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잘 하는 팀은, "내년시즌 전력분석 놀이"를 비시즌에 하지만, 야구를 못하는 팀은 "내년시즌 전력분석 놀이"를 시즌 중에 합니다. 우리 카페에서는 이미 지난 여름부터 이런 글들이 올라온 걸 보니 아마 야구를 못하는 팀인가 봅니다.
여러분 혹시 '오컴의 면도날'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가설이 많으면 참에서 멀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아침에 집에서 나와보니 가방에 핸드폰이 없습니다. 너무 바빠서 집에 돌아가지 않고 그냥 볼일 보고 들어 왔는데 책상 위에 전화기가 있다고 쳐봅시다. 자,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요?
<사실은 전화기를 챙겨나왔는데 집 앞에서 남몰래 소매치기를 당했고, 도둑이 지갑을 꺼내는 와중에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졌으나 내가 그 소리를 미처 못 듣고 계속 가던 길을 갔는데, 때마침 그 앞을 지나가던 우리 옆집 꼬마애가 휴대전화를 주워 집으로 가져갔고, 우연히 그집에 놀라가셨던 우리 어머니가 내 휴대폰임을 알아보고 내 방에 갖다 놓은 것> 일까요? 아닙니다 그럴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 뭡니까? 아침에 내가 까먹고 안가져간거죠. 그렇게 가정 없이 심플한 이유일 확률이 훨씬 높지요.저는 야구판 전력분석에도 이 논리가 적용된다고 봅니다. 진실, 그러니까 참에 가까우려면 근거가 심플해야 됩니다. 여러가지 가정이 붙으면 결국 비논리적인 주장으로 변해버립니다. <확률>상 그렇습니다.
"외국인이 대박나고 유원상이나 김혁민 둘 중에 한명이 각성하고, 안승민과 김재우가 전력에 가담하고, 이상훈이 주전 중견수가 되며, 김태완은 작년보다 더 잘하고, 최진행이나 김강이 빵빵 터지고, 주전 선수들의 부재가 선수들의 정신력까지 자극해서 4강에 갈 확률" 보다는,
"작년 꼴찌팀에서 2명이 빠져나갔으니 올해도 꼴찌할 확률"이 훨씬 더 높은겁니다. 그 이유 때문에 올해 8위 한 겁니다. 올해 꼴찌한 건 젊은 선수 기용을 안 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김강이 잘하는데 뒤늦게 올려 보내줘서 그런 것도 아니며, 그냥 우리가 야구를 못 하는 겁니다. 저 위의 가설 중에서 과연 이뤄진 건 뭡니까. 딱 한개죠? 원래 그렇습니다. 행복한 상상은 열개중에 한두개만 현실이 됩니다. 그게 이 세상 이치입니다.
여러분, 만약에 어떤 LG팬이, "박명환이 완벽 부활해서 봉중근과 원투펀치가 되고, 돈 많이 풀어 풀타임 외국인 선발투수 보강하고, 신정락은 2년차 징크스 없이 철벽 마무리가 되어주고, 이동현 부상 안 당하고, 타선 쪽에서는 작은 이병규가 페타지니만큼 성장하고 , 조인성이 비록 올해 커리어 하이지만 내년에도 올해만큼 하고, 정성훈은 이름값 더 하고 오지환은 겨울훈련 착실히 해서 내년는 A급 유격수가 되고, 올해 잘했던 선수들은 내년에도 똑같이 잘하면 우리도 4강권이에요. 선수들이 투지를 갖고 열심히 하면 우승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엘레발 정말 쩐다" 하면서 비웃지 않으시겠습니까. 누구는 투지가 없고 열심히 안해서 성적이 나쁜 것 아니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저는 2011년 최하위가 한화이글스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물론 제 예상이 틀릴 수도 있고, 또 틀린다면 저 역시 기분이 좋겠지만 <확률>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이 얘기를 왜 길게 했냐면,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거기에 맞는 장기적 대안을 세워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혹자들은 리빌딩이라는 말로 표현하시던데,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2011시즌이 아니라 2012, 2013 혹은 그 이후입니다. 이럴 때는 어린 선수에게 눈을 돌리는 게 좋습니다.
단, 제가 말하는 '눈돌리기(혹은 리빌딩)'의 의미는 2군 선수들을 1군 경기에 무작정 내보내자는 게 아닙니다. 그런 것 절대 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2군 선수는 1군에 나와서 뛰어야 성장하는 게 아니라 2군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리고 검증 덜 된 선수보다 장성호 정원석이 뛰는 게 맞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1군>이니까요. 1군 감독은 2군에 신경 쓸 여유가 없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1군과 2군 코칭스태프 사이에 커뮤니케이션만 잘 되고, 1군에 구멍이 생겼을 때 빨리빨리 2군에서 올라올 선수들이 만들어져 있으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2군에 체계적으로 훈련할 장소가 없다는 겁니다. 다른팀은 다 있는데 우리 2군만 없죠. 이제는 그럴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됩니다. 롯데와 삼성에서 좋은 젊은 선수 자꾸 나오는 건 로이스터나 선동렬이 어린 선수들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라 상동과 경산의 좋은 시설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한 선수들이 1군에 구멍날 때마다 잘 메워지니까 그런겁니다. 두산의 화수분은 김경문이 아니라 서울팜과 이천이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없습니다. 물론 서울팜도 있고 구리도 있는데 화수분이 안 나오는 엘지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러나 LG는 FA로 선수라도 사죠. 그게 바로 리빌딩(전력을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1군 라인업을 2군으로 물갈이. 그런 건 운발 터지기만 기대하는 직무유기죠. 1군 감독은 라인업을 현 시점에서 제일 잘 하는 선수로 채우는 데 충실하면 됩니다. 다만 프런트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세워 실행에 옮기고 2군 스태프들이 실무를 맡아야 되죠, 그거를 하자는 얘깁니다.
이제 부익부 빈익빈 리그입니다. 야구판이 자리를 잡으면 잡을수록 상위팀과 하위팀의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그리고 단번에 그 차이를 뒤집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7년 동안 최하위 4번에 7위 두번을 했던 2000년대 초중반 롯데의 상황을 우리라고 당하지 말란 법 없습니다. 지금부터 그걸 준비하지 않으면 2013년 이후에는 더 가혹한 짐을 지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2~3년 후의 전력 요원들을 효과적으로 조련하는 시스템. 2년 연속 꼴찌를 맞아 진지하게 준비하기 바랍니다. 1군에서 못봐도 좋으니 2군 훈련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야 나중에 요즘을 돌이켜 웃을 수 있을테니까요.
첫댓글 글솜씨가 매우 좋으시네요.. 좀 배우고 싶네요.. 아무리 책을 읽어도 글솜씨가 늘지 않아서..쩝쩝쩝..ㅋㅋㅋ
추석 잘보내시고 장문에 글 잘 보았습니다.
참 제가 생각하는 부분을 너무 잘찝어서 표현해주셨단 생각이 드네요. 전 유원상-김혁민-안영명이 절대 훌륭한시즌을 보낼거란 생각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거든요. 개인마다 본인의 그릇이란 것이 있는건데 현재 대부분의 한화선수들은 팬들이 기대하는 그릇이 아닙니다. 이것이 냉정한 현실이죠
ㅎㅎㅎ 저도 사실 내년도 꼴찌 예상..^^;; 머 꼴찌라도 야구보는 재미에..ㅎ 아쉽기만 하는 끝나가는 프로야구 시즌..
다른 팀 2군 선수들은 훈련장소가 있는데 한화는 참 뭐하는것인지..그룹이 야구단에 애정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소비재가 아닌 생산재 회사라 홍보가치를 못느낀다고 할수도 있지만 이건 부모가 자식들 밖에 내보내고 관심도 없이 방관하는 셈이죠. 8개구단을 부모로 나눠 본다면 한화가 최악의 부모입니다. 투자 많이 하라는것도 아니고 해야하는 최소한의 투자를 해야하는데 수수방관만 하니 결과가 좋을수 없죠. 구단 프런트도 하나같이 존재감 없고..참 짜증나는군요
맞는 말입니다. 구단의 행태는 팬들을 짜증나게 합니다. 8개구단 중 가장 적은 인구수의 도시, 시민을 상대로 마케팅 할 제품 생산 기업도 아니고, 단지 10대 기업안에 한화라는 기업이 있다는 정도의 국민상대 기업 홍보용 정도로 이정도의 기업홍보 효과 정도면 괜찮다고 모기업이 생각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ㅡㅡ;
2군 전용 경기장에 첫삽을 뜨는 것이 팀리빌딩의 시작인데...우리는 아직 그 조차 준비가 없으니...앞으로 3-5년은 꼴찌를 맡아논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내년에 군문제로 김태완 선수를 비롯해서 그나마 올해 우리꼴찌전력의 핵심인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게 됩니다. 확률로 봤을떄 올해 7위와 5경기차로 8위했으니, 내년에는 7위와 5경기이상의 차이로 8위를 차지할 확률이 아주 높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전용연습구장이 없는것은 대전시장하고도 연관이 있습니다 구장은 구단에서만 추진한다고 되는것이 아니라 시가
부지및 기타세부사항을 협조해야만 되는거이구여 광주나 대구는 시장출마시 야구구장및 기타사항도 공약을 하는데 우리는 그런공약도 안나오니 시나 구단이나 결국시를 움직일수있는것은 여론이라고 생각하는데 릴레이라도 한번할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비자금 계좌 만들 자금이 있으면, 그 돈이라도 구단에 투자 좀 하지... ㅎㅎ
리필딩은 간단히 말하면 타 팀에서 선수를 영입 또는 팀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리필딩이지요.
과연 올 해의 리필딩은 전자일까요 후자일까요?
쩝.. 꾸준한 팀이 부럽네요.
울 이글스... 갑작스럽게.. 리빌딩이라는 이름아래 그냥 지지부진한것 같아서 속이 쓰립니다.
아무리 못해도 꼴등은 한적없고(작년까지 창단이래)
게다가 2년 연속 꼴등... 쩝.... 정말 근본을 봐야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