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동반자
대추 열매 영글게 한 볕 아래
승용차를 바꿔 기다리던 장로님 앞에 섰다.
병원 현관에서 자몽차를 들고 두리번거렸다.
어색한 운전이지만 편히 모셨다.
해 질 녘, 어머니 묘소에서 지인이 보낸 글을 읽었다.
‘..어머니! 모든 사람들의 영원한 안식처이자 고향 같은 존재입니다.
모든 것을 다 품어 주시고,
모든 것을 다 주고도 기억하지 않는 어머니!
그건 영원한 향수이며 불러도 불러도
자꾸만 그리운 마음의 고향과 같은 이름입니다.
이 세상에서 나보다 나를 더 사랑했던 그분이
바로 그토록 그리운 우리 어머니였음을..’
훌쩍거리다 톡을 보냈다.
‘동생! 요양병원 예배드리고 어머니에게 왔네.
찬영이가 중고 소나타로 바꿔 줬어.
소형차로 어머니 병원 불편하게 모셨던 일,
너무 죄송하고 미안하네.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큰돈 안 들여도 가능한 일인데..
지난 닐이 후회스럽구먼..
동생이 심은 채송화!
잔디 가위질할 때 잘라 냈는데 모퉁이에서 한 송이가 올라와 반기네.
생화는 이것뿐이라 작지만 귀하고 가치 있게 보여..
작은 새들이 곱게 노래하는 데 왜? 저렇게 까마귀가 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나대신 소리 내 흐느끼며 날갯짓을 하네..
석양 노을! 그늘진 숲에 풀벌레 울음이 커가네.
찾는 이들 발길 멈춘 자리,
시원한 바람이 공간을 메워 분위기 좋네. 조용하고..’
‘엄마가 잘했다 하실 거예요.
새 차라도 사주고 싶었지요.
제가 새 차로 모셨잖아요.
언덕에 채송화, 봉숭아, 유홍초 심은 거 피었을 거네요.’
‘산 자락 꽃구경하고 갈게..’ 어둠이 깔렸다.
이틀 뒤 하 집사님께 알렸다.
‘집사님! 맑은 날, 그래도 덥지요.
내 승용차를 아들이 카뱅 앱으로 구입하여 등록해 줬네요.
아반떼는 이전해 가고요.
20만 킬로 정도 탔는데 가스 차라 받았어요.
흠집이 많아 부분 도색이라도 하면 어떨 가요.
어르신들 더 편하게 모실 수 있어 감사할 일이네요.
오늘도 안전 운행하시고 좋은 분들 많이 만나세요.’
다음 날, 황금 같은 시간을 내주셨다.
하나님 주신 마음이라고 차량 용품점에 들려
내부 덮개, 핸들 봉을 선물하셨다.
정비 공장 사장의 배려로 부분 도색을 마쳤다.
지정 카센터로 옮겨 오일, 배터리,
라디에이터, 필터, 워셔액 점검을 받았다.
시운전 후 엔진의 양호함을 밝혀 싼 수리비에 밥값을 드렸다.
하 집사님의 탁월한 성품에 전문가를 연결시켜 고마웠다.
어떤 자리든 칭찬받은 분이라 믿음의 동반자로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최근 친구 막내 청첩에 축전을 띄웠다.
‘친구! 아들 결혼 축하하네.
받은 날이라 금방 돌아올 거네.
예쁜 자부 맞이하는 인륜대사에 마음 씀이 크겠네.
성씨 다른 새 식구가 부담되지만 이로운 점 더 많을 것 같구먼..
막차 태워 보내는 혼례 서운하기도 하겠네.
짐 덜어 시원하지만 친손자 기다리는 건 되래 짐 되려나..
아무쪼록 행복한 결혼 기대하며 기도할게..’
주말, 신사동 리버사이드 호텔 11시였다.
새벽 기도 마치고 고속버스를 탔다.
밤새 탈고한 생명 샘 글을 톡에 올렸다.
가을걷이 같은 답글이 떴다.
‘자상하신 할아버지! 손자도 마음이 참 예쁘네요.’
‘..님도 진정한 어머니요.
맘 차칸 할매요, 현모양처! 아부 아님.’
‘비행기 태워 주시니 즐겁네요.
코로나 걸리지 말고 건강하세요. 코로나에 쉬고 있어요.’
‘난 뱅기 태울 힘없어요.
설가는데 옆 아가씨 계속 지침을.. 신경 쓰이네요.
코로나 아닌가? 해서.. 님! 증말 코로나?
어쩐지 빠른 답에 의심? 가쓰요.
어쩜 좋아요. 가까우면 본 죽 들고 가고 싶은데..
너무 힘든 일에 숨, 쉼, 삶 누리게 하신 거 가타욤.
힘내세요. 기도할게요.’
‘본 죽 말씀만 들어도 고마워요!
이 목사님도 참 착하셔요.’
‘..님도 차카신 분!’
고교 동기 권사님이라 부담 없이 나눴다.
윤 목사님도 반응을 보였다.
‘목사님! 이제 손자하고 폰으로 교제하네요.
동시를 그래도 손자가 필사하느라..
좋은 할아버지 글들 선물하세요.’
‘예, 목사님! 다시마 말리기 좋은 날 아닌가요.
목사님 손자도 곧 폰 질할 때 올 겁니다.
목사님이 손자에게 더 자상할 것 같아요.
잘 계시지요. 그립네요.’
‘그러게요. 그날이 급기야 오겠지요? 감사해요.’
정 목사님도 거들었다.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네요.
참 재미있는 녀석이네요. 맞장구치고 마음이 부자네요.’
‘저녁에 어릴 때 압정으로 찔러 놓은 별구경 나가봐야겠어요.
난 어린 시절 형도 없고 외로웠어요.
용돈 준 사람 없어 군것질도 못 했고요.
종합선물 세트가 그렇게 받고 싶었네요.
그믐달을 손톱 깎기로 잘라내면..
좋은 분 나타난다는 희망 품고 살았어요. 믿거나 말거나..’
‘별별 이야기가..’
서울 박 권사님도 ‘손자에게 좋으신 할아버지네요.
언제 보아도 예쁘고 소중하지요.
손자로 행복한 할아버지 느껴지네요.’
‘예, 아이들로 웃고 에너지 공급받습니다.
다복다복 따라 주는 모습 귀엽기도 하고요.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삶 누리세요.’
많은 분들과 주고받다 터미널에 내렸다.
신사역 코앞에 호텔 두고 물었다.
혼주가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
어려운 시절 믿음의 동반자라 무거운 빚을 갚고자 아침도 굶었다.
‘부모님 오셨어?’ 안부를 물었다.
‘그 연세에 못 오시 제..’
그나저나 고래 힘줄 같은 부친 술로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었다.
친구 집은 5일장 소전머리에서 국밥을 팔았다.
난 배고픈 자취생!
친구 따라 장에 가면 어머니가 공짜로 퍼준 고기 국밥!!
벼락치기 중간고사 준비하며 1분도 자지 말자!
뭇별 보며 지킨 사건은 추억거리였다.
2024. 10. 5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