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정담 13
김병옥 장로
2016.4.15 오후 8시 50분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소재
씨앤스카이 리조트, 민트동 101호
보고 싶은 동생
저에게는 42년의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꿈속에서라도 한번 보기를 원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심성이 너무나도 착했고 말썽 한번 피운 적이 없던 동생이었습니다. 군산중앙국민학교를 졸업 후, 이리남성중학교를 거쳐 남성고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할 형편이 되지 않아 바로 군에 입대하여 군생활을 마친 뒤에 집에서 쉬면서 직장을 잡기위해 노력하던 중, 마침 포항제철이 창립되어 신규직원을 모집할 때였고 포항에 가서 응시를 마친 뒤에 결과를 기다리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 동생의 잘못도 아닌 집안일 때문에 아버지한테 심한 꾸중을 듣고 제 스스로 목숨을 자추었습니다.
제가 결혼하여 얼마 되지 않아서 개정역 근처로 분가를 했고, 동익산역 바로 다음역인 대장촌 역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25일이 되어 봉급을 받아가지고 큰집에 제대하여 있던 동생에게 얼마 되지 않은 돈이지만 용돈을 주고 가려고 군산까지 들어왔습니다.
집에 와보니 동생은 보이지 않고 어머니만 큰 방에 계셨습니다. 동생이 어디 갔는지 물었더니 금세까지 여기 있었는데 먼데는 가지 않았을 거라고 하시기에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앉아 30분쯤이 지났습니다. 아무리해도 기분이 이상하기에 밖에 나가 집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동생을 발견하고 억장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모든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바로 찾아보았더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을 하며 한스러웠고, 조금 더 그 동생한테 신경을 썼더라면 나한테 의지라도 했을 터인데 싶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다음날에 합격통지서가 왔고 온통 집안을 울음바다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 이름을 다시 부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팠고, 그 얼굴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팠습니다. 최이남 집사님께서 오셔서 염을 해주셨고 시신은 부모님을 생각하여 무덤을 만들지 않기로 하고, 화장 처리하여 다른 곳에 뿌려서 없애버렸습니다.
佛家에서 잘 쓰는 말 중에 諸行無常 會者定離, 또는 相逢者 必別이라는 말이 있지요. 잘 생각해보면 인생사에서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나를 중심으로 사람 상호간뿐만 아니라 사물이 되었든, 동물이 되었든, 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철칙인 것 같습니다.
성경에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기록한 전도서 1장 2절로 4절에 보면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했습니다. 그는 또한 전도서 끝장(12장) 8절과 13절에서 다시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일의 結局을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명령을 지킬 지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 했습니다.
전무후무했던 지혜의 왕으로 인간의 모든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후궁 700과 첩 300을 거느리면서 金과 銀을 물 쓰듯 했던 솔로몬이 이처럼 인생길을 헛되다고 탄식한 것을 보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삶의 허무감이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형제의 인연을 끊고 멀리 가버린 죽은 동생을 그리워하는 그 생각을 벌써 떨쳐버렸어야 하는데 반백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잊지 못하고 그때의 그 모습을 되새기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남아 있는 것은,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내가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동생이 아는지 그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꿈에서도 나타나지를 않습니다.
佛家에도 이와 같이 생의 허무함을 읊은 詩가 있습니다. 서산대사가 入寂時에 읊었다는 禪詩로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蹤迹本無處, 生死去來亦如是”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부운종적본무처, 생사거래역여시) “사람이 태어난다는 것은 한 조각의 뜬구름이 일어남이고 죽는다는 것은 그 한 조각의 뜬구름이 사라짐이다. 뜬구름이란 본래 그 머무는 곳이 없으니 생사의 오고가는 그 모든 현상이 이와 같도다.”
서양격언에 “형제간은 하나님이 주신 친구”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죄로 간주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생명을 스스로 자추는 일은 그분의 뜻에 반하여 자기의 뜻대로 행한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화살같이 빨리 지나가는 영겁의 세월의 한 편에서, 부질없는 상념에 얽매여, 이토록 질긴 친구의 정, 형제의 정을 저버리고 멀리 가버린 그 동생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나는 분명 村夫, 卒夫, 凡夫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고 어리석은 것 같아서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