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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행복의 나라로 놀러와” 라는 주제로 열린 2015 청춘콘서트에 김제동씨와 함께 출연해 청년들을 위한 행복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4시30분 도량석 소리와 함께 일어난 스님은 새벽 예불과 108배,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나서는 발우공양에 참석해 공동체 상주 대중들에게 몇 가지 당부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 발우공양
먼저 지난 8년 동안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김신아님이 오늘 회향을 하게 되어서 그동안의 수고에 대해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특히 “정토회 실무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8년이나 인도에 근무하면서 인도 구호 사업 책임을 맡아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게 해주었고, 보광 법사님과 쁘리앙카님에게 인수인계를 잘 해주어서 인도 사업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주었습니다” 라고 하면서 김신아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아 오늘 입원해서 수술을 하게 되는 필리핀JTS 활동가 김희자님을 위해서는 “수술이 잘 이뤄져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공동체 성원 모두에게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상주 대중들에게는 7월9일부터 21일 동안 명상 수련을 비롯해 하안거를 하게 되는데 “인수인계를 미리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 피곤한 상태로 수련에 들어오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수행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러 준 후 대중들의 건강 관리와 관련해 “심리가 위축이 되거나 마음이 나태해지면 몸에도 병이 나게 되니까 마음을 다스리듯이 건강도 스스로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발우공양 후에는 8시부터 12시까지 법사단과 회의를 하였고, 오후1시부터 3시까지는 문화사업부 및 영상, 출판, 미디어 관련 담당자들과 홍보와 관련된 부서들의 통합 여부와 스님 법문의 효과적인 전달 방안에 대해 회의를 하였습니다.
▲ 영상, 출판, 미디어 관련 담당자 연석 회의
회의에서는 영상, 출판, 미디어를 총괄하는 팀장을 새로 인선했고, 미디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지, 책 출판은 어떤 것이 준비되고 있는지, 인터넷방송은 어떻게 할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컨텐츠 제작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오후3시에는 윤여준 전 정관님을 비롯해 역사학자 김기협씨가 찾아와 ‘문명사적 변화의 시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역사학자 김기협씨와 대화
저녁7시부터는 ‘2015 청춘콘서트’가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렸습니다. 행사 시작 1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 청춘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청년들
1300여명의 청년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김제동씨와 함께 무대에 오른 스님은 청년들의 다양한 고민에 대해 명쾌하고 시원한 대답을 들려 주었습니다.
▲ 서울대 문화관을 가득 메운 청년들
청춘콘서트는 먼저 오청춘이라는 청년이 연애, 결혼, 출산도 포기해야 하는 청년 세대의 아픈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행복의원이 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면서 ‘행복의 나라’로 청년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 청년들을 행복의 나라로 초대한 행복 의원 오청춘씨(가명). 오늘의 사회자이기도 합니다.
먼저 오청춘씨가 “나는 지금 충분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하시는 분 계신가요?” 라고 묻자 손을 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다시 “나는 지금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찾고 싶다는 분 계신가요?” 라고 묻자 대부분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러자 오청춘씨는 “그렇다면 잘 오신 겁니다” 라고 하면서 행복 공청회를 시작했습니다.
행복 공청회의 첫 번째 순서는 행복 원로인 법륜 스님을 모시고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스님은 우리가 왜 행복하지 못한지 ‘똥주머니’를 비유로 들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런 얘기가 있어요. 어떤 사람에게 ‘에잇, 더럽다’ 하면서 똥주머니를 주었더니 그 똥주머니를 받아서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평생을 껴안고 살았다는 얘기입니다. 무슨 뜻이냐면, 어떤 사람이 나한테 ‘야, 이 놈의 자식아’, ‘이 나쁜 놈아’ 이렇게 욕을 했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나한테 똥주머니를 준 것과 같아요. 그런데 ‘그 놈이 나한테 욕을 했어’, ‘그 놈은 나쁜 놈이야’ 이러면서 그 똥주머니를 평생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가 없어요. 똥주머니를 주면 받지 않든지, 받았다 하더라도 ‘에잇, 더러워’ 하고 금방 버려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움켜쥐고 삽니다. 그래서 인생이 행복하지 못합니다. 여러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경우가 많아요. 여러분들은 지나가는 사람이 던진, 또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행한 것을 가지고 그것을 문제 삼으면서 평생 원한을 갖고 괴로워하면서 살아가는데 사실 그것은 남이 나에게 준 똥주머니를 내가 고이 간직하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더러운 것일수록 빨리 버려야 합니다.
‘왜 나에게 똥주머니를 주었냐?’, ‘그 이유가 뭐냐?’ 이렇게 움켜쥐고 있을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 주었든 어떤 목적으로 주었든 그것은 내가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이 필요치 않는 것이라면 금방 던져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은 그렇지 못합니다. 한번 곰곰해 생각해 보세요.”
나는 얼마나 많은 똥주머니를 움켜쥐고 있는지 많은 장면들이 순간 떠올랐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한 청년은 “오랫동안 움켜쥐고 있던 똥주머니를 오늘 던져버렸다”고 하면서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면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청년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청년들은 연애, 사회, 통일, 진로 등 각 주제에 대해 골고루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여자 친구와의 헤어진 이후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데,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모든 세대가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이런 현실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라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학생 신분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취업 시기를 놓치게 될까봐 겁이 나고, 취직 후 경제적 안정을 가진 후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지?” 대학생이라면 한 번 쯤 고민했을 법한 내용을 질문했습니다.
네 번째 질문자는 “한반도의 통일을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있지만 통일이 당장 다가오기엔 요원해 보이는데,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법엔 어떤 것이 있는지?” 라고 질문했습니다. 다섯 번째 질문자는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힘든데, 성격을 바꿔야 할지 고민이 된다” 라며 직장인의 애환을 털어놓았습니다. 여섯 번째 질문자는 “세월호 사고 등 가슴 아픈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라고 질문했습니다. 스님의 직설적인 해답으로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사이다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연애에 대해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사람을 믿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스님의 지혜를 구했습니다.
“올해초 2년 전에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서로를 원하여 결혼을 약속했지만 결혼 전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큰 충격을 받았지만 상대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안 좋은 기억들을 모두 지우고 다시 시작했지만, 작년에 또 다른 남자와 만나 올해초 저를 떠나갔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행복하게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다시 그녀에게 ‘제가 특별해서 못 잊겠다’는 문자를 받고선 또다시 충격에 빠졌습니다. 현재 그녀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그 충격 이후로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다시 새로운 연인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해야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상대방을 믿을 수 있을까요?”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요?” (청중들 웃음)
“죄송해요”
“여기 관객들 중에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 없는 사람 한번 손 들어보세요. 굉장히 많죠? (많은 청년들이 손을 듬)
자기는 그래도 여자친구라도 한번 있어 봤잖아요. 그러니 여기 있는 사람들 절반 보다도 나은 사람이에요. 첫째, 여자친구라도 한번 있어 봤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져서 그 친구에게 ‘잘 살아라’ 그랬더니 ‘그래도 나는 너를 못 잊겠어’ 라고 했다는데, 얼마나 의리가 있어요? ‘그래도 난 너를 못 잊겠어’ 이 소리가 듣기 좋아요? ‘그래 난 너가 싫어’ 이 소리가 듣기 좋아요? 헤어졌지만 그래도 못 잊겠다는데 그게 뭐가 문제에요?” (청중들 웃음)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좋은 것을 지금 나쁜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스님이 ‘야, 이 바보야’ 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첫째, ‘내가 이 나이에 그래도 좋아하는 여자를 한번 만나봤다’ 이렇게 그 여자친구에게 감사를 해야 하고요. 둘째, 그 여자도 계속 나를 좋아해주면 좋겠는데 요즘 가뭄이 들어 비가 안 오듯이, 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듯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런 일이 생기듯이, 그 여자를 만났을 땐 자기만 좋아해 줄줄 알았는데 더 좋은 남자가 생기는 걸 어떡해요? 그 여자의 마음이 그렇게 되는 걸 어떡해요?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마음이 그쪽으로 가는 걸 어떡해요?
다른 남자를 좋아하다가 조금 있으니까 더 좋은 남자가 나타났어요. 이건 또 어떡하냐 이겁니다. 자네가 전화를 해서 ‘그 남자와 잘 살아라. 이제 잊자’ 이렇게 얘기하니까 처음에는 ‘그래’ 했지만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아쉬운 생각이 든 겁니다. 그래서 ‘난 널 못잊겠어’라고 한 겁니다. 여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어요?”
“제가 문제인 것 같네요.” (청중들 웃음)
“오늘 만나서 ‘난 너와 평생 함께 하겠어’ 라고 했다면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고 오늘 마음이 그랬다는 겁니다. 그런데 내일 다른 남자를 보니까 더 좋은 걸 어떡하느냐는 겁니다. 그러면 이것은 배신이냐? 아닙니다. 인간의 마음이 그런 걸 어떡해요? 그럼 그 여자는 어제 거짓말을 한 거에요? 아니에요. 어제는 마음이 그랬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런 경험을 한번 했으면 ’아,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누구를 좋아하면 계속 좋아하는 것이 아니구나. 이럴 때는 마음이 이렇게 일어나고, 저럴 때는 저렇게 일어나는구나’ 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그 여자를 오늘도 좋아하고, 내일도 좋아하고, 모레도 좋아하는 경우이지만, 그 여자는 어제는 나를 좋아했는데 오늘은 마음이 가는 다른 남자가 생겨서 마음이 바뀐 것입니다.
그러니 새로운 여자를 만나더라도 ‘못 믿겠다’ 이러지 말고, ‘오늘은 나를 좋아하지만 내일은 다른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겁니다. ‘못 믿는다’는 것과 그 여자의 자유를 존중해 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 여자의 자유를 존중해 주면 자기는 멋있는 남자가 되요? 쫀쫀한 남자가 되요?”
“멋있는 남자가 되죠”
“그래요. 멋있는 남자가 될래요? 쫀쫀한 남자가 될래요? 처음에는 이런 경험이 없어서 쫀쫀한 남자가 되었는데, 한번 경험을 했으니까 ‘이제는 바보 노릇을 해서는 안 되겠다’, ‘조금 폭넓은 사람, 멋있는 남자가 되어야겠다’ 하면 됩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나는 너를 좋아하지만, 너는 나를 좋아할 수도 있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것입니다. 그럼으로 해서 그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더라도 그걸 가지고 배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럴 수 있다’고 열어두세요. 그래야 자기가 쫀쫀해지지 않습니다.
요즘은 이런 남자를 여자들도 좋아해요? 좋다고 껌 붙듯이 붙어 다니는 남자를 여자들이 좋아할까요? 처음에는 그런 남자가 좋은데 조금 지나면 그런 남자에게서는 속박을 느껴서 나중에 귀찮아져요.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 상대를 귀찮게 하거나 상대를 속박하는 것은 행복의 나라로 가는데 장애가 돼요. 좋아함이 속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자기 보고 바보라고 얘기해서 죄송한데요.”
“괜찮습니다.”
“그런 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제가 알고 얘기한 거예요. (웃음) 그러니 실패가 트라우마가 되도록 하지 않고 경험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에 한번 더 경험해 보고, 두 번 경험해 보고, 세 번 경험해 보면 ‘아, 여자들 마음이 이렇구나. 그러면 미리 내가 어떻게 해야 되겠다’ 이렇게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한 다섯 번쯤 연습을 해보면 연애 전문가가 될 수 있어요.
나한테 계속 붙어있는 여자가 있으면 다섯 번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잖아요. 이렇게 빨리 빨리 떨어져줘야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단 말이에요. 그렇다고 연습하기 위해 내가 상대를 버리면 나쁜 사람이 되잖아요. 상대가 알아서 빨리 빨리 떨어져 주는 것은 하나도 손해날 것이 없어요. 그러니 그걸 가지고 상처입지 않았으면 해요.”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처음의 근심어린 표정과는 달리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청중들도 질문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큰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똑같은 일인데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상처가 되기도 하고 좋은 학습의 경험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관점을 전환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일깨워 줍니다.
이어서 행복 장관으로 김제동씨를 모시고 행복 공청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청년들은 김제동씨에게도 연애 고민, 성격 고민, 그리고 취업 고민까지 다양한 사연을 이야기했고, 김제동씨는 그만의 철학이 담긴 이야기로 청중들의 마음 속에서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김제동씨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제가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이래요. 내가 나를 친한 친구처럼 대해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내 마음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거잖아요. 세상 사람들이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아요? 또 알면 더 큰일이지요. 길거리에 나갔는데 모두 다가와서 ‘힘드시죠?’ 이러면 골치 아프잖아요. 세상 사람들이 내 마음 몰라주는 것은 크게 나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내 마음을 좀 알아주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게 필요합니다. 남자 친구에게 안부를 묻듯이 내가 나에게 묻는 겁니다.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 ‘너 오늘 괜찮냐?’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기분이 나쁘면 ‘안돼, 기분 나빠하지마’ 이렇게 하지 마시고 ‘아, 기분이 나쁘구나. 어떻게 하면 너 기분이 좋아지겠니?’ 라고 해보세요. 마치 남자친구가 기분이 나쁠 때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죠. 내가 삐졌을 때 남자친구가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참 고맙죠. 그런 고마운 존재가 내가 나에게 되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반도의 통일이 청년 세대에게 주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내용이 무척 감명 깊었습니다.
“저는 42살입니다. 이제 저도 서서히 물러날 것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입니다. 마이클잭슨의 문워크 보면 굉장히 멋있죠? 문워크처럼 물러나는 것을 준비하고 싶어요.
사실은 여러분들이 중고등학생 때 TV에서 저를 잘 지켜봐주셨기 때문에 오늘의 저가 있는 거잖아요. 돈도 벌었고 인기가 있다면 인기도 얻었고요. 세월호로 희생된 학생 중에서도 제 사진을 넣고 다녔던 학생도 있었고요. 그런 사람들 덕분에 제가 지금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제가 가지고 있지만 저의 것이 아닌, 누군가로부터 온 사람을 웃기는 이 재능을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는데 쓰면서 살고 싶어요.
통일을 하면 치안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죠. 그러나 65만 군인이 전쟁 준비에만 에너지를 쏟지 않게 하고, 국내 치안으로만 돌려도 그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50대, 60대, 70대의 어르신들은 산업화를 이뤄냈다고 하는 세대적 자부심이 있습니다. 30대, 40대는 민주화를 이뤄내다는 세대적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10대, 20대는 개인들의 고민도 많지만 이 시대에 무엇을 이뤄냈다는 세대적 자부심이 전무합니다.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앞으로 제대로 된 한반도에서 한번 살아봐야지요. 통일이 되면 보드카가 먹고 싶을 때 오늘 저녁에 기차 타고 모스크바에 가서 먹는 일이 가능해요. 통일이 되면 우리 아이들이 KTX 타고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나라의 통일을 이뤄냈다는 세대적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통일 세대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청중들 뜨거운 박수 갈채)
그 자부심이 있으면 우리는 선배 세대들과도 함께 하기가 쉬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가 통일 세대로 거듭난다면, 산업화 세대를 아버지라 보고, 민주화 세대를 어머니라 볼 때, 그들은 이제 싸움을 멈추고 통일 세대를 밀어주는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들을 용광로 속에 녹여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통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지 않습니까?
통일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일에 여러분들이 주축이 되어서 세대적 자부심을 갖는 일을 해주신다면 저 같은 40대를 비롯해서 많은 어른들도 함께 나서서 뒤에서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선택하면 우리는 그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통일 세대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는 말에 청년들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는 스님과 김제동씨가 함께 무대로 올라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청년이 “강연장 밖으로 나가면 또다시 대한민국입니다. 행복의 나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김제동씨는 “찾아서 없으면 새로 만들어야죠”라고 대답했고, 스님은 “이상 세계는 두 종류가 있다”라고 하면서 이렇게 답변해 주었습니다.
“이상 세계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해요.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나은 이상 세계가 있다고 해서 ‘미래 정토’라고 부르고요. 여기 말고 저기에 내가 바라는 이상 세계가 있다고 해서 ‘타방 정토’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때를 기다리면 가게 되고, 저곳으로 가면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이런 게 있습니다. 행복한 나라를 꿈꾸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삶이 곧 행복이라는 겁니다. 이상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 지금 내가 활동하고 있는 이 세계가 내 마음 속에서는 이상 세계라는 겁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그 상태가 가장 이상 세계라는 겁니다. 노력하면 언젠가 통일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고, 통일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서 거기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으면 나는 이미 통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분단된 나라에 살고 있지만 저는 통일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통일을 하면 돈이 얼마가 드느냐’, ‘저 놈들을 왜 도와줘야 하느냐’ 하지만 저는 '북한에 있는 아이들이 굶으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인권이 침해받고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뭄이 들면 양수기를 보내서 빨리 가뭄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무가 없는 곳에는 빨리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결핵 환자가 많으면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통일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막혀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다만 현실적 장애일 뿐이지 내 마음 속에서는 이제 더 이상 남이니 북이니 하는 구분이 없습니다.
갈등이 있는 것은 현실이죠. 그러나 그것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갈등 때문에 주저 앉아서 울 필요는 없습니다. 이 나라는 대통령의 나라도 아니고, 이 나라는 김정은의 나라도 아니고, 이 나라는 모든 국민의 나라입니다. 이런 주인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비난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주저 앉아서 운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성공할 것이냐 실패할 것이냐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통일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통일을 위해 한발 내딛게 되면 우리는 이미 통일 대한민국에 살고 있고,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우리들의 마음 속에 행복의 나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 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이미 통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말씀을 들으니 온 몸에 전율이 돋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이 바로 행복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의 얘기를 들으니 가슴이 뛰고 희망이 샘솟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제동씨가 다시 스님의 얘기를 이어 받아서 말했습니다.
“스님 얘기를 들으니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이 월요일이면 오늘 자는 잠은 지옥이죠. 그러나 소풍 가기 전날은 김밥 싸는 순간이 소풍보다 더 기쁘게 느껴지죠. 그러니 월요일을 생각하듯이 분단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소풍을 생각하듯이 통일을 생각하면 우리가 오늘 자는 이 밤은 기쁜 순간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스님은 “꿈보다 해몽이 좋으네” 하면서 웃었습니다.
이렇게 행복 공청회를 모두 마치고 나서는 ‘청춘, 행복을 노래하다’ 는 주제로 요술당나귀 밴드와 스텝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신나는 노래와 율동을 보여주었습니다.
▲ 행복의 나라 페스티벌.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노래에 맞춰 신나는 율동
요술당나귀의 선창으로 시작된 노래에 청중들은 일제히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콘서트의 끝에는 큰 함성 소리와 박수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서울대 문화관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스님과 김제동씨는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청년들을 위해 일일이 사인을 해주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 사인회
그리고 오늘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달 전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으로 애써준 자원봉사자들 모두와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하였습니다. “행복의 나라로 놀라와”를 외치는 청년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청년포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행사장을 떠나 밤 10시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회 회계 담당자들괴 회의를 가진 후 오후에는 광주로 내려가 저녁 7시부터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에서 주관한 즉문즉설 강연에 참석해 통일에 관해 강연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