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의 지극한 효심이 깃든 곳, 천년사찰 '효'도량 파주 보광사-천년의 여행 40회
보광사는 894년 신라 때 나라의 기운을 돋아주는 비보사찰로 지어졌지만 '효孝의 사찰'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무수리로 입공한 소녀는 숙종의 눈에 띄어 숙빈이 되었습니다. 인현황후와 장희빈이 사망한 후 왕비 후보 1순위 였던 숙빈 최씨는 후궁은 왕비가 될 수 없다는 국법에 따라 왕비에 자리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암투와 모략이 난무하는 궁궐에서 신중하게 처신하며 죽을 때 까지 아들 영조를 지켜냈습니다. 영조는 훗날 왕위에 오른 후 어머니 숙빈 최씨의 추승을 서둘렀습니다. 신분의 한계 때문에 대접을 받지 못했던 어머니를 예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소령묘를 능 아래 겪인 원규모를 가진 소령원으로 격상시켰고 인근에 있던 보광사를 원찰로 삼아 원을 돌보게 하였습니다. 어머니의 위패를 모신 어실강 옆에는 자주 찾아올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하여 향나무도 심었다고 전해집니다. 영조의 지극한 효심이 깃든 사찰 파주 보광사를 지금 만나보시죠
가을햇살과 높은 하늘은 점점 더 가을에 접어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찰여행하기에도 좋은 계절, 가을입니다. 국화 정원으로 아름답게 수놓아 더욱 아름다운 사찰, 경기도 파주에 있는 보광사를 다녀왔습니다. 신라시대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많은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김유식의 펜화로 찾아가는 사찰기행] ① 파주 보광사
영조임금 孝心 가득…향나무 전나무 향기도 ‘그윽’
보광사 대웅보전이 보이는 풍경, Pen drawing on paper, 74x45cm.
신문 연재를 준비하면서 여름에 찾은 보광사.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임에도 방문한 적이 없던 곳이었는데 고찰을 펜화로 담기 위해 가족과 함께 찾았다. 그리고 다시 또 작품 마무리를 위해 겨울에 찾았지만 역시 언제와도 멋진 사찰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파주시 광탄면 고령산 자락에 자리잡은 천년고찰 보광사는 남양주 봉선사의 말사지만 사찰규모는 제법 크다.
역사도 오래되어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하고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인조 때 재건하고 영조 때 중창하여 일제와 한국전쟁에도 피해 없이 본모습을 띠고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입구에서부터 계곡이 있어 찾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수도권 제1순환도로를 나와 국도로 벽제 가는 길에서 좌회전하여 산 하나를 넘으면 보광사 입구 안내표지가 나오고 넓은 주차장에서 바로 해탈문이 반겨준다.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바로 사찰 전경이 드러나며 전나무들이 푸르름을 뽐내는 길을 따라 우측으로 불이문을 지나면 바로 대웅보전 앞마당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차를 대지 않고 해탈문을 통과해서 올라오면 더 작은 주차장이 또 나오는데 여기서는 스님들이 사용하는 요사채와 응진전, 산신각, 삼층석탑 그리고 대웅보전, 지장전, 관음전이 바라다 보이는 초입풍경도 멋스런 사찰이다. 이곳에서 펜화의 포인트를 잡았다.
대웅보전 뒷편으로는 전나무 숲이 곧게 솟아 뿜어내는 피톤치드 향으로 인해 폐를 맑게 정화해 주는 듯하다. 가장 눈에 띄는 전각은 바로 대웅보전. 목조건축의 우아함과 고색창연한 단청과 공포조각들이 옛스러움을 더한다. 대웅보전이라는 편액도 영조가 직접 쓰신 어필로 알려질 만큼 왕실의 지대한 보살핌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대웅전 법당 안에는 석가모니불, 약사여래, 아미타 부처님 등 삼존불과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자리하고 있다.
대웅보전의 좌우 뒤에는 목판에 10점 벽화를 그려놓았는데 코끼리와 문수동자, 용선인접도, 괴석도, 대호도, 위태천도, 금강역사도, 백의관음도, 기상동자도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은 낡은 벽화가 이채롭다. 승정칠년명 동종을 보관하고 있는 종각은 작은 편이나 오래되어 수리를 하기위해 보강목을 대어 건축미를 느끼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대웅보전 앞에는 영조 때 중수한 만세루가 자리하는데 한옥미가 상당하다.
보광사 석조대불의 미소, Pen drawing on paper, 38x28cm.
보광사에는 3미터에 달하는 대형 목어가 만세루 처마에 걸려 있는데 이제까지 본 목어 중에 원목의 질감이 살아있는 가장 멋지고 미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다. 관음전 뒷편에 이 절이 왜 조선왕조의 원찰인지를 알게 해주는 작은 전각이 있는데 그게 바로 드라마 동이의 실제인물인 숙빈최씨 즉 영조의 모친 위패를 모신 어실각이 있다. 그 앞을 지키는 장군 모양의 향나무가 300년 넘게 버티고 서서 효심을 드러내고 있다. 영조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바 잠시 효심을 생각하며 바라다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명부전과 무영탑을 지나 금강역사가 그려진 금강문으로 나가면 암자로 가는 길이 있다.
보광사 사찰 뒷편으로 나 있는 전나무 숲길은 많은 방문객들이 앉아 쉬는 곳이다. 숲길을 따라 멀리 12.5m 높이의 웅장한 석조대불이 보인다. 대불 내에 <법화경>과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온화한 모습의 석불전에는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앞으로는 겨울 나목이 번뇌를 털어내듯 잎을 떨궈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찰 공양실 옆의 소박한 장독대도 정겹다. 아래로 내려오다 보면 우측에 황금색으로 단청을 한 영각전이 영가들의 쉼터로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문살도 멋지고 내부에는 돌아가신 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아들과 같이 소원을 빌고 내려오다가 다시 바라본 대불의 온화한 모습을 한지에 펜으로 담아본다. 그 미소가 불교신문 독자들의 번뇌와 업장을 녹여주길 기원하면서.
김유식 usikim@naver.com
김유식
펜화가 김유식
1963년 충남 당진 출생.
인하대학교 졸업.
펜화, 서양화 등 작품활동, 국토해양환경미술대전 추천작가.
개인전 6회.
불교달력 공모대전 금상 등 각종 공모전 30여회 수상.
[불교신문3699호/2022년1월11일자]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