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 今年酷热如鎔鑛-올해는 용광로 같은 더위였다 今日初秋光处暑-오늘이 초가을 맑은 빛 처서(處暑)구나 停止绿色山茂盛-이제 초록 산천 무성함 멈추고 天下世上染黄色-온 세상 누른빛 물들 것이다 市場果實秋味誇-시장에 과일들 가을맛 자랑하고 庭園菊香請蝴蝶-정원에 국화향기 나비 부르네 庭園蟲群冬備忙-정원 벌레들은 겨울 준비 바쁘고 農村婦人洗鋤頭-농촌 아주머니는 호미를 씻고 있겠지 啊啊思念故鄕秋-아아 그리운 고향의 옛가을 處暑南空沈回憶-처서(處暑)에 남쪽하늘 추억에 잠기네 농월(弄月)
너 물렀거라 !!
오늘이 더위를 쓸어 간다는 처서(處暑)다. 처서(處暑)는 “더위가 머무르다, 그치다”란 뜻이다. 순우리말로 풀면 처서(處暑)란 “더위 너 물렀거라!”쯤 되는 말이다.
지구도 늙으니까 여러 가지로 변화가 온다. 올 여름은 기록적 폭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보다 더 무서운 더위와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기상학자들의 의견이다.
올 더위도 “처서(處暑)”를 기점으로 덕석처럼 말아 뒤꼍에 세운다! ※덕석-멍석의 경상도 사투리
참 묘한 것은 처서(處暑)가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무엇인가 모르게 가을 분위기가 제법 느껴진다.
처서(處暑)는 한자로 처(處)-곳 처 서(暑)-더울 서다 요즘 사람들은 무심하지만 필자 같은 고물(古物)들은 누구나 아는 절기(節氣)다.
요즘 사람들은 인터넷에 빠져 24절기를 모른다.
처서(處暑)란 무슨 의미의 글자일까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의 하나인 갑골문자(甲骨文字)에서는 “처(處)”자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처(處)-포효(咆哮)하는 호랑이가 바위 뒤에 숨은 모습이다 (김성재 갑골문자) ▷처(處)-호랑이(범호-虎)가 천천히 걸어(천천히 걸을쇠夊)가는 모습이다 (조규열-한자(漢字) 파자(破子) ▷처(處)-는 호랑이(虎)가 웅크리고 앉은 모습이다
“처(處)”자는 보통 처소(處所) 등 “곳”으로 설명하는 글자다 그런데 더위가 물러난다는 뜻에 왜 이 “처(處)”가 쓰였을까? 한자(漢字)의 유래를 알면 이해하기가 간다.
“처(處)”자는 호랑이(虎)가 뒷발을 꿇은 채 웅크리고 앉은 모습을 그린 상형문자다. 이것이 한자의 특징이다. 그래서 본래 “날쌔게 움직이는 호랑이가 멈추다” “머무르다”란 뜻에서 시작됐다 (하영삼 한자어원사전)
처서(處暑)는 곧 “더위가 머무르다, 그치다”란 뜻이다. 순우리말로 풀면 “더위, 물렀거라!”쯤 되는 셈이다. 처(處)는 “머물러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의미가 넓어졌다. 거처(居處) 처소(處所) 등을 나타내는 말에도 쓰이게 됐다.
또 말이나 행동이 경솔한 사람을 가리켜 “채신머리없게 굴지 마라”라고 한다. “채신머리없다”는 “채신없다”를 속되게 이르는 일종의 욕이다.
국어사전에서 ※채신없다-말이나 행동이 경솔하여 위엄이나 신망이 없다. 이 말도 한자 처(處)와 관련이 있다.
“채신”은 지금은 완전히 굳어져 우리 고유어처럼 쓰이지만 본래 “처신(處身)”이 변한 말이다. “처신(處身)”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말 행동 등을 말한다.
잘못된 일을 저질렀거나 매우 부끄러울 때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하는데, 이때의 “몸 둘 바”가 곧 한자어(漢字語) “처신(處身)”이다.
어떤 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처신없다”고 하는데, 이 말이 변해 지금은 “채신없다”가 됐다. “체신없다”와 “체신머리없다”는 “머리”두글자로 욕의 의미가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위가 물러가는 기점을 처서(處暑)라 하는 것은 더위가 “체신 있는 행동”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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