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능발표일!
녀석의 성적은 익히 대충 알고 있고 녀석은 자기가 원하는 학교에 못간다는 판단으로
이미 재수를 결정한 상태라 오히려 담담한 오전이었죠.
그런데
이번 토욜이 아버님 돌아가신 첫 생신날이라 상을 차려야는데
어머님이 출타예정이기도 하고
며느리 포함 여자가 다섯인데 연로한 어머님이 집안일을 해서야 되겠냐 싶어
제가 카톡방으로 시누들을 초대햇습니다.
내가 이러저러 한 요리를 해올테니 니들도 하나씩 맡아라 했지요.
근데 제가 생선전을 한다니깐(아버님이 평소 좋아하셧어요)
평소에도 얄미운 시누가 톡 튀어나와
"굴전도 해와..나 그거 좋아해" 이러는 겁니다.
새언니께서 지금 먼저 솔선수범을 하고 있는데
어디서 건방지게 이거 해와라 이거 해달라고 요구질이야?
하도 어이가 없고 기분나쁜데
자기는 아들 대학면접 보러 가야 해서 암것도 못해온다고....
그러면서 지 아들이 수능에서 2점짜리 두개 틀렸다고 자랑인지 징징거림인지 하더라구요.
그래서 너무 잘했다고 약간은 영혼없는 칭찬을 해줬지요.
그랬는데 이x이 머라는 줄 아세요?
"시험이 쉬웠음 못봤을텐데 어려워 잘본거야" 이럽니다.
이런 처죽일x을 봤나?
제가 그랬죠...
"어디가서 그런말 하면 맞아죽는다"라고.....
곧 한우로 한턱낸다고 기다리라는데
어찌나 맘상하던지...
조카자식도 자식이니 잘되면 당연히 좋아해줘야 하는데
평소의 미운감정 플러스 내 자식이 상처받을 거 부터 먼저 생각되니
얄미웠습니다.
(내가 그 한우를 얻어먹으러 가면 에미도 아니다 다짐했습니다)
곧이어 시어머니의 전화
왜 성적발표났는데 전화안하느냐, 어느 대학 넣을거냐...
이럴때 할머니는 그냥 좀 진득하니 기다리거나
궁금해도 가만 계시면 안되나....
어련히 잘되면 얘기안할까봐서...
설마 내 아들이 당신 아들보다 모자랄까봐...(막 반항심이 일었습니다)
아이 어려서부터 외손주랑 차별하는 바람에
사실 저 속으로 맘고생 많이 했었어요.
그 외손주놈은 왜 울아들이랑 같은 해에 태어나가꼬
평생 이렇게 비교질 당하며 살아야는지...
태어날때 몸무게부터 우리 아들의 두배이상이었는데(울아들은 2.3킬로엿거든요)
만약에 제가 아이를 수퍼베이비 상태로 만들어 출산했더라면
온갖 욕 다들었을 거에요.
미련하게 아이만 뱃속에서 키워가꼬 제왕절개해 돈든다고...ㅋㅋ
근데 그 아이 병원서 첫면회후 하신 말씀이
어찌나 실한지 남의 애 같음 바꿔오고 싶다 하셨죠.
저 그말에 정말 상처많이 받았지만
당시엔 새댁이라 심지어 남편에게까지도 그 속상함을 다 말하지 못했죠.
이후 그조카 녀석은 유치원생일때 구구단을 다 외웠고 온 어른들이 기특하다고 자랑할때
우리 아들 베란다에서 팔굽혀펴기 하고 있더라구요. ㅋㅋㅋ
(나는 구구단 못외워도 이거 잘한다! 뭐이런 심리)
아무리 조카가 학습능력이 뛰어나 어른들의 귀염을 독차지 해도
제게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입니다.
마음씀씀이 착하고 성실하고...유머감각도 있고...하도 잘하는 놈들 많아서 그런거지
공부도 그만 하면 잘하는 거고...
더 이상은 솔직히 부모의 욕심이고 그 욕심이 어디 끝이 있을까요? ㅜ
불쌍한 녀석....
늘 밝고 긍정의 아이콘인데...나름 기죽어 있네요.
당분간 할머니네 집 고모들과의 만남에 안가겠답니다.
형제는 용감하다고 지 오빠에게 이래저래 상처준다 생각되었는지
한살 아래 여동생이 방금 문자왔습니다.
"싸우자!" ㅋㅋㅋ
암튼 외부의 적들때문에 세모자가 일심동체가 된 오후였습니다.
평소 지 할머니나 고모들 욕하면 아들놈이 막 듣기 싫어 했었거든요. ㅋㅋ
(혹시 아들놈 볼까봐 쓰는 글)
아들! 쫄지마!
그까짓거 대학 한 방에 못들어간다고 인생 저얼대 어떻게 안되고
좋은 대학 안나와도 저얼대 인생 망치는 거 아녀!
너는 세상 누구보다 장점많은 사람인걸 잘 안다.
그리고 이 세상 어떤 귀한 보물과도 절대 바꾸지 않을거다.네버~
첫댓글 우리 오드리님 빡치게한 그 시누X 같이 씹어 줄랬더니 한기장님도 보실거 같아서;;
담에 우리 끼리 있을때 한기장님 몰래 막 씹어주께요 ㅋ
그리구 한마디 더!
쫄지마,진규!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아능겨!
너처럼 인기 있는 넘 나와보라 해!
아자!^^V
ㅠㅠㅠ 감사해요 초록님...
오드리님 맘 고생하시네요~~ 근데 이해가 안되는게 아들이 면접보는데 엄마도 면접을 보나요~~~ 일하기 싫은데 별 핑계를....
오드리님 힘 내세요~~.
샘...ㅜㅜㅜ 녀석이 재수의 길로 ㅜㅜㅜㅜㅜ샘도 요놈 착하고 성실한 거 보증하시죠? ㅜ
당근이죠.... 대학교가 사람을 못 알아봐서 그렇습니다. 제가 대학 세우면 제일 먼저 입학시킬 녀석인데...^^
진규처럼 성실하고 글 잘쓰고 싹싹하고 ... 그런 학생이 흔치 않죠~~
으앙 샘...진규놈이 보면 감동먹을듯
어우..버스에서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아서 ㅠ 참 글을 실감나네 쓰십니다요..울애는 커가면서 진규만큼만 해주면 소원이 없겠구만요..ㅋ 힘!!
휴 버드님 무슨 이런 글에 눈물이 ㅋㅋ 미쳣나봐 ㅋ내가 빡쳐서 막 쓴건데 ㅋ
평소 오드리님답지 않게 그까이꺼 하구 넘겨 버려요...
진짜 초록님 말씀처럼 인생 끝까지 가봐야죠...
에휴..
제가 다 속이 상해여...
뺘샤~~~!
힘내세여
헉 지금 봤어요 밥상 날리는 사진....ㅋㅋㅋ 이거 진짜 제심정이네요 ㅋㅋㅋ
사촌이 비슷하면 안좋아요. 친구아들도 비슷한 연령이면 좀 그래요. 아무튼 그 사소한 비교와 궁금증이 가슴에 손을얹고 생각해도 진짜 관심 아니더라구요. 저는요. 저의 조카가 시험먼저 볼테니.. 잘보던, 못보던, 봉투에 얼마 넣어. 머리식히러 여행갔다 오라고 할거예요. 진짜 이상적인 이모가 되어보려구요.(이것도 나만의 착각일까?) 물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요.. 제게 올케가 있었어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친척들이 있는것만으로도 부딪히는것만으로도 부담일테니.
문득 아무생각없이 00도련님은 왜 안왔어요? 하며 집안 돌잔치에온 시이모에게 물은적 있었어요. 저는 정말 아무생각없이. 그리고 아무것도 몰랐었는데.... 경기도내 고등학교 서열이 있는데 가고픈 학교를 못가서 하향지원했더라구요. 내막을 모르고 물었는데 남편한테 쿠사리 먹었죠.. 문득 그때생각이 나는군요.
이 모든 근원은 집단주의 문화 때문이에요. 남과 비교를 통해 자존감을 느끼는 것. 이거 진짜 큰 병입니다.ㅠㅜ 진규만큼만 잘 큰 아이 있으면 나오라구 해요.ㅎㅎ
아이고.. 속상해라............ 내마음을 적기엔 공간이 좁네요............!
여자는 동창과 비교를 하고 남자는 친척과 비교를 합니다 여자는 특히 여고 동창모임은 거의 안되고 남자는 친척 모임에 젤 가기 싫어요 특히 잘된 사촌 하나 있으면 집안 전체가 기죽어 버리죠...
우리 여고동창 모임에선 남편자랑 자식자랑하면 처맞습니다. 다들 모이자마자 남편 욕 자식욕부터 시작해요...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자녀 교육을 해야하는지' 방향을 주시는 오드리님! 고맙습니다.
'저도 오드리님! 아들 할래요 ㅎㅎ'
오드리님과 같은 상황에 있는 저로서 친구들의 울분의 찬 성냄에 제 마음이 많이 아프답니다 꼭 수능을 잘봐야 좋은대학을 가야 성공하는게 아닐텐데... 간혹 시어머니들의 "그런대학도 있었냐 우리 집안에 그런대학 아는사람 하나도 없다" 라고 대놓고 말씀하시는 시어머님들이 계시더라구요 ㅠㅠ 요사이 더욱드는 생각이 어른이 되어야지 노인이 되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마음을 다짐한답니다 예비수험생 어머니들 아자 아자 홧팅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