordan)
이 포스트에서 다룰 여행지 '요르단 페트라'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1단계 - 여행유의'입니다. (2014. 3. 15. 기준)
외교부에서는 요르단 전역의 여행경보 단계를 '1단계 - 여행유의'로 지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요르단의 정세는 매우 안정적이며 치안 상황도 매우 좋지만, 주변국들의 상황이 좋지 않은만큼 요르단을 여행하실 경우 신변 안전에 어느 정도는 유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평소 요르단은 우리나라의 치안을 생각해도 될 정도로 안전한 상황입니다. 다만, 몇 년에 한번씩 테러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하고 시리아, 이라크 접경 지역 등 위험할 수도 있는 지역의 방문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
제가 여행할 당시(2014. 1. 11) '요르단 페트라'의 외교부 여행경보 단계는 '1단계 - 여행유의'였습니다.
여행경보 단계는 현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 http://www.0404.go.kr/"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해 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안녕하세요! 경춘선통일호입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는 중간에 한 번 소식을 전했었는데, 역시 개강하자마자 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포스팅 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네요. 그래도 금요일 밤(아! 토요일 새벽이네요ㅋㅋ)을 맞아 오랜만에 포스팅을 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제가 요르단에서 지내던 동안 다녀왔던 여행지 중 한 곳을 소개시켜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오늘 여행지는 요르단에서 지내면서 가장 마지막에 다녀온 여행지이자, 여러분들께 가장 소개시켜드리고 싶었던 여행지입니다! 이 곳을 빨리 소개시켜드리고 싶었는데, 지난 방학 중에 결국은 소개를 못 시켜드렸고, 개강 하자마자 너무 바빠서 포스팅을 할 시간을 못 내서 속만 태우고 있었답니다. 그래도 오늘 드디어 소개해 드리게 되었네요.
오늘 소개 해 드릴 곳은 바로 요르단의 대표적인 유적지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한 곳이며,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페트라(Petra/البتراء)'입니다.^^ 페트라는 요르단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유명한 여행지이며, 고고학적으로 아주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여행차가 찾는 곳이고 그만큼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요, 이태원 녹사평역 근처에 있는 요르단 음식점의 이름도 '페트라 식당(Petra Restaurant)'입니다. 그만큼 요르단을 대표하는 여행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 우선 페트라가 요르단 어디에 있는 지부터 살펴보시겠습니다.
페트라는 수도 암만에서는 꽤 떨어진 위치에 있어요. 수도 암만에서 버스로 3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거리입니다. 오히려 요르단 최남단의 아카바와 더 가깝네요. 그러면 지도를 조금 더 확대해 볼까요?
페트라는 행정구역 상 마안 주 와디무사 시에 위치하고 있고요, 마안 주의 주도인 마안과도 그리 먼 거리는 아니랍니다. 하지만 보통 암만에서 페트라로 가는 버스는 마안은 들르지 않고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다가 중간에 페트라 방향으로 빠집니다.
그럼 먼저 페트라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페트라는 고대 나바테아 인들이 모여 살던 도시였는데요, 기원전 4세기 경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고, 기원전 2세기 경에 크게 번성하다가 106년에 로마 제국에 의해 점령되었습니다. 페트라는 이집트와 아라비아 반도, 그리고 페니키아의 가운데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교역 도시로 크게 성장했었는데요, 기원후 106년에 로마 제국에 점령당하고, 또 동,서 로마가 분열된 후 페트라를 통치하게 된 동로마 제국은 교역의 중심지를 시리아의 팔미라로 옮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쇠퇴하게 되었답니다. 그 후 인근 사막을 이동하며 생활하던 유목민인 베두인 족들이 잠시 거쳐 가며 지내거나 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 예전 고대 도시로의 번성은 누리지 못했고 6세기 경 대지진으로 인해 남아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떠나면서 페트라는 버려진 도시가 되었습니다. 그 뒤엔 페트라가 워낙 골짜기 깊숙한 곳에 위치한 탓에 아예 존재 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깊은 협곡 속에 버려져 있던 페트라는 19세기 초반 스위스의 탐험가인 요한 루드윅 부르크하르트에 의해 발견되었는데요, 그 후 천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면서 모래 속에 묻혀 있던 페트라 유적지들에 대한 발굴이 시작되었고, 꽤 큰 규모의 유적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사실 발견 초기에는 페트라를 단지 거대한 공동 묘지 정도로 생각했었다고 해요. 물론 지금도 수많은 무덤들이 있기는 합니다. 페트라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인 '알 카즈네' 역시 나바테아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고요. 하지만 발굴하면 발굴할 수록 단순한 묘지라고 볼 수 없는 유적지들이 많이 나왔고, 결국 페트라는 2천 년 전에 매우 번성했던 교역 도시라는 사실이 밝혀졌죠. 198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고요, 2007년에 새로 선정된 현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교황청에서 성지로 정한 요르단답게 요르단의 대표 유적지 페트라는 기독교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유적인데요, 페트라 유적 자체는 기독교와 관련이 없지만 성서 중 탈출기(출애굽기)에서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해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가던 중 백성들이 목말라 하자 바위를 쳐서 샘이 솟아나게 했다는 곳이 바로 이 지역입니다. 지금도 그 샘들을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당일치기로 급하게 보고 오느라 그 샘들은 보지 못했네요.ㅠ.ㅜ 이처럼 이 지역은 모세가 백성들을 이끌고 통과한 지역이기 때문에, 페트라 옆에 위치한 도시를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의 이름이 '모세의 계곡'이라는 뜻의 아랍어인 '와디 무사(Wadi Musa/وادي موسى)'입니다. 사실 모세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인물이죠.
페트라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에서 성배가 숨겨져 있는 신전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페트라로 떠나보실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이 때 요르단 암만에서 지내고 있었고, 당연히 출발지는 요르단 암만입니다.^^ 페트라를 다녀온 날이 올해(2014년) 1월 11일인데요, 사실 1월 7일에 기말고사가 끝나 학기는 모두 끝났었고, 제가 요르단에서 할 일은 모두 마친 상태였답니다. 그리고 1월 14일 출국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죠. 하지만 요르단의 대표 유적지 페트라를 안 가보고 요르단을 떠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쁜 와중에 과감히 하루를 페트라에 투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페트라로 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방법은 '택시'를 타는 거예요. 아마 가장 편하겠죠? 하지만 직선거리로만 150km가 넘는 암만-페트라를 택시로 간다는 건 아주 부자가 아닌 이상은 고려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퍼블릭 버스(Public Bus)'를 타는 것인데요, 퍼블릭 버스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개념인데요, 터미널에서 타는 시외버스이긴 한데 딱히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버스도 학원 버스 같은 낡은 미니 버스입니다. 터미널에 도착하면 호객꾼들이 각자 목적지를 외쳐대며 그 곳으로 갈 승객들을 모으고요, 그럼 그 호객꾼을 따라 버스에 타면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방식입니다. 요금은 저렴한 편이에요. 암만에서 페트라까지 7디나르(한화 약 10500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퍼블릭 버스는 출발지와 도착지를 제외하면 정해진 정류장이 없기 때문에 가다가 손님이 내려달라고 하거나 길에서 누가 손을 흔들어 차를 세우면 무조건 섭니다. 그렇게 가다 서다 가다 서다 하다보니 페트라까지 거의 4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해요. 더군다나 퍼블릭 버스는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매우 낡은 미니 버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버스 자체의 상태가 안 좋아서 속도를 많이 못 내는 것도 있고, 또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앉아 가기에는 의자가 많이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더욱이 저처럼 덩치가 큰 사람들은...)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이 바로 제가 이용한 '제트 버스(Jett Bus)'입니다. 저는 이 방법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제트 버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속 버스 같은 개념인데요, 요르단에서는 가장 고급 교통 수단이에요. 요르단 전국 각지는 물론 주변의 다른 국가들까지 이어준답니다. 암만에서 제트 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은 요르단 국내의 아카바, 페트라, 사해, 이르비드 등이 있고요, 요르단 주변 국으로는 이스라엘(요르단-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경 출입국 사무소까지만 운행), 사우디아라비아 수도인 리야드와, 제다, 담맘, 메디나, 메카, 카심, 그리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등이 있습니다. 제트 버스는 아주 고급 버스부터 일반 버스까지 있는데요, 아마 장거리일 수록 의자가 편하고 고급인 버스가 들어가는 것 같아요. 어떤 버스는 비행기처럼 의자 등받이에 모니터가 달려 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또 일부 노선에서는 버스 내에서 음료와 간단한 먹을 거리를 파는 서비스도 있다고 합니다. 장거리 버스는 당연히 버스 안에 화장실도 있고요. 하지만 제가 탄 암만(압달리 제트 버스 터미널)~페트라(와디 무사) 노선은 그냥 아무 것도 없는 일반 버스였어요...ㅠ.ㅜ
어쨌든 암만 시내에서는 압달리 제트 버스 터미널과 7서클에서 제트 버스를 탈 수 있는데요, 보통 압달리 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가 7서클을 거쳐 나가는 형식입니다. 페트라로 가는 버스는 압달리 제트 버스 터미널에서 하루에 단 한 번 아침 6시 30분에만 있기 때문에, 매우 일찍 일어나야 해요. 어떤 분이 가끔 6시에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해 주셔서 저는 5시가 좀 넘은 시각에 원룸에서 나와 택시를 탔답니다. 요르단 암만은 새벽에 유난히 택시가 정말 없어요. 한겨울이라 날씨는 너무 춥고 길 거리엔 차도 사람도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왠지 모르게 무서워 발을 동동 구르면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드디어 저 멀리서 헤드라이트 두 개가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택시를 탔는데, 갑자기 기사 분이 전화 통화를 열심히 하시더니 저를 다른 택시에 넘겨 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 다른 일이 있나보다 하고 그냥 옮겨 탔죠. 그런데 이것으로 인해 앞으로 저는 아주 이상하고 기분 나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옮겨 탄 택시 기사 아저씨는 다짜고짜 미터기를 안 켜고 새벽엔 택시가 없다느니, 나 아니면 넌 이 새벽에 어디 가지도 못하느니 어쩌니 하면서 바가지 요금을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급하니까 미터기 켜라는 말은 안 하고 그래도 너무 비싸게 불렀다고 좀 깎아달라고 해서 조금 깎긴 했습니다.
어쨌든 그 아저씨는 다른 택시 기사분들처럼 어디서 왔느냐, 어떻게 아랍어를 할 줄 아냐, 뭐 어쩌구 저쩌구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Welcome to Jordan[웰컴 투 조~르단!]으로 마무리가 되는 듯 했는데, 갑자기 이상한 19금 얘기를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 원래 이런 걸 좋아하는 아저씨인가보다... 하고 그냥 아.. 아... 하면서 억지로 웃으면서 들어주고 있었어요.(새벽부터 도대체 손님 붙잡고 왜 이런 얘기를...) 근데 갑자기 저한테 남자랑 성관계 맺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서로 사랑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평소 소신대로 대답을 했죠. 그런데 이 아저씨가 갑자기 저한테 하는 말이 '그럼 나랑 성관계를 맺는 건 어떻겠냐?'라는 거예요. '헐!!!' 저는 갑자기 식은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지만 완전 정색하고 '갑자기 무슨 소리냐, 나는 이성애자다.'라고 말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 뒤로도 두 번을 더 물어보는데 제가 너무 싫은 티를 내니까 허허허 웃으며 말더라고요. 저는 그 때 정말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어요. '이 새벽에 길거리에 차도 사람도 별로 없는데 이 아저씨가 이대로 날 태우고 이상한 데로 가는 건 아닐까... 아까 택시를 옮겨태운 것이 나를 어디 팔아먹으려고 그랬던 건 아닐까... 그럼 나는 지금 달리는 이 택시에서 빨리 뛰어내려야 하나...'... 어쨌든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더니 갑자기 저한테 또 '그럼 네 볼에 뽀뽀만 해도 되겠냐?'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또 이건 뭔 소링미 하면서 짜증을 내며 '싫다고!'라고 말했는데 또 한 세 번 정도 더 물어보더니 제가 진짜 싫어하니까 또 허허허 웃으면서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다행히도 무사히 압달리 제트버스 터미널에 도착...
그 아저씨는 그 새벽에 저에게 농담을 하시겠다고 그랬던 것 같기는 해요. 아무 일도 없이 그냥 데려다준 걸 보면... 아무래도 그 택시 기사분은 동성애자이셨던 것 같아요. 사실 요르단 같은 이슬람 국가들이 성적인 것을 드러내는 것을 종교적으로 굉장히 금기시하다보니 남자고 여자고 이상한 쪽으로 그게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게 모르게 요르단에도 동성애자들(특히 남성 동성애자들)이 참 많다고 해요. 물론 저는 동성애 자체를 반대하거나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이성 간의 사랑이든 동성 간의 사랑이든 다 같은 사랑이고, 서로 사랑하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냐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러면 안 돼죠. 이성이든 동성이든 다짜고짜 처음 보는 자기 손님한테 성관계가 어쩌니 볼에 뽀뽀를 해도 되겠냐느니... 이건 정말 기본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요르단에서 '택시'에 대해 생각하면 안 좋은 기억들만 너무 많아서..ㅡ.ㅡ;;) 어쨌든 새벽부터 그렇게 무서운 일을 겪고 다행히도 무사히 압달리 제트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버스 출발 시간은 그냥 6시 30분이더라고요... 괜히 너무 일찍 갔던 것 같아요.ㅎㅎㅎ 터미널 들어갔더니 딱 두 명 앉아 있더라고요. 둘 다 옷차림으로 봐서는 여행객이었던 것 같아요. 열려있는 매표소 창구에서 승차권을 구입했는데, 승차권에 국적과 이름까지 다 찍혀 나오더라고요. 깜짝!ㅋㅋㅋ 어쨌든 승차권을 구입하고 맞이방 안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카톡도 하고 페이스북, 트위터를 하나하나 샅샅이 다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더니 결국 그 날 아침 페트라 행 제트 버스에 탄 승객 17명 중에 무려 9명이 한국인... 신기한 건 서로 다 모르는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제가 아는 분은 물론 한 분도 없었고요. 아! 그 한국인들 중에 한 가족도 있었는데 가족끼린 당연히 다 알겠죠.ㅋㅋㅋ 엄마, 아빠, 아이들, 그리고 할머니가 함께 페트라로 여행을 가는데 아마 요르단 암만에서 직장 관련해서 아예 살고 계신 분들 같았어요.
6시 25분 쯤부터 승차를 시작했습니다. 제트 버스는 지정 좌석제인데요, 지정 좌석대로 앉지 않는 분들도 꽤 있으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의자가 너무 좁아서...ㅠ.ㅜ 무릎이 앞 좌석 등받이에 닫더라고요. 거의 KTX 좌석 수준의 앞 뒤 간격... 앞으로 발을 쭉 뻗어도 되는 우리나라의 우등 시외버스 좌석이 그리웠어요. 어쨌든 30분이 되자 버스는 바로 출발! 출발할 때 쯤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사실 일기예보를 보고 우산은 가지고 왔지만 페트라를 구경하는 내내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었어요. 암만 시내를 빠져나가기 전에 7서클 터미널에도 들러서 손님 몇 명을 더 태웠습니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암만 시내를 빠져나와 암만-아카바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암만에서 페트라까지는 3시간 반 정도 걸리는 장거리이기 때문에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요. 사실 저는 암만 시내를 빠져나오자마자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었거든요.ㅠ.ㅜ 분명히 출발 전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는데, 이상하게 금방 또 화장실이 가고 싶더라고요... 작은 거...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휴게소에 들를 일은 없고... 그러면서 완전 불안한 상태로 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으어엉므.ㅠ.ㅜ 온 몸을 비비 꼬고 있는데 출발한지 1시간 반 정도 지난 뒤에 드디어 휴게소에 세워주더라고요. 저는 버스가 서자마자 벌떡 일어났지만 차마 뛸 수가 없어서 엉금엉금 화장실로 걸어가서 시원하게 볼 일을 보고 휴게소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휴게소에는 20분 정도 세워 주는데요, 요르단은 고속도로라도 우리나라처럼 정식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길 가에 휴게소 같은 상점들이 사막 한 가운데 드문드문 서 있어요. 이 가게는 아마 암만-페트라 제트버스가 항상 이용하는 휴게소인 것 같아보였습니다. 왜냐하면 돌아오는 길에도 이 휴게소에 세워줬거든요.
이 휴게소의 이름은 'Midway Castle'이었어요. 휴게소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간단한 간식류나 음료수, 그리고 식사류, 커피를 판매하는데요, 사실 이 휴게소는 그런 것보다는 기념품 판매의 비중이 더 큰 것 같더라고요. 성서의 주 무대였던 요르단답게 굉장히 여러 가지의 종교적 기념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기독교 관련 기념품들이 많았어요. 근데 아마 휴게소에 들르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것 같은데, 저런 거대한 모자이크 작품이나 심지어 테이블(;;)을 누가 사 갈지 궁금하네요... 버스에 들고 타기도 힘들텐데...
다시 휴게소를 떠나 페트라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아! 이 편안함... 역시 화장실이 짱이야...ㅠ.ㅜ(뭔소리).. 암만-아카바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는 어느 샌가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좁고 구불구불한 2차선 도로를 가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으엥??? 점점 안개가 너무 심해지는 거예요. 제가 버스 앞쪽에 앉아 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심하게 꼈더라고요. 이런 안개는 2010년 12월에 춘천에서 보고 처음 봤어요. ㅠ.ㅜ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안개 때문에 페트라고 뭐고 아무것도 못 보고 그냥 돌아오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버스가 구불구불 고갯길을 따라 내려와 와디 무사 시가지에 진입하자 안개는 걷히고 시야가 탁 트였습니다. 날씨는 여전히 꾸물꾸물했지만요. 곧 버스는 승객들을 페트라 주차장에 내려주었고, 딴 생각하다가 버스 기사 아저씨의 안내 말씀을 제대로 못 들은 저는 한국인 아주머니에게 '몇 시까지 여기로 다시 오라고 했죠?'를 여쭤본 뒤에 안내 표지판에 따라 페트라 입구로 향했습니다.
사실 버스에서 내린 주차장에서 페트라까지는 걸어서 2~3분이면 갈 거리인데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버스 앞문에 택시 기사들이 엄청 달라붙는답니다. 어딜 갈 거냐 호텔이 어디냐, 와디 무사 시내에 무슨 호텔에 묵지 않느냐... 아주 난리가 나요. 물론 호텔에 짐을 풀어 놓을 거라면 택시를 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요르단의 택시 요금은 기본요금 0.25 디나르(한화 약 375원)으로 정말 싼 편이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페트라 정문이 멀다고 택시를 타라는 사람드로 은근히 많다는 거예요. 그건 완전히 거짓말입니다. 걸어서 2분이면 갈 거리를 무슨 택시를 타요. 택시를 타도 어차피 0.25디나르밖에 요금이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돈이 엄청 많이 들지는 않지만, 0.25디나르도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택시 기사들은 분명히 주차장 뒤쪽으로 엉뚱하게 멀리멀리 돌아서 페트라 정문까지 태워다 주고 '봐봐 멀다고 했잖아~'라고 하며 많은 요금을 달라고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에요. 하긴 애초에 미터기를 켜지 않고 무조건 부르고 볼테지만요. 어쨌든 당일치기로 페트라를 가셔서 호텔이 와디 무사에 있지 않은 분들은 절대로 택시를 타시면 안 됩니다. 그냥 버스에서 내리면 표지판 따라 잠깐 걸으면 바로 페트라 정문이에요.
어쨌든 페트라 도착! 여기가 바로 페트라 입구입니다. 페트라 역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인만큼 암만 도심의 시타델처럼 입구를 깔끔하고 예쁘게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페트라를 들어가려면 당연히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요, 입장료가 장난이 아닙니다. 요르단 국민이나 요르단 거주증, 혹은 요르단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것이 있는 경우 페트라의 입장료는 1 디나르(한화 약 1,500원)입니다. 이게 뭐가 비싸냐고요? 당연히 이건 비싸지 않죠. 하지만 문제는 외국인 입장료입니다. 요르단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단순 여행객들에게 받는 입장료는 무려 50배 더 높은 50 디나르(한화 약 75,000원)입니다. 아니! 유적지 한 번 들어가는데 7만 5천원이나 내야 한다니;;; 조금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또 많은 분들이 페트라 유적지를 둘러보고 나오시면서는 75,000원이라는 거금이 별로 아깝지는 않다고 하실만큼 멋진 유적지가 또 페트라이긴 합니다. 하지만 내국인(혹은 거주자)과 외국인의 입장료 차이가 무려 50배라는 것은 너무 심한 것 같죠? 요르단이 별다른 산업 없이 관광(성지순례 포함) 수입과 미국의 원조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 보니 거의 모든 관광지의 외국인 입장료가 내국인 입장료의 몇 배씩 높습니다. 그 가장 극단적인 예가 50배 차이 나는 페트라이고요. 그래도 여러분, 너무 비싸다고 느껴지셔도 요르단에 가실 일이 있다면 페트라는 정말 꼭 가보셔야 합니다. 정말요! 안 가보시면 정말 후회하실 거예요.
근데, 저는 외국인이었지만 요르단 대학교 학생증이 있었기 때문에 단돈 1디나르로 입장했답니다.ㅋㅋㅋ 요르단 대학교 학생증만으로도 요르단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되니까요. 학생증을 매표소에 보여 주니 1디나르짜리 티켓을 끊어주더라고요.^^ 아! 하지만 이걸 악용하시면 안 돼요. 얼마 전에 외교부에서도 공지가 떴는데, 요르단의 관광지들이 외국인 입장료가 워낙 비싸다 보니 요르단 거주 한인들의 거주증이나 학생증을 빌려 입장료를 아끼려는 시도가 꽤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도 한국인 관광객이 요르단 현지 한인의 거주증(이까마)를 빌려 페트라를 1디나르에 입장하려고 시도하다가 들통나서 엄청난 벌금을 물었다고 하더라고요. 또 이런 식으로 입장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한국인들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고요. 좀 부담 되더라도 이왕 가시는 것 정정당당하게 제대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시면 더 좋겠죠? 저는 1디나르 내고 뭘 큰 소리냐고요?? 저는 정정당당하게 1디나르를 낸 거잖아요. 저도 거주자가 아니었다면 당연히 50디나르 짜리 입장권을 사서 들어갔겠죠!
그럼 페트라를 보시기 전에 아래 위성지도부터 봐 주세요.^^
이 위성 지도는 구글 지도에서 페트라 부분의 위성 지도만 따로 잘라내어 편집한 부분인데요, 페트라는 딱 공원처럼 유적지들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고대 '도시'이기 때문에 걸어서 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려요. 저는 페트라 입구에서 전망대들이 위치한 곳까지 자세히 샅샅이 구경하면서 걸어서만 다녀왔는데요, 무려 5시간 반이 걸렸어요.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은 지도 상에 'PETRA'가 쓰여져 있는 부분에서부터 알 데이르와 전망대가 있는 곳까지 다녀오는 길인데요, 정말 험한 산길이에요. 거의 등산 수준의 길이 계속 되고 길도 상당히 울퉁불퉁합니다. 그 좁은 길을 사람을 태우고 오르락 내리락하는 당나귀 행렬을 피하기 위해 한참 서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구경하는 데 오래 걸리고 길도 길기 때문에 페트라 입구에서부터 알 데이르로 올라가는 길 중간쯤까지는 낙타, 말, 마차, 당나귀 등 다양한 탈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걸어갔다왔지만 적어도 알 데이르에 올라갈 때만이라도 당나귀 같은 것을 타시는 걸 추천드려요. 돈이 엄청 비쌀 것 같지도 않지만 흥정하기 나름이고요, 올라갈 때도 조금 힘들지만, 내려와서 다시 페트라 입구까지 올 때 정말 지칩니다. 저는 다시 돌아오는 길에 입구 거의 다 와서는 다리가 너무 아파서 힘들더라고요. 상당히 먼 거리니까 중간중간 동물들을 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럼 이제 페트라 입장! 페트라에 입장하면 일단 광장 같은 곳과 안내 사무소, 화장실, 여러 상점과 식당들이 있습니다. 여기서도 호객행위가 굉장히 심한데, 무언가 기념품으로 꼭 사고 싶으신 게 있다면 모를까 호객꾼들은 그냥 무시하세요. 정말 심하게 달라붙어서 강제로 머리에 스카프를 씌우는 등 난리를 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쁜 사람들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바가지도 엄청 나서요... 그 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페트라로 들어가는 길이 시작되는데, 여기서도 또 다른 호객꾼들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낙타, 마차 등을 타라고 하는 사람들인데요, 처음부터 그걸 탈 필요는 없어요. 시간이 급하시다면 타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일단 입구에서 알 카즈네까지 주변 자연 풍광들을 천천히 걸으면서 감상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꼭 자연 풍광이 아니더라도 중간 중간 작은 유적들과 안내판들이 있으니 그것도 구경하시고요. 무엇보다도 이 호객꾼들은 또 계속 티켓을 보자고 할 거예요. 티켓을 검사하겠다며, 자기한테 보여줘야 한다. 티켓에 당나귀, 말, 마차 이용 가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등등 여러가지 말을 하는데요, 아마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
페트라 안에서 이렇게 돈을 받고 마차, 말, 낙타 등을 태워주거나, 기념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모두 요르단 정부에서 허가를 받고 페트라 내에서 영업을 하는 베두인 족 유목민들입니다. 사실 베두인 족 유목민들은 페트라가 발견되기 전부터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출입이 통제될 때까지 페트라를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페트라가 관광지화 되면서 요르단 정부는 페트라 내부에서 일반 주민이 거주하지 못하도록 했고 대신 베두인 족에게 페트라 내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죠.
그 호객꾼들을 따돌리고 걷기 시작하면 이렇게 멋지고 황량한 풍경이 등장합니다. 페트라 역시 지난 번에 소개해 드린 '와디 럼'과 같이 요르단 남부 붉은 모래 사막 지대의 일부이기 때문에 정말 건조하고요, 나무나 풀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흙이나 바위의 색도 대체적으로 붉은색이 많이 감돌고요. 입구 쪽 길은 둘로 나뉘어 있는데 왼쪽은 마차나 동물이 다니는 길, 오른쪽은 보행로입니다.
윗부분이 동글동글하게 되어 있는 바위들은 자연적으로 저런 모양이 된 건데요, 모양들이 정말 특이하죠? 자연은 위대한 조각가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바위 중간 중간에 구멍이 뽕뽕 뚫려 있는 것은 묘지라고 해요. 고대 나바테아 인들은 집을 만들거나 무덤을 만들 때 저렇게 바위에 구멍을 뚫거나 바위를 깎아 만들었다고 하네요. '페트라(Petra)'라는 이름 자체도 그리스어로 '바위'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페트라 안의 모든 건축물들은 바위를 깎아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건물처럼요. 특이하죠? 도시를 만드는데 땅에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게 아니라, 바위를 깎고 뚫어서 건물을 만들었다니... 언뜻 생각하면 바위를 깎아서 건물을 만든다는 건 정말 힘든일일 것 같은데, 사실 이 지역의 암석은 사암과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요. 즉 잘 깎이는 암석들이라는 것이죠. 특히 사암 같은 경우 모래가 굳어져 만들어진 암석이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도 쉽게 깎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고대 페트라의 사람들이 물길을 뚫기 위해 터널을 만들어 놓은 것도 볼 수 있는데요, 고대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실제로 그걸 구현해낼 수 있을만한 기술이 있었다는 게 놀랍습니다. 그 터널에서 왼쪽을 돌아보면 본격적으로 좁은 바위 절벽 사이로 지나가는 구간이 시작되는데요, 저는 이 입구에서 갑자기 입장권 검사를 당해서 깜짝... 저한테 왜 1디나르 짜리 입장권을 샀냐고 꼬치꼬치 캐묻는데 당황스럽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잘못한 게 없으므로 무사 통과~
계속 이렇게 좁은 바위틈을 지나가게 되는데요, 이렇게 길 양쪽으로 서 있는 바위 절벽은 높이가 높게는 100m 이상까지 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좁은 바위틈으로 한참을 걸어들어가야 하는 곳에 도시를 만들고 살 생각을 했는지... 외부의 침입을 막기에는 참 좋은 위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나저나 저 바위 위에 올라가볼 수는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바위 위에서 내려다 보면 어떨지 궁금했거든요.ㅎㅎ 물론 올라가는 길도 모르고 시간도 넉넉치 않아서 올라가지는 않았지만요.
그리고 사진들을 보시면 바위 절벽 아랫 부분이 일정하게 움푹 파여 들어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는데요, 저건 자연히 파인 것이 아니라 고대 나바테아인들이 수로의 역할로 파 놓은 것이라고 해요. 워낙 건조한 지역이다 보니 비가 많이 오지 않는데, 비가 오면 모래라 땅으로 바로 다 스며드니,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을 받아서 흘려 보내 모으기 위해 만든 수로인 것입니다. 저 바위를 저렇게 다 파느라 참 고생이 많았을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도시가 버려진 지 천년이 훨씬 넘게 지나다 보니 풍화가 많이 진행되어서 아예 수로로 쓸 수 없을 것 같이 그냥 움푹 파이기만 한 곳도 많더라고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 한 가지는 이렇게 한참동안 좁은 바위 절벽 사이 길을 걷는 동안 수많은 베두인 족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어린이들은 어디선가 갑자기 툭 튀어 나와서 지나가는 관광객을 붙들고 엽서나 기념품들을 팔려고 하는데요, 왠지 지나가는 동안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그런 어린이들을 보는데 포켓몬스터 게임이나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딸을 수련을 위해 숲으로 보내면 길 가다가 중간에 갑자기 몬스터들이 나타나곤 하잖아요. 갑자기 뜬금없이 그런 게 떠오르더라고요. 아이 이게 뭔 소리야;;; 사실 저는 그 어린이들에게서는 아무 것도 사지 않았어요. 하나 하나 다 사다가는 제 돈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서... 솔직히 사고 싶은 것도 없었고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기보다는 그런 일을 하면서 지내는 게 보기 안타깝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하루 종일 관광객에게 매달려 "원 디나르! 원 디나르" 외치는 일만 하다니... 학교는 안 다니는 걸까요?...
어쨌든 길을 걷는 동안 양쪽에 보이는 절벽들은 붉은 모래 사막의 바위들 답게 바위들의 색깔들도 참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편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색과 무늬가 나올 수 있을까 하며 감탄할만한 부분이 꽤 많았어요. 저는 이렇게 멋진 곳들에서 제 모습이 담긴 사진들도 찍고 싶었지만 혼자 여행간 바람에 계속 되도 않는 셀카를 찍으면서...ㅠ.ㅜ(제 얼굴만 엄청 크게 나오는, 안 그래도 큰데)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한국 남자 분의 목소리가! "저기요, 혹시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 수 있으세요?" 그래서 저는 네! 하고 얼른 그 분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저도 마침 잘 됐다 싶어서 제 폰으로 제 모습을 찍어주실 것을 부탁했죠. 그래서 그러고 난 뒤에 안녕히 계세요 하고 뚝 떨어져 가기 그래서 자연스럽게 같이 걸어가게 됐는데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분은 지금 회사 관계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지내고 계시더라고요. 요르단에 잠시 여행을 오신 거였어요. 저보다 10살이 넘게 많은 분이셨는데, 그 분이 좀 동안이시라서 저는 처음엔 제 또래인 줄 알았어요.ㅋㅋㅋ 사실 그 분은 아까 암만의 압달리 제트 버스 터미널에서부터 계속 봤거든요. 어쨌든 그래서 그 후로 계속 같이 다녔죠. 서로 사진도 같이 찍어주고요.
중간에 바위에 구명이 뚫려 있고 두 사람의의 모습이 새겨져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도 있었는데요, 역시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풍화가 진행되어 모습이 제대로 남아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옷의 주름 같은 부분이 잘 남아 있어서 신기하더라고요.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다보니...
오?? 저게 뭐지?? 무언가 바위 틈으로 살짝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좁은 바위 절벽 사이 길의 마지막 부분을 빠져나오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바로 페트라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인 알 카즈네!, 알 카즈네(الخزنة[Al khaznah])'는 아랍어로 '창고'라는 뜻인데요, 후대 사람들이 알 카즈네 안쪽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보물창고'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여기서 그 보물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총격전을 벌인 흔적도 남아 있다고 합니다.
알 카즈네 역시 페트라 내의 다른 건축물들과 마찬가지로 절벽을 깎고 뚫어서 만든 건축물인데요, 나바테아 인들이 그리스 양식과 이집트 양식을 혼합해서 만든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기둥들과 조각상들, 섬세한 장식들 그리고 건물 내부의 커다란 공간까지 다 고대 나바테아인들이 멀쩡한 바위 절벽을 깎아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벽을 깎아 건물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도 놀랍지만, 2천년도 더 전에 그런 기술이 있었다는 사실 또한 굉장히 놀랍더라고요. 물론 제 예상보다는 알 카즈네의 규모가 살짝 작은 느낌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가 너무 크게 상상했던 거지 결코 작은 건축물은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사람이 그 아래 서면 개미같아 보였으니까요.
알 카즈네의 건물로써의 정확한 용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고고학자들은 나바테아 왕들의 무덤 역할로 지어진 건물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고 하네요.
알 카즈네를 등지고 서서 제가 들어온 절벽 사이 길을 바라본 모습... 정말 좁은 틈이죠?
알 카즈네를 출발해 계속 가다보니 좀 넓은 평지가 나타나더라고요. 물론 사방이 다 바위산과 절벽으로 막혀있긴 했지만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많은 건물들이 나타나며 도시의 모습을 띄기 시작했습니다. 요르단의 고대 로마 도시 유적인 제라시 유적에 갔을 때 여기저기 우뚝 솟은 기둥들과 건물들을 보고도 참 놀라웠는데, 또 여기는 절벽을 파서 건물들을 만들고 도시를 만든 것을 보니 이것 또한 굉장히 놀랍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는지... 아마도 사방에 절벽이 있어서 건물을 이곳 저곳에 짓기 힘든 환경에 맞춘 맞춤식 도시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 과학 기술 문명도 충분히 멋지지만, 고대의 이런 거대 유적들을 보면 정말 신기해요.
저 멀리 이미 요르단에 살면서 익숙해진 고대 로마 원형 극장도 있습니다! 다만 암만이나 제라시 등에서 본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더 가까이에서 볼까요?
암만 시내에 있는 로마 원형 극장은 아무래도 도심 한 가운데이다보니 사람들이 꾸준히 관리를 했을 것이고 사람의 손길이 닿아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반면, 이 곳의 로마 원형 극장은 거의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용되지도 않고 사람의 손길도 거의 닿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좌석 부분은 오랫동안 풍화가 진행되어 흐물흐물(?)해진 모습이었고요. 또한 이 극장 역시 페트라 내의 다른 건축물들과 마찬가지로 바위를 그대로 깎아 만들다 보니 붉은 색을 띄고 있네요.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이 로마 원형 극장 내의 무대나 기둥 등 일부러 세운 부분 중에서는 이 지역의 주된 암석인 사암과 석회암이 아닌 '대리석'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이 근처에는 대리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먼 곳에서 실어 왔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문제는 그 당시 기술로 이 깊은 골짜기 속까지 어떻게 대리석을 운반해왔냐는 거죠. 이 점 또한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페트라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겠죠?^^
절벽 높은 곳에도 여러 건축물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혼자 갔다면 저 곳에 안 올라가 봤을 것 같은데, 아까 만난 그 두바이에서 오신 분께서 같이 올라가보자고 하셔서 저도 올라갔는데, 안 올라갔으면 후회했을 뻔 했어요.ㅋㅋ
일단은 그 곳에서 내려다 본 전망이 멋지더라고요! 그리고 이 날 다행히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가 오지는 않고 구름만 잔뜩 껴서 오히려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 주었답니다.
벽돌로 지은 부분도 있는 것으로 봐서는 절벽을 깎아 건축물을 만든 뒤 필요한 부분(계단 등)은 벽돌로 더 쌓아 만든 것 같아요.
한참을 그렇게 풍경 속에 빠져 있다가 다시 내려와서 조금 더 걸어오니 이번엔 로마 시대의 교회가 등장했습니다. 페트라는 나바테아인들이 건설한 고대 도시이지만, 동로마 제국 시절까지는 도시로서 존속했기 떄문에 아까 보여드린 로마 원형 극장과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비잔틴 교회 등의 유적도 함께 남아 있는 것이죠.^^ 물론 도시의 쇠퇴 또한 동로마 제국 시절에 시작되었지만요.
이 교회를 지나면 또 식당, 기념품 점 등이 잔뜩 몰려 있는 곳이 있고요, 이 곳을 통과하는 동안 엄청난 당나귀 호객꾼(?)들을 만나게 될 거예요. 진짜 졸졸 따라오면서까지 당나귀를 타라. 올라가는 데 1시간이나 걸린다. 거기 걸어서 못 간다. 너무 힘들다.... 등등의 말들을 계속 쏟아냅니다. 물론 요르단에서 하도 그런 말에 많이 속은 저는 믿지 않았지만 사실 올라가는 데 힘들긴 참 힘들었어요.ㅠ.ㅜ 입구부터 쭉 완만한 길만 따라와서 계속 그럴 줄 알았는데, 마지막 유적지인 알 데이르로 가는 길은 거의 등산 코스더라고요. 하지만 천천히 걸어올라가면서 또 다른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알 데이르로 올라가려면 이런 계단, 혹은 산길을 따라 끊임없이 올라가야 하는데요, 경사가 가파라졌다가 완만해졌다가 계속 반복된답니다. 그리고 산길인만큼 길이 넓지 않아서 관광객을 태운 당나귀 행렬이 오면 옆으로 잠시 비켜야 해요. 길 여기저기에 당나귀 똥도 많아서 아래를 잘 보고 다녀야 합니다.ㅋㅋㅋ
알 데이르로 가는 길엔 곳곳에 이런 계단들이 있는데요, 이런 계단들 또한 나바테아인들이 건설해 놓은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지겨우실 수도 있겠지만, 이 계단 역시 따로 설치한 것이 아니라 그냥 올라가는 길에 있는 바위를 계단 모양으로 깎은 것이고요.^^
올라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니 이런 장관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오 이제는 꽤 많이 올라왔죠. 길 바로 옆으로 보이는 절벽이 아찔하네요... 아마 페트라 입구에서 알 카즈네까지 오는 길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고 아고 너무 힘들다. 올라가면 도대체 뭐가 있는 거지' 하며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땀범벅이 되어 바위 산을 밍기적 밍기적 올라가고 있던 그 때,
와! 페트라에 들어와서 본 것 중에 가장 거대한 규모의 건물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알 데이르'인데요, '알 데이르(الدير[ad-dayr])'는 아랍어로 '수도원'이라는 뜻입니다. 나바테아인들의 거대 신전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장소입니다. 근데 이 건 바위 산 앞으로 툭 튀어 나온게 바위를 깎은 게 아니라 그냥 세운 건축물 같다고요?
이렇게 조금 더 떨어져서 보시면 커다란 바위 산의 한쪽 면을 통째로 깎아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고대 나바테아인들은 어떻게 바위산 하나를 통째로 이렇게 깎아버릴 만큼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그 산을 깎아서 만들면 딱 높이가 맞을만한 그런 건축물을 설계한 것이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미스터리입니다. 사진에서 사람들과 알 데이르를 비교해 보세요. 규모가 정말 엄청나죠? 한참 산을 올라왔기 때문에 어느덧 구름이 엄청 가까이 보이네요.^^
이 건물 앞에 있던 안내판인데요, 원래는 현재 남은 건물 앞에 회랑 같은 것이 있었나 봅니다. 여기는 정말 베두인들도 찾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바위산 위에 버려져 있던 고대 도시의 신전이라니... 신비로워요!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라 주변에 'View Point'라고 쓰여진 곳들이 있더라고요. 더 올라가야 해서 으으윽... 그냥 다시 내려갈까 생각이 들었지만, 두바이에서 오신 형과 같이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바위산을 더 올라서 알 데이르 신전에서 가장 가까운 전망대 도착! 근처 이곳저곳에 전망대들이 있었는데, 공식적으로 운영되는 건 아니고, 그냥 베두인 족들이 개인적으로 근처 바위산 꼭대기 이곳 저곳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았어요.
전망대에서 주변 바위산들과 함께 내려다 보는 알 데이르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알 데이르 쪽 말고 다른 쪽을 바라보니 아득한 바위산 골짜기가 보였습니다. 발 한 번만 잘못 디디면 크게 다치겠단 생각도 들었지만, 전망대에 한참을 서서 그렇게 사방을 둘러 보며 또 한참 동안 감동하고 있었네요.^^
그 옆의 다른 전망대도 한 번 더 둘러보고 다시 내려왔습니다. 입구에서 알 데이르까지 오는 동안 워낙 샅샅이 둘러보고 왔기 때문에 나갈 때는 그냥 복습하는 기분으로 쭉 가볍게 훑어보며 나오려고 했는데, 발걸음이 하나도 안 가볍더라고요...ㅠ.ㅜ 멋진 풍경들에 감탄은 했지만, 이미 3시간이 넘게 걸었고, 산까지 올라갔다 와서 이미 너무 지쳐 있었어요. 다리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고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언제 또 여길 와 보겠나 싶어서 열심히 훑어봤답니다.
알 카즈네를 지나 다시 좁은 절벽 틈 길을 지나 나가는 길... 들어올 때는 아침이라 바닥이 깨끗했는데, 오후가 되니 사람들을 태우고 왔다갔다한 동물들의 대변으로 길이 난리가 났더라고요. 그거 피해서 걷느라고....ㅋㅋㅋ 그렇게 천천히 가다 보니 버스 출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안 남아서 열심히 걸어서 아까 내렸던 주차장까지 같이 왔답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암만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내 잤던 것 같네요. 암만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느라 체력적으로는 많이 힘들었지만 굉장히 황홀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던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여러분도 요르단에 가실 일이 있다면 페트라는 정말 꼭 가보세요!!! 이런 기분을 우리 역 손님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요^^
그럼 페트라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이번 포스트는 평소보다 사진도 많고 글도 너무 길어서 읽기 피곤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이게 나름 최대한 줄이고 줄인 거예요.ㅠ.ㅜㅋㅋㅋ)
그리고 작년 말부터 계속 올렸던 '요르단 여행' 시리즈도 이번 페트라 편을 마지막으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곧 이스라엘 여행기가 업로드 되기 시작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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