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프레드 호넥 부르크너 교향곡 7번 후기 – 서울국제음악제 폐막식
브루크너의 대가 만프레드 호넥이 지휘봉을 잡고
작곡가 류재준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을 연주했습니다
특히 브루크너 교향곡은 호넥이 직접 편집한 악보로 연주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예습과는 좀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더 좋았습니다
결론은
류재준 클라리넷 협주곡은 좀 졸았습니다
만프레드 호넥의 부르크너 교향곡 5번은 기대이상 호연이었습니다
PROGRAM
<1부>
류재준
Concerto per clarinetto e orchestra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
클라리넷 김 한
<2부>
Anton Bruckner 브루크너
Symphony No. 7 in E Major, WAB 107
교향곡 7번 마장조, WAB 107
Conductor Manfred Honeck
지휘 만프레드 호넥
SIMF Orchestra( SIMF 오케스트라)
오늘 공연은 1부과 2부의 느낌이 너무 달랐습니다
1부 류재준이 작굑해서 초연한 클라리넷 협주곡은 클라리네스트 김 한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너무 반복된 리듬과 화성, 1, 2, 3악장이 거의 변화없는 비슷한 기조로 진행되는 느낌이어서
이해와 감동으로 다가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니 3악장에서 급기야 졸기도 했습니다
김 한 클라리네티스트는 정말 연주를 잘했습니다 그는 잘못이 없어요 ㅎㅎ
인터미션에 눈 좀 붙이고 부르크너 7번을 들을 준비를 합니다
오늘 공연의 목적은 부르크너였으니까요
오늘 SIMF 오케스트라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지만 구성원들이 대단한 분들이어서
기대감이 높아져서 각 파트 수석들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이분들입니다 정말 솔리스트로도 대단한 분들도 계시죠
만프레드 호넥은 연주 시작을 바로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충분히 뜸을 들이고 기다립니다
특히 오늘은 관객들이 무척 어수선했는데 주변이 조용해지지 않으면 시작을 안하는 스타일~ 전 아주 좋았습니다
지휘자가 계속 기다리는데도 눈치없이 기침하고 수선대는 관객들이란........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현악부의 잔잔한 트레몰로 위에서 첼로파트가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며 악장이 시작됩니다 정말 오늘 SIMF 오케스트라 저음현은 최고였습니다 심준호 첼로 수석을 중심으로 첼로 솔로가 주선율을 아름답게 치고 들어올 때 벌서 아 게임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늘 첼로파트와 비올파트가 함께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몰입감이 무척 높아집니다
직전에 들었던 현악부가 빈필 현이었는데 오늘 SIMF 현악부도 고음현, 저음현 모두 기량이 대단했고 만프레드 호넥은 그 현악부를 대단히 잘 주물렀다 폈다 하는 지휘자였습니다
부르크너 7번 1악장의 오프닝은 부르크너 특유의 오프닝으로 알려질 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시작되는데요 오늘 이 아름다운 오프닝을 SIMF 오케스트라가 더없이 아름답게 연주해 주어서 졸음이 달아나고 이제 부르크너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2악장 아다지오 Sehr feierlich und sehr langsam (매우 엄숙하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2악장은 교향곡 7번에서 가장 유명한 악장이자 부르크너 교향곡 전체에서도 손꼽힙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악장은 이 대목을 쓰던 때에 브루크너가 존경했던 리하르트 바그너가 사망했고 브루크너는 바그너를 추모하기 위해 2악장에 네 대의 바그너 튜바를 추가하고 클라이맥스 후 이 악기들이 주축이 되어 연주하는 장송곡 풍의 코랄 악상을 작곡해 넣음으로써 바그너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오늘 2악장은 초반부에 역시 저음현이 장중하게 주제선율을 이끌고 나오는 부분부터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오늘 SIMF 현파트는 제 1바이올린과 제 2바이올린이 치열하게 싸우다가 어제 그랬나는 듯 아주 다소곳하고 수줍게 화답하는 그 드라마틱한 전환이 호넥의 손끝에서 주물러져서 공기 중에 퍼져나가면 관객에게는 그냥 음악 선물이 품 안으로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3악장 스케르초
오늘 호넥의 부르크너 7번 3악장은 기존의 다른 연주보다 더 경쾌하고 임팩트가 있어서 무척 좋게 들렸습니다
트럼펫이 리드미컬한 시작을 알리면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이 응답하는 선율을 연주하는데 3악장에서는 금관파트가 폭발합니다 사실 1, 2악장에서는 튜바가 나오는 부분의 음량이나 박자가 조금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간간히 있었는데 3악장에서는 목관, 금관 모든 파트가 일제히 존재감을 떨쳤습니다 아 너무 잘하네요
보통은 각 파트 수석들이 솔로파트를 할 때 좀 걱정하면서 듣곤 하는데요 오늘은 관파트 수석들이 대단히 잘합니다 특히 플륫, 클라리넷 솔로파트에서 어찌나 안정된 연주를 하는지 전체적인 밸런스가 확 올라갔습니다
마지막 임팩트있는 클로징~ 3악장 무척 좋았습니다
4악장 피날레: Bewegt, doch nicht schnel(움직임을 지니고, 그러나 빠르지 않게)
자 이제 4악장 피날레에 도달하니 만프레드 호넥이라는 지휘자가 어떤 스타일인지가 보입니다 완전히 집중과 몰입이 준비될 때까지는 절대 시작하지 않는 스타일, 정말 마음에 듭니다
연주자도 관객도 음악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충분히 하고 난 후 1악장부터 이어져온 긴장감과 비애의 감정들이 이제 총체적으로 화합을 합니다
1악장의 주제 선율을 활기찬 리듬으로 변형시킨 선율로 음악이 시작되어 점차 2, 3악장의 주제들과 어우러지면서 온 파트가 대오를 가다듬어 전투에 임하듯 하나 되어 나아갑니다
부르크너가 계획한 결론이자 호넥이 의도한 장중하면서도 따뜻한 마무리로 !!!
* 소소한 뒷담화 : 오늘 공연은 정시인 5시에 시작하지 않고 5시 10분아 다 되어 시작했어요 공연시간을 지키지 않는 공연이 있다니 좀 언짢았고 인터미션 후에도 역시 시작이 지체되고 관객들 입장을 통제하지 않아 어수선했습니다
공연예절이나 악장 시작을 모니터로 알려주는 것은 좋았는데 막상 진행을 허술하게 하니 산만한 분위기가 되어서 아쉬웠습니다 공연진행을 잘 하는 것도 공연감상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