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13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14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15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16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7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18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19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20 그런 다음 제자들에게, 당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셨다.
대도무문(大道無門)
사극을 보거나 전쟁 영화를 보면 언제나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성문입니다. 처음 중국 만리장성을 보았을 때 그 웅장함과 거대함은 정말 놀랠 정도였습니다. 그 장성 위에서 일몰을 보는 것이 장관이라고 해서 정신없이 뛰어서 장성을 오른 다음 붉게 하늘을 물들이며 떨어지는 태양과 그 태양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나의 그림자가 장성의 밑으로 길게 늘어지는 것을 보면서 넋을 잃고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천천히 내려오면서 그제야 눈을 돌려 만리장성의 경사진 돌길을 내려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장성을 건설하느라고 죽을힘을 다하였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장성을 통과하는 웅장한 성문(城門)을 보면서 그 곳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일일이 검문하고, 그 성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도성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성문 밖에서 다시 문이 열릴 때까지 쪼그려 앉아서 옹기종기 모여 있을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터져 그 성문을 뚫으려고 돌진하며 성벽 위에서 활을 쏘아대고 돌을 던지며 결사적으로 항전하는 사람들의 고함소리와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기어오르는 사람들과 화살을 맞거나 창에 찔려 그 성 밑으로 떨어지는 군사들의 비명소리와 이름 없는 병사들을 생각하였습니다.
논어의 옹야 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수능출불유호? 하막유사도야?’(誰能出不由戶 何莫由斯道也)라는 말입니다. <누가 문을 통하지 않고 나갈 수 있는가? 어찌하여 올바른 도를 따르지 않는가?>라는 말입니다. 공자는 올바른 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마치 도성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문에서 벌어지는 검문검색에 전혀 걸리지 않고, 아무런 하자가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집에서도 문을 통해서 나가거나 들어가지 않으면 도둑이나 하는 짓이고, 옳지 않은 방법일 경우일 것입니다. 자신의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그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가 자신의 그릇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울타리를 헐어버리는 방법과 올바른 도의 문을 통해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었습니다. <큰 도는 문이 없다.>는 말입니다. 모든 일에서 정정당당하게 산다면, 그리고 자신의 편견이나 아집에서 벗어난다면, 대도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지라도 소도(小道)는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위도 합니다. 불교에서는 대도무문을 ‘무애자심’(無碍子心)이라고 한답니다. 무애자심이란 ‘막힘도 통함도 없고, 밝음도 어둠도 없으며, 거룩함도 평범함도,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없으며 늙고 젊음의 구별 또한 없다.’라는 뜻을 지닌 말이라고 합니다. 물질에도 구애받지 않고, 정신에도 구애받지 않으니, 두 마음의 경계가 무너진 상태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이 천만 가지 경계를 짓고 부질없는 이름을 붙여 이것이 옳다 저것이 그르다 시비를 하지만, 티끌만큼도 치우침이 없는 것이 걸림 없는 마음이고 그 것이 무애자심이며 대도무문이라고 한답니다.
물론 도를 통하여 이런 모든 관념에서 벗어난다면, 무애자심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아주 평범한 사람은 그런 경지의 도를 통하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경지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올바른 도를 통하지 않고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으며, 그 성벽을 넘기 위해서는 올바르고 큰 도를 실천하면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정말 넘어갈 수 없는 철옹성(鐵甕城)을 넘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금처럼은 살지 말아야 하겠다는 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늘나라의 정문을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는 그 열쇠를 베드로에게 주십니다. 용서와 화해로 맺어진 인연을 소중히 여기실 것이며, 대도(大道)를 실천한 사람에게는 열쇠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대도무문의 길을 교회에서 닦으라고 교회를 세워주십니다. 이제 그 안에서 큰 도를 닦으면 되는 일만 남아 있습니다. 박취득 라우렌시오 순교자의 말씀처럼 금방 지나가는 인생입니다. 이제는 정말 도를 통할 일만 남아 있습니다.
-순교자와 함께하는 하루-
“봄과 가을은 흐르는 물과 같이 지나가고 세월은 부시로 치는 돌에서 튀어나오는 불똥과 같아서 길지 못합니다. 특히 조심하셔서 천주의 명령을 충실히 지키십시오.”
박취득 라우렌시오(홍성 해미 성지 자료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