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에서
- 김석인
네 상처 보듬으면 싸한 바람이 인다
고막 터진 봉창으로 빠져나간 꿈처럼
흙먼지 자욱한 거리 툭툭 차이는 유품들
상실의 조각들이 시위하는 현장에서
통곡이 삐져나온다, 눈으로만 읽어야 할
침묵이 가로누워서 물고 있는 흰 운동화
떠나고 남은 것은 갈래갈래 찢긴 마음
휘어잡는 손아귀엔 앙상한 뼈만 돋아
비우고 내려놓은 곳 하늘이 와 안긴다
ㅡ 『시조21』(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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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도시는 지방소멸을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선비의 고장, 영주도 인구 20만을 꿈꾸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주인구가 10만을 겨우 넘길 정도일 뿐 날로 줄어듭니다
곳곳에 폐가가 늘어 관리가 되지 않으니 흉물스럽기까지 합니다
선대 고향에는 마을 한가운데임에도 추억이 묻은 집과 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증조부 손때가 묻은 농기구가 기둥에 그대로 걸려 있고...
허물어져가는 우사 여물통엔 가시박이 자라고 거미줄이 얽혔습디다
한지 바른 방문은 구멍이 나있어도 유리문은 멀쩡하더군요
한식날 폐가에서 잡초 우거진 마당 가득 고인 침묵은 차라리 한숨이었네요^*^
첫댓글 며칠 전 고향 마을을 다녀 왔습니다.
시골 빈집 곳곳에는 마당의 잡초가 기세등등하게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구요.
그들에게 밀려난 꽃들은 간신히 몇 개의 씨앗을 남겨
겨우 핀 꽃들이 황량함을 오히려 더 보태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