終日無忙事-온종일 바쁜 일 없이 한가로이
梵香過一生-향(香)을 사르며 한평생 보내리라
山河天眼裏-산과 강은 하늘의 눈(眼) 속에 있고
世上法身中-세상은 그대로가 법신(法身)이다.
聽鳥明聞性-새소리 듣고 자신의 실체를 밝히고
看花悟色空-꽃을 보고 색(色)과 공(空)을 깨친다네
懸泉百丈餘-떨어지는 폭포는 백길이 넘으며
薄雲岩際宿-엷은 구름은 바위사이에서 머무르고
孤月浪中飜-외로운 달은 파도 속에 잠겼는데
袖中有東海-옷소매 가운데 동해바다가 있도다
嶺上多白雲-봉우리위에는 흰 구름도 많은데
靑山塵外相-청산은 티끌 밖의 세상이어라
전등사(傳燈寺) 일주문 주련(柱聯)
대웅전 지붕을 떠받고 있는 빨가벗은 여인들 !!
전등사 대웅전을 떠받고 있는 여자나체 조각상(裸婦像)
※나부상(裸婦像-나체 여자 조각상
전등사(傳燈寺)의 대표적인 건물인 대웅보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선 중기의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보물제 178호다.
전등사(傳燈寺) 대웅보전이 세상에 더욱 유명하게 된 것은
대웅보전(大雄寶殿)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裸婦像)
때문이다.
※나부상(裸婦像)-벌거벗은 여자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彫刻).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신성한 법당에 웬 벌거벗은 여인인가?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나부가 아니라 원숭이조각 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숭이는 불교(佛敎)를 수호하는 짐승이다.
그래서 중국 명(明)나라 때 오승은(吳承恩)이 쓴 소설
서유기(西遊記)에 원숭이가 등장한다.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사찰에는 원숭이가 모셔져 있고 한다.
하지만 전등사 대웅전의 조각상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여인이
옷을 벗고 있는 나부상(裸婦像)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이 나부상(裸婦像)과 관련해서 유명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전등사는 16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가운데 여러 차례
화재(火災)를 겪어 이 때문에 대웅보전(大雄寶殿)도
여러 번 중건(重建)되었다.
지금의 나부상(裸婦像)이 만들어진 대웅전은 여러 역사 자료
를 보건대 17세기 말로 추측된다.
중국 당(唐)나라에서 손꼽히는 도편수(都邊首)가 대웅보전 건축을
지휘했다고 전한다.
※도편수(都邊首)-조선시대 건축공사 기술자의 호칭.
중국 땅 고향에서 멀리 떠나온 도편수는 외롭고 향수(鄕愁) 때문에
공사 도중 전등사가 있는 사하촌(寺下村)의 한 주막을 드나들며
향수를 달래던 중 그곳 주모와 눈이 맞았다.
사랑에 눈이 먼 도편수는 월급이나 돈이 생길 때마다 주모에게
모조리 갖다 주었다.
주모는 말하기를
“어서 대웅전 불사(佛事) 끝내시고 살림을 차립시다”
“좋소. 우리 그림 같은 집 한 채 짓고 오순도순 살아봅시다.”
도편수는 주모와 함께 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대웅보전
건축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도편수가 주막으로 찾아가니
주모 여인은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며칠 전에 야반도주를 했수.
찾을 생각일랑 아예 마시우.”
동네 이웃집 사람들의 말이다.
도편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그동안 갖다 준 돈도 돈이지만 여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때문에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도편수는 마음을 다잡고 대웅전 공사를 마무리했다.
공사가 끝나갈 무렵 대웅전의 처마
네 군데에는 벌거벗은 여인이 지붕을 떠받치는 조각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전등사 대웅보전에 얽힌 나부상(裸婦像)의 전설이다.
이 나부상이 더욱 재미있는 것은 네 가지 조각이 제각각 다른
모습이라는 점이다.
옷을 걸친 것도 있고
왼손이나 오른손으로만 처마를 떠받든 조각도 있으며
두 손 모두 올린 것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전등사 대웅전의 나부상은 그리스의 신화에서 소도둑 문제로
인하여 평생 바위를 밀어 올리는 벌을 받는 시지프(Sisyphe)를
연상케 한다.
웃기는 것은
부처님을 모신 성스러운 대웅전에 여인의 나체 조각상을 세운
당시 도편수의 익살과 풍자이다.
더 웃기는 것은 그런 도편수의 파격(破格)을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아는 전등사 스님들의 자비롭고 넒은 마음을 느끼게 하는 점이다.
궁금한 것은
그 대웅전을 중건했던 도편수나 스님들은 무슨 뜻으로
나부상(裸婦像)을 올려놓았던 것일까?
단순히 사랑을 배신하고 욕심에 눈 먼 여인을 징계하고자 하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도망간 여인이 잘못을 참회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라는
염원도 들어있을 것이다.
또 그런 조각상을 보게 될 후대의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본받으라는 뜻도 담겨 있으리라.
그렇기에 전등사 대웅보전의 나부상은 보면 볼수록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