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 스튜어트(Gilbert Stuart, 1755~1828), ‘아테네움(The Athenaeum),
1달러에 들어간 미완성 작품 표정’, 1796년, 보스턴 아테네움 미술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1799) 초상화.
길버트 스튜어트(Gilbert Stuart, 1755~1828)는 19세기 미국 최고의 초상화가였다. 미국 첫 대통령 6인을 포함해 약 1000명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런데 그 많은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건 ‘아테네움(The Athenaeum)’(1796년·사진)이라 불리는 미완성 초상화다. 어째서 미완성 그림이 그의 대표작이 될 수 있었을까?
그림 속 모델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 바로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이다. 현직 대통령 초상화를 아무나 그릴 수는 없는 법, 미완성인 게 더 의아하다. 스튜어트는 미국 태생이지만 영국에서 활동하며 초상화가로 꽤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38세가 되던 1793년 더 큰 성공을 꿈꾸며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의 목표는 명확했다. 당시 큰 존경과 지지를 받던 워싱턴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려 판화로 만들고 그 판화들을 팔아 큰돈을 벌 계획이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던가. 1794년 정치인 존 제이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 성공한 후, 그의 소개로 이듬해 말 드디어 대통령이 스튜어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림 속 워싱턴은 64세로 타계하기 3년 전 모습이다. 집권 8년 차에 들어선 대통령은 전쟁 영웅도 권력자의 모습도 아니다. 백발이 성성한 기품 있는 노신사 같다. 화가는 워싱턴의 얼굴과 목만 묘사하고 나머지는 미완성인 채로 두었다. 그러고는 여러 점의 복제화를 그렸다. 수요는 많았다. 워싱턴 사망 후 130점의 복제화를 제작했고, 점당 100달러에 판매했다. 초상화를 판화로도 만들었는데, 그 이미지는 미국 1달러 지폐는 물론이고 우표에도 새겨져 널리 퍼져 나갔다. 그 덕에 이 초상화가 미국민뿐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워싱턴의 대표 이미지로 각인됐다.
미국 1달러 지폐의 앞면을 장식하고 있는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02.22~1799.12.14)의 미완성 초상화에는 재미있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미국 1달러 지폐의 앞면을 장식하고 있는 조지 워싱턴은 미국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물이지만 업적만큼이나 루머도 많았다. 초상화 속에 숨겨진 비밀은 조지 워싱턴이 죽어서도 숨기기 원했던 치부였는지도 모른다. 스튜어트가 조지 워싱턴을 보고 제작한 두 번째 초상화로, 아테네움(The Athenaeum)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스튜어트는 이 초상화에서 조지 워싱턴의 입 주변을 이상하리만치 불룩하게 묘사했다. 입 자체도 크게 그려 넣었다.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비싸며 인기가 높은 이 작품만 유독 주인공의 입을 불룩하고 크게 표현했을까. 조지 워싱턴은 노년에 치아상태가 좋지 않았다. 급기야는 치아를 모두 뽑아낸 뒤 틀니를 착용할 지경에 이르렀다.
원래 워싱턴은 틀니 수리가 끝난 뒤 느긋하게 초상화를 그리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 마사가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시간에 쫓겨 예비 틀니를 착용해야 했다. 당연히 표정이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스튜어트의 앞에 앉아 입에 힘을 주고 있었으니 그림이 부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물론 조지 워싱턴은 스튜어트에게 그림을 고쳐달라고 이야기할 참이었다. 하지만 스튜어트가 멋대로 그림을 미완성 상태에서 작업실로 가져가는 바람에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스튜어트는 곧 그림을 완성하겠다고 말한 뒤 작업실에서 복제품을 만들어내 돈을 벌었다. 스튜어트는 이전부터 유명인사들의 그림을 그려 명성을 얻었지만 방탕한 생활 탓에 항상 돈이 부족했다. 결국 스튜어트가 그린 조지 워싱턴의 두 번째 초상화 원본은 미완성 상태로 남았다.
어쩐 일인지 입 주변이 부자연스러운 워싱턴의 초상화는 큰 인기를 끌었다. 당연히 한 장 있는 원본은 매우 진귀한 작품으로 여겨졌다. 이 그림은 나중에 1달러 도안으로 사용되는 영예를 안았다. 돈을 밝히던 스튜어트가 본의 아니게 조지 워싱턴에게 커다란 선물을 해준 셈이다.
스튜어트는 자신에게 부와 명성을 안겨준 미완성 원본을 죽을 때까지 간직했다. 아테네움이란 제목은 그의 사후 그림이 보스턴 아테네움 미술관으로 가면서 붙은 것이다. 목표 이상의 것을 얻은 화가 입장에선 굳이 완성할 필요가 없었을 터. 이 유명한 워싱턴의 초상화가 미완성으로 남은 이유다.
길버트 스튜어트(Gilbert Stuart, 1755~1828),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1799) 대통령의 초상화’,
캔버스에유화, 244×153cm, 브루클린 미술관, 미국 뉴욕.
길버트 스튜어트(Gilbert Stuart, 1755~1828),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 초상화’,
1821년, 나무에 유화, 워싱턴 국립 초상화 갤러리 소장.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동아일보 2024년 02월 15일 (금) 「이은화의 미술시간(이은화 미술평론가)」/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