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기 시작했다. 봄이 드디어 오긴 왔다 보다. 일광 절약 시간제도 시작되고 하루 최고 기온도 이제는 두 자리 숫자를 유지하는 기분 좋은 계절이 찾아왔다. 겨울에 비가 많이 오고 해를 많이 못 봐도 밴쿠버를 싫어 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 이 멋진 여름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어떤 나라는 이 좋은 여름일 때 겨울인 나라도 있다고 하는데, 생각만 해도 뭔가 적응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중 대표적인 나라가 호주인데 계절이 캐나다와는 정반대인 호주는 아무리 추운 날이라고 해도 영상 19도라고 한다. 그럼 오늘은 호주의 커피 문화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호주에 커피가 처음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는 1788년이라고 기록이 되어있다. 호주 함대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잠시 정박하는 동안 커피 씨앗을 수집하여 고국으로 가져와서 묘목까지 기르는 시도도 했지만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했다. 그 후 오직 수입에만 의존 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호주에서는1930년경 유럽의 이민자들이 커피 소비량을 바꾸어 놓았는데,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카페를 창업하고 커피분쇄기, 에스프레소 머신 같은 새로운 커피 추출방식을 소개하면서 급속도로 커피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1942년 미국군인이 세계 2차 대전을 겪을 무렵, 호주인들은 커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당시 호주 인구는 7백만명이었고, 미군은 1백만명이었는데 그 군인들에 의해 커피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고 미군이 철수한 후에도 커피 선호도가 기존의 차 보다 더 많이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호주 시드니, 멜버른 등 큰 도시에서는 카페를 접하기가 아주 쉬울 정도로 많이 생겨났다. 호주인들은 회사 근무시간에 아침 일찍 출근하고 오후 일찍 퇴근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시내 카페는 오전 7시면 영업을 시작하고 오후 4시가 되면 거의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카페에 들려 커피와 간단한 빵, 토스트, 바나나브레드, 크로아상 등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 카페에서 간단한 브런치를 같이 할 수 있는 메뉴들을 제공한다. 점심시간때는 바쁜 회사원들을 상대로 샐러드, 파스타등 바로 가지고 가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들을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카페는 주방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요즘 캐나다랑 비슷하게 일반 카페 보다는 브런치 카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호주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커피 메뉴는 주로 카푸치노, 라떼에 각설탕 1개 정도를 넣어 마시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또한 호주 사람들 사이에 인기있는 커피는 플렛화이트 (Flat White)라는 것인데 모습은 라떼와 비슷하지만 라떼보다 더 적은 양의 우유가 들어간다.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가장 많이 마시는 커피 메뉴가 아메리카노라고 한다면 호주에는 롱블렉 (long black)을 더 즐겨 마신다고 한다. 맛은 거의 비슷하지만 추출 순서가 조금 다르다. 아메리카노는 샷을 먼저 뽑고 뜨거운 물을 붓는 순서와 달리 롱블렉은 뜨거운 물이 부어진 잔에 에스프레소 샷을 직접 그 위에 추출이 되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에스프레소의 크레마가 더 풍부하게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나도 호주를 여러 번 방문을 한 적이 있는데,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선 오후 5시 이후에 연 커피샵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매우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관광객들을 위한 카페들은 다르지만). 카페도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4, 5시쯤 문을 닫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오후에는 호주 사람들은 커피 보다는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보내는 캐나다와 비슷한 문화인 것 같다. 하지만 캐나다와 달리 호주는 일년에 가장 추운 날씨여도 19도 정도라 추운 영하에 날씨에 마시는 뜨거운 커피의 맛을 못 경험할 것 같아 안타깝긴 하다. 생각만 해도 가장 맛있는 커피 마시는 환경인데 말이다.