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종일 잠만 자서인지 설화는 머리가 무거워졌다.
그래서 일어날려고 해도 팔에 꽂혀 있는 링겔때문에 제대로
일어날수가 없었다.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침대에서 극구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엄마,나 이제 괜찮다니까?나 답답하단 말야."
"그냥 누워 있어.여기서 푸욱~쉬고 퇴원하면 되는거야."
"정말 괜찮은데...굳이 돈 들여 여기 뭐하러 있어?
이제 아픈것도 다 나았는데.그러지 말고 집에 가자.집에서 쉬면 될꺼 아니야."
"너 아까 아빠 말 안들었어?자꾸 말 안들으면 여기 평생 있게 만든다고 했다?"
"칫......"
자꾸만 퇴원 시켜 달라는 딸의 말에 아빠는 협박 아닌 협박으로
설화 발목을 잡은것이다.하지만 정말 자신은 괜찮은데 입원하라고 하니
답답할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엄마한테 떼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길 방도가 없자 설화는 금새 포기하고 말았다.
엄마,아빠 말처럼 푹 쉬었다 가기로 마음 먹은것이다.
약 냄새가 진동하고 아픈 사람들이 왔다 갔다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말이다.
"엄마,잠깐 어디 다녀올테니까 혼자 있을수 있지?"
"내가 뭐 어린앤가?갔다 와요~나혼자 잘 있을수 있으니까."
"올때 맛난거 사다주랴?"
이제 20대 중반에 들어선 딸이었지만 아직은 엄마의 두 눈엔
한없이 작은 어린 아기로 보일뿐이었다.엄마의 따스한 말에
설화는 곰곰히 생각하다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럼.나 떡볶이 사다줘.갑자기 그게 막 땡기네~"
"알았어.곧 갔다 오마."
손까지 흔들어주는 엄마의 모습에 설화는 웃고 말았다.
엄마의 행동이 싫지만은 않았다.그냥 이대로 어리광만 부려볼까 생각하던
설화는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어 버렸다.
계속 이러다 습관이 되버릴것 같았다.
나이 들어서 노부모한테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이 떠오르자
닭살이 돋았다.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웃긴 발상이었다.
딱히 할일이 없던 설화는 따스한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자
다시 잠이 쏟아졌다.그래서 하품을 한뒤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다.
"여기야?여기 맞아?"
"그런것 같은데..아까 어머니한테 듣기로 802호라고 한것같아."
"휴우..정말 사람 놀래키는데는 뭐가 있다니까."
802호...그곳은 지금 설화가 입원해 있는 병실이었다.
남녀 두사람이 병실 번호를 하나 하나 살피며 찾던중 802호
가 적힌 병실을 찾을수가 있었다.
그 두사람은 바로 현수와 유리였다.
안부 인사를 물을겸 설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던 유리는
설화 엄마가 받자 이상하게 생각했다.하지만 조금뒤 설화가
아파서 입원 했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지금 현수와 함께 설화를 문병 온것이다.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고 들어 갔고 설화 말고도 다른 입원
환자들이 두명 더 있었다.
창문쪽 가까이로 다가간 현수와 유리는 곤히 자고 있는 설화를
보았다.약간은 수척해진 얼굴이 두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정신을 못 차릴정도로 아팠다는 소리를 들은 현수는 얼마전에
설화에게 동현 얘기를 해준게 실수라고 생각 했다.
그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꺼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정말 재수없게도 여태까지 설화에게 동현의 얘기를 해주게 된 사람은
바로 현수 자신이었다.그래서 왠지 더 미안하다고 생각한 현수였다.
"다른 애들한테 연락은 했어?"
"응.곧 올꺼야...오늘이 다행히도 일요일이잖아."
"쳇!일요일이 아니면 못오니?친구가 아파서 저러고 있는데 당연히 와야지!"
"알고 있으니까 오는거잖아.근데 좀 조용히 해주라.설화 깨겠다."
"아참....실수다."
현수의 말에 유리는 미안한 기색으로 자신의 입술을 손으로
가렸다.하지만 그들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설화는 잠을 깨게 하는 소리에
조심스럽게 눈을 떠야만 했다.
그리고 눈을 뜨자 보이는것은 뚫어져라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현수와 유리 얼굴이 보였다.꿈을 꾸나 싶어 다시 눈을 감았다 뜨던
설화는 곧이어 현실이란걸 알게 되었다.
"뭐야.....연락도 없이..."
"네가 아파서 저 세상 갈뻔 했다는데 안올수가 있어야지."
"이유리 여사.참으로 말 곧게도 한다."
"내말은 네가 안죽고 살아나서 다행이라는 거지~"
유리는 가까이 다가와서 설화를 껴안았다.
그런 친구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걸 느꼈다.
하지만 친구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잊고만 있던 존재들이 떠올렸다.
동현과 현수.....그들을 생각하니 절로 얼굴이 어두워진 설화였다.
"또 어디가 아픈거야?"
설화의 어두워진 얼굴을 보던 현수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의 말에 유리는 설화를 자신의 품에서 떼어내 얼굴을 살폈다.
"괜찮아.걱정 하지마.나 이제 괜찮아졌어."
"정말이야?"
"그렇다니까..근데 애는 어쩌고 여기 온거야?"
"애 아빠가 있잖아.뭐 오늘 하루쯤은 애한테 봉사하고 있겠지."
"넌 정말 좋은 사람 만난거야.그거 알지?"
"그런가?난 모르겠는데?"
장난스럽게 말하는 유리를 보며 설화랑 현수는 웃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뒤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존재에 설화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고 말았다.
"어라?같이 만나서 오는거야?"
"아뇨.이 앞에서 만났어요.근데 괜찮아요,설화씨?"
"아......네.."
막 병실에 들어선 민지는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설화를 보며 가까이
다가와 걱정스레 물어왔다.그에 설화는 무표정으로
괜찮다고 말했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동현과 보희가 보였다.
보기 싫은 두 존재가 바로 눈 앞에 있자 설화는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 모습이 잠시 스쳐간거라 모두들 눈치채지 못했다.
"어디가 아픈거야?입원까지 할정도라면 많이 안좋았던것 같은데.."
동현이 설화를 보며 말했지만 정작 아무말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옆에 있던 유리가 대답해 주었다.
"아줌마 말론 열이 엄청 높았다고 하더라고.쓰러질정도니까 심했겠지?"
"몸관리 좀 하지.너 퇴원하고 나면 운동 꼭 해라.건강할때 몸 지켜야지."
"할배같은 소리만 하고 있네.너나 잘해.김동현~"
"난 예전부터 잘하고 있네요~곧있음 가정을 책임질 사람인데 허약하면 되겠냐?"
자신의 가슴을 탁탁 치며 장난스레 말하는 동현의 모습이
설화의 눈에 들어왔다.그 말속에 결혼에 대한 얘기가 들어 있단걸 아는
설화는 피식 웃고 말았다.그러다 고개를 들어 올려 보희를 쳐다 보았다.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것인지 고개를 들어 올린
설화와 두눈이 마주쳐 버린 보희였다.하지만 먼저 시선을 피해버리는 보희다.
또 다시 자신의 눈을 피했다고 생각한 설화는 심기가
불편해 졌다.이럴꺼면 뭐하러 여기까지 왔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
그러나 보는 눈들이 있었기에 억지로 그 말들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어야만 했다.
평온했던 마음이 또 다시 어지러워졌다.
꼭 태풍으로 인해 잔잔했던 바다가 거세게 파도를 치는것처럼 너무나도
어지워진 설화였다.
그래서 다시 침대로 눕게 된 설화였고 그것을 본 이들은 걱정스럽게
쳐다 보았다.
"왜 그래?어디 불편해?"
"유리야......나 머리 아파......."
"많이?어떡하지?지금 당장 의사 불러 올까?"
".....미안한데.......다들......나가줬음 좋겠어...."
힘없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리듯 말하는 설화였다.
그 말에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병 문안 온지 얼마나
됐다고 가란 말인가.어떻게 보면 별일 아닌 일이였다.
아픈 사람이 쉬겠다고 말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설화의 말뜻은 그게 아닌듯 싶었다.
보희 일행이 들어오기전 설화는 현수와 유리랑 웃으며 얘기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들어오고 나서부터 설화는 급속도록 얼굴 표정이 어두워져 버렸다.
분명히 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는거였기에 이들은 알면서도 굳이 묻지 않았다.
친구들과 등진채 누워 있는 설화를 보게 된 현수는 어깨를
들썩이고는 일행들을 둘러 보았다.
모두들 침통한 표정으로 어떻게 할껀지 난감해 하고 있었다.
"설화가 쉬고 싶다는데 나가줘야지.다들 나가자."
현수의 말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던 친구들은 여전히
등을 돌려 누워있는 설화를 쳐다 본뒤 병실을 나갔다.
그 중에서 보희는 작게 한숨을 쉰뒤 그뒤를 따라 나갔다.
친구들이 다 나간듯 하자 설화는 몸을 바로 누웠다.
그리고 문 쪽을 향해 시선을 두었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우리들...친구지....그치...?"
...
...
병실에서 나온 이들은 휴계실에 모여 있었다.
다들 알수없다는 눈빛으로 아까전의 상황을 되짚고 있었다.
유리는 커피를 다 먹었던지 종이컵을 구기고는 휴지통에
집어 던졌다.그리고 뾰루퉁한 얼굴로 친구들에게 말했다.
"무슨일이지?설화가 갑자기 왜 그런데?"
"우리야 알수가 없지.나랑 민지,보희는 금방 왔는데..너희들은 알수 있는거 아니야?"
"우리도 몰라.네들이 오기전까지 웃고 떠들었는데.."
"그럼 우리들이 불청객이었단 말이군."
약간 비꼬듯이 말하는 동현의 말에 보희는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의 말이 틀린게 아니란걸 알고는 있지만 동현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니 짜증이 났던것이다.
유리랑 현수는 설화의 기분이 동현과 민지때문인줄 알고 있었다.
그에 반해 보희는 몇일전 일이 떠올랐고 그래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때 일때문에 설화가 아프고 자신을 외면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짜릿하게 저려왔다.
일이 이렇게 꼬여 버릴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다만 설화가 자신에게 더이상 기대지 않게 하기위해 매몰차게
대했을뿐이었다.또 그렇게 해야만 보희는 설화에게 벗어날줄만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미안할따름이었다.상처주지 않겠다고,다시는 눈물 흐르지 않게 해주겠다고
수십번 다짐 했었는데 자신이 결국엔 상처를 주고 말았다.
보희는 허탈한 마음으로 의자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런 보희의 기분을 알리 없는 친구들이다.그래서 보희가
어떤 심정으로 여기에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러던 그때였다.
이들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빠르게 달려와 그대로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
"야!!민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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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장편 ]
love is...[28]
라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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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1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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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보희랑 잘 되었음 좋겠는데..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